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인도차이나 동쪽 해상에서 초계중에 적 상선 2척과 조우하여 기나긴 추적끝에 2척 모두 격침시켰습니다.
버그때문에 COMSUBPAC에서 새로운 작전지역을 지정해주질 않아서 계속 같은 지점을 돌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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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빙빙도는데 한밤중에 소나로 미상선박을 감지했습니다. 우현 81도.
5분간격으로 추적해서 미상선박의 침로를 대강 파악했습니다. Full Speed Ahead로 추격합니다.
견시들도 미상선박을 육안으로 포착했습니다.
소나도 작동하고, 눈으로도 보이는데, 레이더가 먹통입니다. 개량형이라더니만 여전히 고물탱이구만!
눈보다 더 못보는 레이더가 있다? 뿌슝빠슝.
일본해군이 '레이더보다 견시가 더 낫다'고 개드립을 쳤다는 소문이 있던데, 적어도 잠수함용 레이더에겐 맞는 말일지도.
결국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와서도 레이더는 먹통이었습니다.
미트볼에 6400톤급 흘수 8.7m짜리 상선이었습니다.
선박까지 식별하여 마스트 높이를 알아냈으므로 이젠 관측장교가 육안으로 직접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분간격으로 관측장교의 보고에 의존하여 적 상선의 침로를 확보하였습니다. 추적작도하고 매복까지 완료.
잠망경만 빼꼼 내놓고 기다리며 선박식별책자를 유심히 봤는데... 오호?
게다가 스샷이 어둡게 나와서 잘 안보이지만 육안으로도 적 상선의 덱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원전투배치! 총원전투배치!
덱건 전투배치! 기관포 전투배치!
물 위로 나오자 적 상선이 자함을 향해 곧장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충각~~~! 전속전진! 좌현전타!
20mm 오리콘 2연장 기관포도 처음으로 불을 뿜었습니다.
충각을 시도하던 적 상선은 무력하게 덱건과 기관포의 공격으로 인해 불길에 휩싸였고, 곧 격침당했습니다.
바다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일장기. 정확하게 6664톤 상선이었습니다.
항해지도에 남은 공격의 흔적들.
버그때문에 COMSUBPAC에서 별다른 지시가 없으니 계~~~속 같은 지역을 초게합니다.
사실 실제였으면 절대 하면 안되는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적도 이 지역에서 잠수함의 활동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반복되므로, 구축함이나 대잠초계기를 보내어 저의 위치를 특정짓고 공격하려 시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COMSUBPAC에서 모든 잠수함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건네주었습니다.
Gato급 잠수함 USS Tinosa(SS-283)가 목표물을 향해 12발의 어뢰를 쐈는데 그 중에 11발이나 불발(duds)났다고 합니다.
이런 대참사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영문 위키피디아 USS Tinosa (SS-283) 항목에 나와있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USS_Tinosa_(SS-283)
이러한 참사는 USS Tinosa의 두번째 초계에서 일본함대의 가장 거대한 유류보급선이었던 Tonan Maru No.3를 공격했던 일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Mk.14의 유명한 '어뢰 스캔들'처럼 자기신관은 엉망인데 접촉신관마저 목표물을 90도 직교하게(자이로 앵글 0도 or 360도) 맞춰버리면 불발나는 참사였습니다.
전에 자이로 앵글에 대해 한번 말씀드렸듯이 접촉신관 공이의 강도가 충분히 단단하지 못해서 일어났던 현상입니다.
USS Tinosa는 팔라우에서 트럭섬으로 향해하던 19,262톤의 초특급 거물과 접촉하였고, 완벽한 위치에서 4발의 어뢰를 발사했습니다. 그러나 4발 모두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함장인 Daspit 소령은 끈질기게 그 다음날까지 추격하여 또다시 공격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자기신관이 해제되어 있는지 모든 어뢰를 점검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 에피소드에서 나왔듯이 니미츠 제독이 모든 잠수함들에게 자기신관을 해제하라 명령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일단 부적절한 각도와 거리였으나 두번째 공격에서 처음으로 발사된 어뢰 2발은 성공적으로 폭발하여 Tonan Maru의 엔진을 정지시켰습니다. 말 그대로 19,262톤의 Sitting Duck이 된 겁니다.
