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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11년 6월03~06(3박4일)
누구와 : KT산악회원(김선기회장,윤성원,장용숙,박만우,정승호,김현동)
어디로 : 설악산(1,707.9m)
6월3일 퇴근과 동시 전날 저녁 대충 마무리해 놓은 70리터짜리 배낭에 냉동식품 몇 가지를 넣고 마무리하고 들어보니 묵직하니 희열을 느낀다. 슬그머니 와이프의 눈치를 보니 묵언의 눈빛이 작열한다. 3일의 황금연휴를 혼자 산행한다고 기뻐서 날뛰는 놈이 무엇이 좋겠는가??? 집을 나서는데 전철역까지 동행을 한다고 따라 나서니 더욱 미안하기 짝이 없다. 매번 연휴가 되면 역마살이 살아나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나마 요즘은 많이 자제하는 편이고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있기를 내 스스로도 다짐을 한다. 결국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각나게 하는 세월이 흘렀나 보다.
지난달 정기산행 후 산악회 회원 몇몇이 설악산 야영을 계획 오랜만에 여름철 설악산으로의 산행이다. 처음 계획했던 한남정맥은 미루고 결정했기에 나름대로 마음가짐이 새롭다. 창동역에 도착, 만우와 만나 도농역에 있는 다른 회원들과 합세 늦은 저녁 출발이다. 춘천고속도로가 생기고 영동지방 교통이 많이 좋아져 막힘 없이 백담사 입구에 도착, 소주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꿈속으로 들어간다.
1일차(백담사~오세암~마등령~비선대~C지구 야영장)
산새들이 노래하는 설악의 아침이 열리고 피로감 없이 눈이 떠진다. 하늘은 맑고 청명하니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산행에 최적의 날씨다. 맛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점심은 주먹밥으로 준비, 행동식도 분배 후 큰 배낭은 차량에 놓고 백담사를 왕래하는 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주차장에 도착하니 줄이 장난이 아니다. 총 9대가 운행하는 백담사 셔틀버스가 한 바퀴 왕복할 쯤 약 20분을 기다려 태고 때부터 변함없이 물줄기를 흘러내리는 백담계곡을 끼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약 15분 정도 달려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백담사, 이름만큼이나 유명세를 타면서도 천 년의 세월을 인내하며 수심교 너머 고요히 버티고 있다. 8시59분 이정표 앞에서 우리가 진행해야 할 등산로를 응시, 등산화 끈을 단속 출발이다. 설악!! 그 이름만 머리에 떠 올려도 가슴이 뛰고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하며 누구나 동경하고 오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설악의 아름다움을 난 여성으로 표현하고 싶다.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 남성다움이 떠오르지만 이곳의 산세는 섬세하며 화려함이 여성스럽다. 그렇다고 온순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매년 이곳 설악의 품에서 영원이 잠드는 산꾼들이 너무도 많기에…… 백두대간 상의 척추에 해당되는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82년 유네스코가 세계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 할 정도의 생태계 다양성도 세계적이고 괴암괴석과 그 주변을 감돌며 흐르는 물줄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연의 보고…… 하여 든 우리가 지키며 보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 백담탐방안내소(구 백담산장) 0.4Km이정표를 지나 선두에서 준비운동하고 진행하자고하며 춤을 추듯 몸을 푸니 웃음을 선사한다. 등산로 양 옆은 푸르름이 더해가고 8분 정도 진행하여 2층으로 되어 있는 대피소 겸 안내소가 나오며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을 지나 체크기가 설치된 곳도 지나 드디어 산에 들어 온 느낌이다. 실록이 우거진 곳을 지나 계곡을 끼고 계단식으로 등산로가 되어 있다. 예전에는 계곡 옆으로 산행을 했기에 물에도 빠지며 진행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비에도 걱정 없겠다 싶고 바닥을 고무재질로 설치하여 무릎보호도 될 것 같다. 이곳 등산로는 영시암과 오세암있어 많은 불교신자들도 눈에 보인다. 계곡의 물소리도 듣고 싱그러운 햇살에 아침인사를 하는 새들의 합창도 들으니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40분을 진행 이정표 하나를 지난다. 