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몇해 전에 밭둑에 심어 놓은 먹자두 나무가 있습니다. 돌아가신지가 벌써 13년이니 수령이 한 20년가까이 되겠습니다. 열매가 참 맛이 좋아 술도 담가 먹고 합니다만 특이한 것이 성장이 얼마나 왕성한지 위로 위로 한없이 뻗어 자라다 보니 열매는 옆으로 벌어진 낮은 가지들에서만 달리고 위로 왕성하게 뻗어 올라가는 가운데 가지들에서는 열매가 달리지 않습니다. 나무가 커지면 열매가 많이 맺히겠거니 몇년을 기다려 보다가 안되겠어서 작년 겨울에 특단의 조치로 옆으로 벌어 열매가 열리는 가지들만 남기고 위로 자라는 가지들을 다 잘라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가보니 가지에 주렁주얼 달린 잎과 열매의 무게로 가지마다 땅에 절을 하고 있습니다. 실속없이 키만 높여가던 나무가 그 에너지와 양분을 내실있게 갈무리하니 자연히 겸손하게 낮아져 고개를 숙입니다.
나무도 자라야 할 때가 있고 갈무리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름만 계속되리라 위로 성장만 한없이 하다 보면 가을 겨울을 버티어 내지 못합니다. 나무도 가을이 되면 위로 성장하던 기운을 아래로 돌려 열매를 맺고 더 아래로 돌려 뿌리인 근본으로 돌아가 겨울을 준비합니다.
생명과 근본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내 마음을 갈무리 해가야 하는 때임을 세월호가 알려주고 메르스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는 그렇게 절실하던 경제와 이해관계는 부차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상제님께서는 이제 자신의 근본을 향해 되돌아가는 원시반본의 후천을 맞으라고 하십니다. 마음을 잘 돌이켜 참회하고 반성하고 나직히 가져 안심안신해 생명력을 회복해 고비를 잘 넘겨 내 근본인 태을로 회귀하는 여정에 올라야 하겠습니다.
마음닦고 태을주입니다.
첫댓글 생사의 갈림길 앞에선 지위도 돈도 아닌 그 사람의 마음만이 남아 그 마음만 보이게 됩니다. 내 마음자리를 돌아보며 진정한 안심안신을 모색할 때입니다. 마음닦고 태을주입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
황금 빛 가을에 열매를 맺지 못하면 지난 봄 여름은 한여름밤의 꿈이요, 불꽃놀이에 불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