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브레이크 밟는 힘을 증가시켜 주는 '브레이크 배력장치'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급발진 사고차에서 차량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최근 국토교통부 급발진 민관합동조사반의 3차례 발표와 상반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최근 발생한 급발진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 원인의 95% 정도는 브레이크 배력장치가 유발하는 '압력 급등(pressure surge)' 현상이 이유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 배력장치는 자동차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힘을 3~4배 증폭시켜주는 장치다. 이 장치가 작동할 때 '흡기다기관(intake manifold)'이라는 곳의 공기 압력을 빌려 쓰게 되는데, 이 때 자동차 가속과 관계 있는 '스로틀밸브'에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원래 스로틀밸브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만 열리게 돼 있는데, 압력 급등 현상이 발생하면 브레이크 밟을 때도 크게 열린다고 연구회 측은 밝혔다.
연구회 측은 브레이크 배력장치는 대부분 가솔린 자동차에 설치돼 있는데, 이 장치가 없는 디젤 자동차의 경우에는 급발진 사고 사례가 극히 적다고 강조했다. 연구회가 지난해 수집한 국내 급발진 사고 사례 122건 중 가솔린 차량은 102건, 디젤 차량은 6건, 엔진 종류를 구분할 수 없는 차량은 14건이었다.
세계적으로 급발진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국가는 가솔린 차량 비율이 높은 미국•일본과 우리나라 정도고, 디젤차 비율이 높은 유럽은 상대적으로 급발진 보고 사례가 많지 않다고 연구회 측은 덧붙였다.
연구회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가솔린 차도 디젤차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배력장치 작동이 흡기다기관이 아닌 별도의 진공펌프를 통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회 소속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브레이크 배력장치를 분석하면 길어도 1년 정도면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표회를 통해 급발진 원인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회의 이 같은 발표 결과는 최근 국토부의 급발진 민관합동조사반 발표 내용과는 크게 엇갈린다. 민관합동조사반은 지난해와 올해 총 3차례에 걸쳐 급발진 의심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했으나 차량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급발진 추정 사고의 원인을 사실상 운전자의 과실 탓으로 돌린 셈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급발진 공개 재현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현재 8개 개인•단체만이 공개실험 참가 의향을 밝힌 상태다. 그동안 급발진 차량 결함 가능성을 제기해온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대거 불참할 것으로 전해져 반쪽짜리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