백담사 1.8Km와 대청봉 11.1Km, 더크 계단이 설치 안된 곳은 호박 돌로 조성되어 있어 발 마사지하는 느낌을 받으며 산객들이 소원 빌며 모아 놓은 돌탑도 지나 백담사에서 50여분 진행하여 형형색색의 산객들이 휴식을 하고 있는 영시암에 도착한다. 양 옆의 밭에는 곡식을 심어 분뇨냄새가 진동하니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 인정한다. 약수터에 도착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마시고 식수 공급도 하고 잠시 휴식을 즐긴다. 옆 건물에서 차와 사탕을 산객들에게 나누어 줘 현동이가 하나씩 돌린다. 가을에 오면 수확한 곡식으로 음식도 만들어 내어 놓는다고 한다. 감자 밭을 지나 멋지게 뻗어 있는 미인송 군락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가자 마자 공원지킴터가 나오며 내일 긴 코스를 진행하려면 오늘 산행코스를 줄이자는 의견이 있어 처음 계획했던 봉정암(7.1Km)쪽을 버리고 좌측방향인 오세암(2.5Km)쪽으로 진행한다. 이제 약간씩 경사도를 높이며 작년에 떨어진 낙엽이 덮인 양탄자 같은 등산로를 오른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땀이 나기 시작 오세암 2.1Km 이정표를 지나 이제는 돌로 조성된 등산로를 진행 오백 메타의 경사 길을 헉헉거리고 올라 고개마루에 도착, 주변에 산객 몇 명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뒤로 약간의 내리막을 지나 영시암과 오세암의 중간쯤 도착,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세월을 지낸다는 아름들이 주목이 간간이 보이는 지역을 지나면서 만우가 작품사진을 찍는다고 그 큰 키를 주체 못한다. 태고 때부터 형성된 듯 원시림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모습과 주변에 버티고 서있는 암 봉들을 보며 힘든 구간임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10시58분 오세암이 내려다보이는 고개마루에 올라 얼려온 수박을 나눠먹으며 휴식 후 등산로 옆 가로등처럼 달려있는 연등을 끼고 내려서니 청아한 목소리의 불경소리가 설악계곡에 울려 퍼진다. 오세암하면 고려시대에 견성득도한 오세동자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왔던 정채봉작가의 동화가 유명하다.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한용운도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전해져 오며, 필자의 오세암란 애절함과 한겨울의 고독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떠오르게 하지만 오늘 접한 절 집은 무언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어 마음 한구석에서 이건 아니라고 연상 외친다. 더위에 허덕여서 그런가 싶어 약수 한잔을 마시고 관음봉 아래 위치한 동자전앞을 지난다. 마음을 다스리는 도량이라고 알고 있는데 좀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항상 이러지는 안겠지 생각하며, 우측으로 오르니 식당과 신도들의 숙소가 있고 마당으로 등산로가 가로지른다. 많은 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고 식탁 위 소쿠리에 주먹밥이 있다. 우리는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는다. 주방에 가서 김치도 얻어와 먹으면서 아침에 준비한 주먹밥에 김치가 없다며 좀 더 욕심을 내어 김치를 얻어 배낭에 챙기고 11시22분 마등령(1.4Km)과 봉정암(4Km)갈림길을 지나 이제부터 힘든 산행 길을 오른다. 중간중간 야간산행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나뭇가지에 형광안내봉이 걸려있다. 급경사길은 154개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오르면서 돌아 본 모습은 벌써 가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20분을 헉헉거리면서 올랐는데도 0.4Km진행이다. 간간이 내려오는 산객들에게 마등령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기도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하니 고개 숙인 모습으로 조우하면서 수고하십니다 한마디로 지나친다. 하지만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고 이정표 두 곳을 더 지나며 오세암보다 마등령이 가까워 진다. 고도가 높아지며 철쭉이 제철인 냥 피어 있어 지난주 서리산 산행에서 못 본 아쉬움을 이곳에서나마 만끽한다. 12시17분 등산로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되어 있고 주변에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며 마등령 쉼터에 도착한다. 