모든 잠수함들의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어린아이 앞에서 19,262톤의 피냐타가 터져서 사탕이 쏟아져 내리면 얼마나 행복할지!
Tonan Maru가 완전히 정지해버렸으니 Daspit 소령은 여유롭게 이상적인 위치까지 기동하여 Tonan Maru의 왼쪽(port)에서 영거리 사격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어뢰는 분명 명중했는데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Daspit 소령과 승조원들은 차근차근 한발씩 모든 어뢰를 Tonan Maru에 날렸고, 모두 명중했으나 전부 폭발하지 않았습니다(WTF!).
황망한 심경으로 Daspit 소령은 Tonan Maru의 반대편(오른쪽, starboard)으로 기동하여 같은 방법으로 어뢰 2발 더 쏘았으나, 적의 구축함이 도착하여 회피기동하였습니다. 이때도 어뢰의 탄착음을 패시브 소나를 통해 들었으나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15발중에 삐꾸로 쐈던 2발만 폭발한 겁니다.
다잡은 피냐타를 놓쳐버린 겁니다. 그래서 Daspit 소령은 빡쳐서 COMSUBPAC에 항의했고, COMSUBPAC의 록우드 소장도 '그의 이야기는 거의 믿을 수 없지만, 증거를 부정할 순 없었다'면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록우드 소장은 절벽으로 어뢰 3발을 접촉신관으로 시험발사하였는데 3발 중 2발만 폭발하였습니다. 그리고 불발의 원인으로 신관의 공이가 지목되었습니다.
병기개발국(The Bureau of Ordnance, BUORD)는 줄곧 Mk.14 어뢰의 결함들에 대해서 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일선에서의 불발사례들과 사령부 자체 실험들로 인해서 결국 1943년 4월에서야 자기신관이 너무 민감하여 조기격발된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니미츠 제독이 태평양 모든 잠수함들에게 자기신관을 해제하라 명령하였는데... 이런 사단이 일어났던 겁니다.
결국 접촉신관의 해결책은 찾았습니다.
일선 함장들은 어뢰를 직교가 아닌 살짝 빗겨맞게 조준하였고(자이로 앵글 0도 or 360도에서 +-5도를 회피하여 어뢰발사), 나중에는 아예 공이의 재질을 바꿔서 해결하였습니다. 자기신관도 끝내 개선되었습니다.
결국 새 레이더가 일을 내버렸습니다. 32000m 모드에서는 감지가 안되서 80000m로 전환했는데.
모드를 바꾸자 신호가 30000m에서 감지되었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5분뒤에 추적하려고 시간가속했는데...
항공기였습니다! 선체가 엉망진창이 되버렸습니다.
Conning Tower가 완전히 개작살나고 물까지 들어왔으니 죽을뻔했습니다.
선체는 어떻게든 수리했지만 하필이면 잠망경 2개가 모두 심하게 망가져서 공격불가상태에 빠졌습니다.
수리는 될 거 같은데 시간이 많이 걸릴겁니다.
그리고 버그... 로딩하니 또 고장났습니다. 또 고쳤죠 뭐.
아직도 빙글뱅글.
으앙 집에 보내줘요~~~
별 수 없죠. 어뢰 다 비울때까지 빙글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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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만 9천톤 짜리라니!!! 저거 하나만 잡았어도 훈장감이었을 텐데요. 그래도 상선이라 다행이지, 군함이었음 꼼짝없이 역으로 당해 죽었을지도요 ㄷㄷ
병기개발국이 저렇게까지 뻐겼는데 누구하나 목이 날아갔다는 소식이 없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전시에는 뭐라도 급하니까 어떻게든 쓴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