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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인권 문제는 현대 들어서 늘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 세태에 발맞춰 경기도에서 2020년 6월부터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을 오픈했습니다.
'격리'와 '강박'을 줄이고, 급성 안정제의 사용(소위 코끼리 주사)을 자제하며 인도주의적 치료를 지향하겠다는 것이 병원의 목표였죠.
좋은 성적도 거뒀습니다.
목표대로 격리/강박 횟수 감소, 지역사회 연계 증가, 재입원율 감소 등등...
그러나 또한 여러가지 문제와 논란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실적을 위해서 환자를 골라 받는다, 예산에 비하여 진료 실적이 너무 떨어진다, QR팀이라고 만들어놨더니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더라 등등...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급성 정신질환자(주로 조현병, 조울증)를 대학병원 또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수준으로 인권을 지켜서 치료하려면 담당 환자는 10명이 한계입니다.
약이 아니라 언어로 그 사람의 불만과 감정을 모두 받아내야 하고, 그걸 스스로 삭힐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건 정말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시간 = 노동력 = 돈이죠.
또한 의사 뿐만이 아니라 간호 인력도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40명이 있는 병동에 최소 한 타임에 3명, 보통 3교대니까 8~10명의 간호사가 필요합니다. (나이트는 1~2명)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참혹하죠.
저는 지금 소속된 병원에서 50명의 환자를 배정받아 담당하고 있고, 간호사는 한 타임에 1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환자에 대해 파악하고 적절한 의학적 조치만 하기도 벅차기에, 그 외의 병동에 대한 불만 사항이나 환우들끼리의 갈등 등의 문제는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격리/강박은 그래도 줄이고 싶으니 약간 더 높은 수준의 약물 사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이상적인 근무여건이 아닌 상황에서 몇 배의 환자를 봐도 정신과 의사/정신보건전문간호사의 급여는 다른 과에 비해서 낮은 편입니다. (의사 평균 임금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논외로 합시다.)
결국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려면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덜 보는 만큼의 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해야겠지요.
자 그러면 새로운경기도립병원은 예산은 몇 배가 들어가는데, 나라 전체의 경제적 이점에서 봤을 때 이득인지를 따져보면...
경제적 관점에서 격리와 강박이 있었던 환자와 없었던 환자를 구별할 방법은 없죠.
인권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저는 모르겠네요.
인건비는 엄청나게 들테니 답이 없고.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지표는 재입원율의 감소인데, 만성 환자는 안 받아서 재입원율이 낮은 것일 가능성이 높아서... 과연 정말 나라의 전체적인 의료비를 줄였냐?라고 하면 아마 물음표가 뜨겠죠.
모든 것이 경제적인 관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이것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투자할 수 있을지... 결국 예산인데, 경제적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삭감될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경기도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해버렸고, 이에 환자단체는 반발하여 성명서를 내는 형국이죠.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인권을 보장하라는 당연한 외침이 경제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져도 되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실 수 있나요?
여러분의 생각이 듣고 싶네요. 좀 우울한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정말 돈이 문제죠... 웃긴 건 쓰잘데기없이 줄줄 새는 예산에는 항상 일언반구도, 사과도 전혀 없다가 이런 필요한 여건에는 '돈없어! 삭감해!' 가 늘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게... 어휴 ㅠㅠ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재입원율이 꾸준히, 전체적으로 낮아진다면(환자들의 사회안정적응율도 같이 상승한다면) 그만큼 예상되는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건데... 아빠나무님께서도 저번에 말씀하셨지만 정신쪽 환자들의 회복 및 영향은, 특히 이 경기도병원의 경우 아직 단기적 성과밖에 볼 수 없는 시기라고 봅니다.(만성환자들이 안들어오거나 평가에서 배제되는 것도 영향있는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정확한 성과분석 및 미래예측이 될텐데 항상 길게 봐야하는 복지사업이 늘 단기적 시각에서 저울질당하고 칼질당하는게(이것때문에 만성환자가 못 들어오는 걸수도... 단기적으로라도 성과가 나야 의회던 관료던 설득해서 시설 및 제도를 이어갈테니...)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백년대계라는 것이 정치에서는 나올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ㅠㅠ
정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분야네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답답합니다ㅜ
ㅎㅎ 그래도 이런 시도라도 있었으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보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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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 쪽은 기부가 잘 되어 있으니 자기 단체의 목적을 잘 완수하고 그걸 알려서 더 많은 기부를 받는 선순환이 돌아가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 쪽에도 정착하면 좋겠네요 ㅎㅎ
아빠나무님, 매번 덧글 달지는 않았지만 잘 보고 있습니다.
아빠나무님의 글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졸국하고 교수님하고 술 마셨다가 완전 멍멍이로 변신해서 아내한테 엄청 혼나서 늦었습니다 ㅋㅋㅋ 부끄럽네요 ㅠㅠ
@아빠나무 ㅋㅋㅋㅋ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