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만점 견과류… 5000년 전에도 인기 식량이었죠
견과류 이야기
신석기시대, 돌 갈아 사용하기 시작
나무뿌리나 열매 등 채집해 먹으며 특히 도토리 즐겨 먹은 것으로 보여
조개 무덤과 빗살무늬 토기 모양 등 선사시대 삶 곳곳에 도토리 발견돼
지난 2016년 경남 김해에서 신도시 개발을 위해 공사를 벌이던 중 땅에서 매우 특별한 물건이 발견되었어요. 약 5000여년 전, 신석기시대 도토리랍니다. 어떻게 이 도토리는 썩지 않고 보존되었던 걸까요? 또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 까마득한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70만 년 전, 구석기시대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해요. 구석기시대란 인류가 등장한 이후 약 250만 년 전부터 1만2000년 전까지의 시기랍니다. 당시 사람들은 나무 열매를 따 먹거나,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어 짐승을 사냥했어요.
그러다 약 1만2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후가 매우 따뜻해지고 신석기시대가 막을 열었어요.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가축을 키우고 식물을 재배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어요.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는 기원전 약 8000년쯤 시작되었다고 해요.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지능이 점차 발달하면서 돌을 갈아 더 날카롭고 정교한 석기를 만들었고,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음식을 담아두었어요.
물론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 모두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어서 문자로 남긴 기록은 없어요. 그래서 구석기·신석기시대를 통틀어 역사 기록이 시작되기 전 시대라는 뜻인 선사(先史)시대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 신석기시대의 주요 식량이었어요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강이나 바다가 가까워 식량을 구하기도 쉽고 농사짓기에도 적당한 곳을 찾아 정착해 살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때 지은 농사는 복잡한 농사 기술이 필요한 벼농사가 아닌 잡곡 농사였지요. 해마다 필요한 식량을 모두 농사지어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여전히 사냥, 물고기잡이, 열매·뿌리 채집을 통해서도 식량을 얻었어요.
도토리는 한반도 신석기시대 유물로 여러 번 발견된 주요 식량이에요. 견과류인 도토리는 열량이 높고 영양소가 풍부한 데다 산속에서 줍기도 편했어요. 신석기시대의 마을 유적으로 유명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 유적지에서 1974년 도토리 20알이 발굴되었죠. 이 도토리들은 불에 탄 상태로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덕분에 썩지 않고 남아 있었어요. 아마도 조상님들은 도토리를 구워 먹으려 했던 것 아니었을까요? 역시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 중 한 곳인 경남 창녕의 비봉리 패총에서도 도토리를 저장해두던 구덩이가 18군데 발굴된 적 있답니다.
지난, 경남 김해 도토리는 다른 곳보다 지면이 낮아 항상 물이 고여 축축한 상태가 유지되는 저습지에서 발견되었어요.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썩지 않아 5000년 전 생생한 모습이 남아 있을 수 있었지요. 저습지 구덩이에서 끈·나무 막대기도 함께 발견돼 도토리를 바닷물에 2~3일간 담가 떫은맛을 제거하려고 했을 거라 추정하고 있어요.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도토리를 나무 열매나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드는 갈돌과 갈판을 이용해 갈아 먹었을 수 있어요. 갈돌과 갈판은 신석기시대부터 주로 사용되었지요. 갈판 위에 도토리 같은 열매를 올려놓고 갈돌로 밀어서 원시적 형태의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 조개 무덤, 빗살무늬 토기… 생활양식 남아
신석기시대의 유적·유물 중에는 해안이나 강가 등에 살던 사람들이 조개나 굴을 먹고 난 껍데기와 다른 생활 쓰레기를 한데 버려 만들어진 '조개 무덤'을 빼놓을 수 없어요. 조개껍데기에 들어 있는 탄산칼슘이 같이 버려진 토기와 석기, 짐승의 뼈, 도토리 등 열매나 씨앗 등이 썩지 않게 보존해줬답니다. 빗살무늬 토기도 중요해요. 덧무늬 토기, 눌러찍기무늬 토기, 번개무늬 토기도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졌지만 한반도에서 가장 특징적인 토기는 짧은 점선이나 선을 엇갈리게 생선뼈처럼 그려 놓은 빗살무늬 토기인 것이지요. 빗살무늬 토기의 밑부분은 마치 도토리처럼 뾰족하게 생겼기 때문에 모래나 진흙에 반쯤 묻어서 먹을거리를 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