여기저기 공터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에 나도 공복기를 느끼지만 설악의 멋진 모습을 감상 후 먹어야 될 듯 이곳 저곳을 들러본다. 하늘에 핀 꽃이라는 천화대의 암 봉들과 그 너머 산세의 아름다움은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아름다움에 걸맞게 먹거리도 풍부하다. 주변에서 몇 잎의 취 잎을 따와 주먹밥에 쌈도 싸먹는 멋도 부려보고 술잔에 꽃잎도 띄워 마셔보기도 하며 오전의 산행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근 한 시간의 긴 휴식을 한 후 출발을 하니 몸이 가벼워 마음도 가볍다. 올라온 방향에서 우측 길은 공룡능선이며 그곳은 내일 지나갈 길이고 오늘은 왼쪽 마등령 방향으로 진행, 3.7Km 거리에 있는 비선대를 향한다. 경사 길을 올라 마등령에 도착하여 급경사 계단이 기다리지만 우리는 바위에 올라 멋진 풍광을 다시 한번 의미한다. 범봉이며 1275봉 그리고 그 건너에 화채봉까지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급경사의 계단 길을 내리니 다람쥐가 먹이를 달라고 재주를 부리고 있다. 식 후 20분 진행하여 너덜지대를 가로질러 계속 내리막이 진행되며 전망대에 도착 공룡능선 안내판을 지나 샘터에 도착 기다리는 산객이 많기에 그냥 지나친다. 양 옆으로 깎아지른 바위길인 금강문도 지나 2시 우리일행은 우측으로 빠진다. 이곳이 전망이 으뜸이기에…… 하지만 조심해야 될 일은 가끔 실례를 범한 모습들이 있어 바닥을 잘 보고 지나야 된다. 승호도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건너편 바위에서 있는 폼 없는 품 다 잡는다. ㅋㅋㅋ. 글쓴이의 표현력이 없어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어이 표현할까나 도저히 표현이 안되니 답답할 뿐 여인의 젖 무덤처럼 솟아있는 대청 중청까지도 다가오니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설악의 꽃이라고 하는 산솜다리가 발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아름답다.!! 산솜다리 꽃(일명 에델바이스)를 보니 희미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설악을 처음 접했던 수학여행 당시 아마 1974년이었던 기억이 9월 중순인데도 그때의 비선대 부근과 비룡폭포 부근의 단풍 색은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너무도 아름답게 물들어 있는 그래서 가을이면 이곳에 오고 싶어 안달이지만 와 보면 그 때의 그 모습을 못 느끼고 간다. 왜일까??? 처음 접해본 단풍의 아름다움이 머릿속에 각인되어서 일까? 글쎄…… 결론은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한 눈으로 봤던 아름다움이었던 것 일거라 내 스스로 생각한다. 한가지 더 생각나는 건 우리보다 두서너 살 위로 보이는 사람들의 호객행위, 산솜다리 꽃을 조그마한 액자에다 넣어서 팔고 있었던 모습들…… 그 후 수년이 지나 알게 된 사연은 우리처럼 수학여행을 와서 설악에 반하여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그렇게 지낸다는…… 10여분의 흥분을 가라 앉히고 출발, 10분 진행 샘터 이정표를 지나 2시37분 마등령과 비선대의 중간 위치에 도착 좌측으로 울산바위가 눈에 들어 온다. 오늘 찬우와 은기가 울산바위 릿지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녁에나 볼 수 있을까 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본다. 각설하고 계속 이어지는 내림은 어느덧 맞은편 유선대 꼭대기에 사람 모습이 보인다. 계단 옆으로 하강코스가 있어 한 조가 하강중인 모습을 보며 비선대 0.7Km의 이정표를 3시14분에 지난다. 전에는 너덜지대의 대명사였던 이곳이 돌계단으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급경사이기에 내려가기 급급하다. 16분을 내려오니 좌측으로 금강 굴 이정표가 있고 만우가 기다리고 있다. 현동이 못 가봤다며 승호와 현동이가 올라간다. 금강 굴에 오르면 건너편 풍경이 으뜸인데 오늘은 하산하면서 원 없이 봤기에 나도 잠시 휴식한다. 헌데 금방 내려온다, 그곳에서 건너다보는 풍경이 무지 멋진데 올라갈 때 귀 띰을 해줄걸 생각하지만 엉덩이 먼지만 털고 일어선다. 사람 따라다니는 다람쥐가 눈에 보이니 어느덧 산행 마무리 할 때가 되었나 보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비선대 아치형 다리에 도착한다. 장군봉이며 적벽에 아직도 붙어있는 바위 꾼들을 바라보는 산객들을 뒤로 중간에 내려오면서 막걸리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한 후 30분을 더 걸어 신흥사 앞 불상을 지나 회장님이 기다리는 소공원 앞에서 조우, C지구 야영장에 도착하니 야영장은 자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에 자리를 준비 백담사로 차량 인도하러 간다.
