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별미...밀양한천

[옥건수]

1. 일교차 큰 산내면 한천 생산 최적지
   

   밀양한천테마파크를 가다

2. 

   콩가루를 푼 하얀 우무콩국이 제철을 맞았다. 얼음을 띄운 우무콩국을 사먹던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나라 한천 최대 생산지인 밀양시 산내면을 찾았다.

   황해령 명예기자

   밀양 한천 전국 생산량의 70% 차지

   <제주수협사>(1989년 간)에는 우무가 전복과 함께 1520년에 진상 품목이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 우무의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무를 말린 한천(寒天)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1300여 년 전 일본의 한 여인숙에서 있었던 일화에서 비롯된다. 여인숙 주인이 귀한 손님의 밥상에 올렸던 우무를 겨울날 바깥에 두었는데 얼면서 건조되어 흰색 무말랭이처럼 되었다고 한다. 주인이 이를 물에 넣어 끓였더니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때의 발견이 한천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우무가 1520년 진상 품목이었다고 <제주수협사>는 기록하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한천 역사가 1300년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에서 식품으로 이용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천이 식품으로 이용된 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식품산업으로서 한천의 역사는 뚜렷하다. 1912년 대구에 한천제조시험소가 처음 세워졌다.

   그리고 1913년 일본인 '향추'라는 사람이 밀양에서 대규모 한천제조에 성공하게 되고, 밀양의 '향추한천제조소'는 우리나라 한천산업의 효시가 된다. 현재 전국 한천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밀양 한천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생산시설 기반·체험장·박물관 등 갖춰

   우무와 한천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밀양한천테마파크'를 방문했다. 한천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체험장과 판매장, 레스토랑, 박물관까지 갖춘 곳이다.

   지난 4월 26일 개관한 테마파크는 밀양에서도 자연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밀양시 산내면에 자리하고 있다. 테마파크 2층 '마중'은 영남알프스를 조망하며 다양한 한천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앞에 펼쳐진 16만5000㎡ 규모의 건조장과 최신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연간 300t의 한천을 생산한다.

   한천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바다에서 난다. 밀양한천의 주원료인 우뭇가사리도 제주 해녀들이 직접 따서 말린 것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내륙지역인 밀양이 국내 최대 한천 생산지라는 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밀양한천테마파크 한천박물관에서 한천 생산에 필요한 도구와 영상실을 둘러보면 한천의 역사와 생산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천 생산과정은 우뭇가사리를 가마솥에서 익히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뭇가사리는 열이 가해지면 녹는데, 이를 걸러내 식혀서 굳어진 게 우무다. 우무가 적당히 탄탄해지면 틀에 넣어 밀어내면 우무가락이 나온다. 이것을 얼렸다 녹였다 말리기를 보름 정도 반복하면 점성이 강한 흰색의 한천이 완성된다.

   좋은 물과 공기, 그리고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산내면은 한천 작업과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밀양 얼음골사과 또한 이 같은 기후의 결과물이다.

   한천 이용 '밀양빵' 개발 등 사업 다각화

   어린 벼가 뿌리를 내린 얼음골 들판은 추수가 끝난 11월 말부터 다음해 2월까지 자연한천 작업장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우무를 얼리기 위해 얼음덩어리를 들고 칼로 긁으면서 뿌리는 진풍경을 보러 겨우내 우무가 눈처럼 덮인 건조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사계절 문을 여는 한천체험장에는 관광과 체험을 겸한 국내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선 양갱과 과일젤리, 화과자, 앙금부케까지 만들어볼 수 있다.

   밀양한천테마파크에 들렀다면 100m쯤 떨어진 곳에 조성된 '한천송덕비공원'을 빠뜨릴 수 없다. 공원은 일제강점기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한국 한천산업을 개척한 고 야옹(野翁) 김성률(金成律) 선생의 송덕비와 함께 조성돼 있다.

   한국한천산업의 발상지이자 자연한천의 주산지인 밀양의 중요성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1년에 조성했다. 공원은 궁원을 축소해놓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조경이 예사롭지 않다.

   가업으로 대를 이어온 '밀양한천'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양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밀양한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천을 이용한 '밀양빵'을 현재 개발 중에 있는가 하면, 얼음골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 아이템을 구상하는 등 지역 특산물 한천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안내 한천박물관 오전 9시~오후 5시

   체험관 예약안내 1577-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