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교수가 전하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의 변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은 미 서부 지역에서 가장 명성 높은 대학 가운데 하나다. 매년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 대학 순위에서 클레어몬트는 하버드, 예일과 함께 베스트 10위 안에 꼭 포함되곤 한다. 연합감리교회 소속 신학교이지만 초교파적 입장을 견지하며 지난 135년간 수 천 명의 학자, 교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을 배출해 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몰입의 즐거움’으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 세계적 과정철학자인 존 콥 교수가 이 학교 강단에 섰었고 한인으로는 민경석, 김신행 교수가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런가 하면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교수이자 이슬람 세계의 작가로 활동 중인 정현경 교수 역시 클레어몬트 신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등, 한국 학계의 걸출한 신학자들이 피가 뜨겁던 시절, 클레어몬트의 캠퍼스에서 진리를 탐구했다.
이 진리의 상아탑은 세상 만물이 끊없이 변하고 있음을, 그리고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이기도 하다. 1885년 개교 이래 135년의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클레어몬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클레어몬트대학은 기독교 신앙만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신학과를 폐과하고 여러 종교를 함께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신설 중에 있다. ‘기독교’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와 이 나라를 건국한 청교도들이 생명을 바치기까지 지키고자 했던 정신세계가 아니던가. 일요일마다 교회에 출석하는 인구는 해마다 엄청난 속도로 줄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이 아직까지 ‘실제적인 기독교 국가’임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신이 여러분을 축복하시길.”이란 인사로 끝을 맺고, 달러 지폐 위엔 “우리는 신을 믿는다.”는 선언이 쓰여 있다. 그런 실질적 기독교 국가를 대표하는 신학교가 ‘기독교’라는, 존재의 이유를 내려놓고 여러 종교들을 한 강단에서 강의하겠다는 것은 가히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전환하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신학계에서 클레어몬트의 위치가 중요한 만큼 신학과의 폐과와 다종교학과로의 전환은 앞으로 다른 신학대학에도 쓰나미 이상의 여파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클레어몬트 대학교 내 ‘과정사상연구소(Center for Process Studies)’ ‘코리아 프로젝트(Korea Project)’의 디렉터인 김상일(신학자, 60)씨로부터 클레어몬트 대학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학교 내 과정사상 연구소 부설 기관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신설하며 디렉터로 그를 초청한 것은 2006년도의 일. 클레어몬트는 그가 ‘과정사상과 한국불교’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모교이기도 하거니와 2006년 한국의 한신대 교수직에서 막 은퇴했던 터라 그는 부담 없이 디렉터 자리를 수락할 수 있었다.
“네, 학교 내에 아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백발에 계량한복을 우아하게 차려 입은 그가 입을 뗀다.
작년 2월, 한국의 신종교학회 학자들이 다수 참석했던 학술행사에서 존 콥 명예교수는 신학과의 폐과와 함께 다종교 학과의 신설에 대한 운을 떼었다고 한다. 행사의 말미에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의 6대 총장, 제리 캠벨이 인삿말을 하러 강단에 올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일까, 반신반의했어요. 너무 획기적인 변화이기 때문이죠.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의 제리 캠벨 총장은 이미 다소 개방적인 감리교회들을 순회하면서 이 사실을 알리고 모금운동을 했더라고요. 한인들 가운데도 자신이 다니는 감리교회를 찾은 캠벨총장이 이런 선언을 하더라는 얘기를 하는 이를 자주 봤어요. 그래서 신학과의 폐과와 다종교 학과 대체라는 계획이 먼 얘기가 아니라 상당히 구체화 되어 가는가 보다, 생각했죠.”
올해 6월부터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 캠퍼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강의를 시작했다. 클레어몬트 캠퍼스뿐만 아니라 LA의 유대인 센터, 이슬람 성전 등 보다 열린 분위기에서 진행하기 위해 강의실도 다변화했다. 다종교 프로그램의 시작은 상상 외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켜 신문 잡지 등 각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소개가 되었다.
제리 캠벨 총장은 공식석상의 연설을 통해 이런 변화를 주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동안 클레어몬트 신학교에서는 아무리 초교파적이라고는 하나 기독교만을 다루어왔다. 결과적으로 클레어몬트 신학과를 졸업하고 현장에 나가 목회를 하거나 종교지도자로 활동한 이들 가운데 적잖은 수가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 한 종교의 가치만 인정하고 공부한다는 것은 지구촌 분쟁과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신학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들도 함께 공부하며, 세계의 모든 종교를 동일하게 존중하고 서로 대화하는 자세를 가질 때에만 세계 평화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상일 교수는 클레어몬트 신학교가 이렇게 진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을 그간의 열린 학풍과 전통에 있다고 분석한다.