2일째(C지구 야영장~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
오늘 코스는 초입부터 어프로치가 장난이 아니다. 어제 내려온 방향으로 진행하여 여유시간이 되면 대청봉으로 해서 오색으로 하산 할 계획을 은근히 머릿속에 그리지만 어제 마신 술이 약간 장애를 일으키니 중간에 코스를 수정해야 될 듯 승호와 용숙이 불참의사를 어제부터 했기에 회장님과 넷이 출발하기로 하고 점심을 김밥으로 준비해준다. 승호가 입구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출발 공원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그 이상 진출을 못하게 차량을 막는다. 하는 수 없이 그 먼 곳을 걸어 올라간다. 오늘은 어제와 반대로 바람이 없고 햇살이 따갑다. 벌써부터 숨소리가 커지며 켄싱텐호텔앞에서 찬우를 본다. 거기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온걸 보면 권모술수가 대단한가 보다.ㅋㅋㅋ. 우리도 시도 해볼걸 생각해보지만 이미 지난 일, 매표소에서 표 구입 10시에 소공원 입장이다. 거의 30분 이상을 입구에서 소비했기에 아쉬움을 분출한다. 도로에서는 모두들 불만이다 택시와 버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면서…… 중간 식당에서 물을 보충하고 비선대 입구 다리에 도착 찬우팀은 적벽 등반한다고 우측으로 빠진다. 찬우는 아까 봤기에 은기를 좀 봤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기다려 보지만 부부동반이라 늦는단다. 하는 수 없이 아침에 정성들여 만든 용숙표 김밥 두 줄을 건네주고 11시10분 급경사가 기다리는 금강 굴 방향으로 길잡이를 한다. 갈증이 심하여 연신 물을 섭취하며 초입부터 헉헉 어제 내려온 길을 생각하면 무심으로 오름짓하는 것이 최상인 듯, 선두는 회장님과 현동이 잘도 올라간다. 다행인건 공기가 좋아 피로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어제 지나다 본 샘터 이정표를 비선대에서 출발 2시간만인 1시12분에 도착 물을 보충하기 위하여 웅덩이를 보지만 물통에 채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에 포기하고 그냥 진행한다. 비선대 입구에서 마등령까지 약 3시간 20분이 소요된 2시32분에 도착이다. 어제 점심 먹은 장소에는 초만원의 산객들이 운집해있고 공룡능선에서 쉼 없이 산객들이 마등령 쉼터로 모여든다. 자리를 펴고 앉으니 야영장에서 연락이다. 속초 나갈 예정이니 먹고 싶은 거 있는지 말하란다.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늘어 놓는다. 오징어 회와 묵은지고등어조림이 특히 먹고 싶단다. 난 시원한 생맥주 한잔 마시고 싶지만 해결이 안될 일이니 마음속으로만 외친다. 2시45분 드디어 공룡의 등을 넘는다. 이곳에서 무너미고개까지 4.9Km 오르내림은 수도 없고 힘든 구간임은 말할 수 없지만 요즘은 원만한 산행경력이 있으면 모두 지나다니는 코스가 되어 있다. 하기사 오늘 경험해보았지만 수년 전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져 있다. 진행하면서 보니 칠팔십 리터짜리 배낭 메고 운행하는 산객의 모습도 보이지만 전혀 공룡능선과는 상관 없어 보이는 산객도 보인다. 