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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11월이면 산행은 종료된다.
지난 10월 16일 한남정맥 마무리할 때에 우박을 맞으며 추운날씨에 고생하여 감기도 들고 그 때 심정으론 이번 산행이 올 정기산행은 마지막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지만, 비교적 큰 일도 순조롭게 끝나 심적으로 홀가분했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아 겨울용 등산복도 새로 장만한 터라 내년에 가려던 금북정맥이 귀여운 여인의 손짓 처럼 나를 꼬드끼니 내어찌 안넘어가랴...
들머리 안성 칠장사 입구에 손쉽게 갈 수 있을까? 딸애가 요즘 차몰기를 좋아한다. "11월 6일날 너 멋진 곳에 드라브할래?" 그래서 집사람과 딸을 태우고 칠장사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찍고 조심하라 이르면서 장거리 첫발을 내딛는 시간이 21시 30분이었다.
칠장산을 평생을 통틀어, 아니 올 한해 동안 네 번이나 스쳐 지나간다. 지나간 봄철에 한남금북정맥 완주할 때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한남정맥을 시작할 때, 산길 100마일을 하고자하고 이 곳에 들른게 세 번째, 그리고 오늘 들리니 합이 네 번째이다. 그래서 그런지 칠장사는 반가울런지는 모르지만 난 꽤 친숙하고 푸근하다.
칠장산을 오르는 오르막 경사가 좀 가파르기도 하지만, 대기기온이 높아 새로 산 옷이 제기능을 못하여 땀이 비 오듯한다. 내심으론 새벽이 되고 산정상의 기온이 내려가면 이 옷이 역할을 충실히 하리라 자위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더워 연실 물을 마셔댄다. 집에서 최종점검을 할 때 혹시 찜찜한 생각에 물 한 병을 더 넣어던 것이 그나마 걱정을 좀 덜었다. 한여름 더위에 운동할 때 먹는 량을 해치웠으니... 배낭에 있는 음식을 어느정도 소비하여 배낭이 여유가 생겨 윗 옷을 챙겨 넣기까지 산행이 끝나기 6시간 전이었다. 전의에서 산행이 끝날 때까지 바지를 입은 하체는 땀이 범벅이고 땀냄새가 향기롭지 못하다. 옷의 선정에 잘못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왜 지도를 자주 보면서 진척이 더딘걸 머릿속으로 따지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청묵달 훈련을 하면서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더 뛴 것이 주범이 아니었나 하고 짐작을 해본다. 출발전 밥 먹고, 배낭 챙기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나 내 맘대로 못 하는 것 중 하나는 잠이다. 잠을 조금이라도 자둬야 산행이 순조로울건데 음~...
금북정맥의 마루금은 비교적 선명하였고, 길이 융탄자가 깔린 것 처럼 아주 부드러운 육산이다. 산도 그리 높지도 않고 안성마춤이다. 반달이 비교적 밝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젠 우리 고향 천안에는 친구도 산도 물도 지나기에 반갑기도하다. 천안 성거산을 오르는 긴 아스팔트 도로는 힘든 나를 더욱 지치게한다. 초딩 친구에게 전화로 쓸데없는 잡담으로 무사히 오르막을 오른다. 태조산을 지나 의자가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한 잠자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출발하려 작정한다. 그 곳에 도착하니 멋 진 사나이가 점심을 먹는지 의자 두 개중 하나를 차지 하고 있었다. 빈 의자에 앉으며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중절모 위에 걸친 선그라스가 한 층 전문 산객의 분위기를 느끼게한다. 알고보니 작년에 대간 종주를 끝냈고, 산을 아주 좋아하는 같은 고향(목천면 신계리) 사람으로 개방 카페에 들어오라 권해보면서 재미있게 산행경험담이 끊일새없이 주고받는다. 또 다른 일행과 약속으로 그 멍은 악수로 헤어지고 난 뒤 의자에 벌렁 드러눕는다. 배낭을 베게로 삼고, 상의를 이불 삼아 고이 뉘이니 코고는 소리가 나였드라. 구름낀 스산한 날씨는 날 의자에서 일으켜 세운다. 목천면 응원리에 오후 4시에 도착하여 지친 몸을 삼계탕으로 달랜다. 맛있게 먹고 난 뒤 계산을 하면서 주인에게 "좀 쉬다가 가도 될 까요?" "손님이 수시로 오는데..." 저녁먹을 손님이 들이 닥칠시간전이기에 커피를 먹고는 슬쩍 눕는다. 30분간 잠이 온몸을 고쳤다. 기분까지도 새롭고 의욕도 왕성해졌다.
연기군 전의는 날머리로 적당하다. 우선 이번 산행거리가 칠장산에서 전의까지 67km로 적당하고, 내가 사는 청주와 최 근접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전의에 와서 마지막으로 알바를 처음으로 했다. 딸에게 전의로 픽업하러 오라하고는 터덜터덜 마을길을 걷는데, 집 한 채에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게 아닌가? 건장한 청년 4명이 큰 불통 주위에 모여서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는 모습이 그냥 못지나가게 만든다. 사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산객인데요! 배가 고파서 그러니 좀 먹고 가면 안될까요?" 어서 오란다. 삼겹살, 오가피주를 두 그라스, 국수 한 그릇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분들은 4 형제로 어머님 생신이라 모였단다.
"어머님 생신을 맞아 더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사브작 거리며 전의에 도착하니 21시 좀 넘었다. 산속에서 24시간 머무르며 67km를 굼벵이 기어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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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 한 해 농사 잘 지어서 기분 좋겠다.. 내년에는 목표를 뭐로 세울는지 궁굼하네..
내년에는 무슨 정맥? 할까 궁금하다. 한구간이라도 동행하고 싶다.
따라가는건데....엄한짓 한다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당. 수고했쓰....
맞어 여행은 혼자 살살 댕기는게 좋을때가 많어 *(
우리동네 뒷산 서운산도 스쳐갔네...수고많았네..
아쉽구나. 그래도 천안에 들어왔다면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았으련만~~~~^^. 수고했다!
여명 귀신이당.. 한북정맥 하지말어라... 무서워서리...ㅎㅎ
괴짜친구 수고했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몸과 마음이 하자는대로 해야지 거슬르면 병나는거여....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두웠구만~ 고생혔다..^&^
참 대단하구먼
칠장사- 칠장산- 관혜봉-도덕-녹베고개- 어제 갔다왔는데 ㅎㅎ 산사나이 한명도 그날이 한남정맥 마지막이라고 아나로그로 사진까지 찍더라구 개인 리플도 인상깊었다 그길을 야간산행 힘들었겠다만 멋있네 정모때보자~
대단한 친구~~! 우찌그리 혼자서 산을 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