“클레어몬트 안에는 다른 신학교와는 달리 ‘과정사상연구소(Center for Process Studies)’란 기관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정철학의 일인자 존 콥 교수가 디렉터로 계시죠. 과정사상연구소를 중심으로 클레어몬트 신학은 1980년대부터 ‘과정사상과 불교’, ‘과정사상과 유교’ 등 여러 종교간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존 캅 교수는 저서 가운데 하나인 “대화를 넘어서(Beyond the dialogue. 김상일 교수 번역)”를 통해 타 종교인을 내 종교로 끌어들이려는 대화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성숙된 이런 사상적 배경이 있었기에 클레어몬트 신학교의 혁명적 변혁은 태동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과정사상연구소’ 산하 ‘코리아 프로젝트(Korea Project)’의 디렉터인 김상일 교수는 한국불교 역시 이 다변화된 종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당당하게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지역의 복잡 다양한 종교적 전통을 고려해 코리안 스터디즈(Korean Studies)로 영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학이라고 하면 유교, 불교, 선도, 동학, 기독교까지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를 보다 폭넓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뜻있는 한인사회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클레어몬트 대학의 다종교 학과의 하나로 한국 프로그램을 영입시키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이 그룹 가운데 하나인 안한용씨의 의견을 들어보자.
“1970년대 말, 이미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현 코리안 프로젝트 디렉터인 김상일 교수와 조석환, 폴윤 등 역량 있는 교수진들을 확보해 진행했었는데 어느 날 그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죠.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다종교로 흘러가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 종교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재개해보자고 윤길상(클레어몬트대학 아시안 프로그램 디렉터)씨에게 청원을 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클레어몬트에서 ‘코리안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상일 교수는 가장 종교적이면서도 가장 종교적이지 않은 인물. 그가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을 가게 된 것은 궁극의 나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 의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50년째의 지병과 같다. 그가 백발의 나이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쓰는 것은 바로 그 의문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학문적 세계에 가장 큰 자극을 준 것은 ‘원효의 판비량론’. ‘판비량론’은 인도의 진나와 중국의 현장의 불교 논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힌 원효대사의 대표적 저작. 그 우수성은 한글, 고려청자와 함께 한국 3대 문화유산으로 꼽힐 정도다. 김상일 교수는 원효의 판비량론에 대한 학술서적 집필과 함께 불교를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그 외 동양사상에도 매우 해박하다.
겨레얼 살리기 국민운동본부에서는 김상일 교수를 모시고 지난 10월 28일부터 매 2주마다 3차례에 걸쳐 오후 6시, 사우스베일로 대학 LA 분관(520 S. Virgil Ave. #303)에서 원효의 판비량론을 중심으로 한, 한국적 사유 방법의 독특성과 창의성에 대한 강의을 마련하고 있다. < 2010.11 >
▶ (213) 308-8139
첫댓글 김상일 교수는 신학대학교 교수이면서 또 한 사상 연구로 유명한 분입니다. 미국의 신학대학교에서 신학과를 없앤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죠.
지난 10 년동안 고고학의 발견으로 이젠 기독교 구약이나 신약 모두 믿지 못할 책이 되어 버렸어요. 특히 구약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허구로 밝혀짐에 따라 설 땅이 없어진 셈이구요. 신약도 나그 함마디 문서의 발견으로 신약 내용도 이제 신용이 없어져 버렸으니, 정말 지난 10 년 동안은 기독교로 보면 잔인한 10 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지난 1999년인가요? 이스라엘 교육부 장관마저 이제 이스라엘 국가 교과서 안에서 구약의 신화적 내용은 없애야 한다고 그랬겠습니까? 아무튼 이제 기독교는 정말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추리하건데 불교의 교리를 자기 것처럼 빼앗아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네요. 즉 스님보다 신부님이 이제 더 마음챙김을 잘하시고 그러면 참.... 골치 아프죠.
한국 기독교는 여전히 땅밟기하면서 무지한 중생들을 세뇌시켜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려 들 것 같습니다. 김일성이 주민을 무지하게 지배하였듯이 말입니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성시화운동등에 세뇌당하지 않도록 왁진주사를 미리 미리 많이 배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