안전시설이 너무 잘 되어 있어 체력적인 요소만 갖추면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해 놓은 공룡은 티라노사우로스가 아닌 둘리의 등줄기처럼 온순해 보인다. 하지만 등줄기에 올라서면 설악의 멋진 풍광을 보여주니 얼마나 멋진 코스인가. 오른쪽으로 용아장성이 암 봉들을 세워 놓고 어서 오라 손짓하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천상에서 내려온 천화대의 바위 꽃들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고, 힘들인 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듯이 아침의 빌빌거림은 모두 사라지고 공룡능선과 한 몸이 되어 오르내림의 묘를 즐긴다. 한 봉우리 넘고 우측에서 좌측으로 또 한 봉우리 지나 좌측에서 우측으로 등산로가 진행되며 달콤한 휴식은 순간순간, 선두의 발이 빠르다. 4시23분 마등령 2.7Km이정표를 지나 물줄기가 있는 곳에 도착하지만 모두들 달라붙어 자리에서 비켜주질 않는다. 아직 물통에는 여유분이 있지만 자꾸 줄어드니 중간에 보충해야지 하면서도 선두 따라가기 위하여 포기한다. 어느덧 1275봉도 지나 때아닌 진달래 꽃을 본다. 봉우리 사이로 찬바람이 불기에 계절의 감각을 잊었는가 보다. 30분을 더 진행하여 드디어 희운각대피소 1.5Km의 이정표 숫자를 확인한다. 이제 길 고긴 능선종주가 마무리 되간다. 대청봉으로 기울어져가는 햇살은 5시가 넘었는데도 따갑게 느껴지며 헉헉거림은 내 트레이드마크처럼 선두와의 거리는 항상 선두가 배려한다. 그래야 나하고 같이 하산 할 수 있으니.ㅋㅋㅋ. 시간은 흘러 마지막 봉우리를 넘게 되고 드디어 능선 안내도가 나타나며 저 아래 희운각이 보인다. 서둘러 내려서니 마지막 샘터가 나오며 물통 가득 채운다. 부자가 된 듯 여유가 생기며 한 모금 마셔보니 이보다 더 꿀맛은 없으리라. 약간의 경사 길을 올라 5시46분 드디어 공룡의 등줄기에서 내려온다. 비선대에서는 찬우가 기다리고 있다고 독촉하니 잠시 쉴 틈도 없이 좌측으로 4.7Km 전방에 있는 비선대로 하산하며 대청봉 2.5Km거리에 있다고 현동이는 머뭇거린다. 양폭대피소(1.8Km)까지 40분만에 도착, 막걸리라도 얻어 마실까 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계곡과 가깝게 있던 건물이 위쪽으로 이동하여 건축한 대피소는 말 그대로 대피소가 되어 있다. 칠선골 입구도 지나고 귀면암 오르는 계단의 숫자도 세어보지만 이제는 머릿속이 하얀색으로 변하니 그냥 내달린다. 끝없는 길인 줄 알면 진행을 안 하겠지만 어디가 끝인 줄 알고 진행했으니 포기도 못하고 중간중간 힘들어하는 등산객들을 추월하여 7시40분 비선대 아치형 다리를 지나 대피소에 도착 찬우를 찾으니 벌써 하산했단다. 막걸리를 시켜도 답변이 없어 포기하고 중간 식당에서 막걸리로 산행 마무리를 하고 나니 서쪽에는 예쁜 초승달이 소나무에 걸려있다.
※후기
3일의 연휴를 설악이라는 멋진 곳에서 원 없이 산행하며 끈끈한 정을 나눈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에 참석한 만우(발), 현동(눈), 승호(허리), 용숙(?)이는 몸 상태가 등산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힘든 기색 없이 이틀의 산행을 잘 마무리하여 선배로서 무척 고맙게 생각. 그리고 참석하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응원해준 미영이 고맙고…… 기회가 되면 같이 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