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시작한 인력파견업체 소속하여 플라스틱 창호 공장 생산직 근무를 3월말에
마감했습니다. 우선 거리가 멀어 출퇴근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려다보니...
그런데 여의치 않아 봄날 다가고, 저희 동네에 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수원 호매실 택지개발공사가 진행중이라 그 중 요진건설산업에서 시공하는 현장에
찾아가서 6월 4일부터 직영 잡부로 일했습니다. 일당 5만5천원. 종감실 OB모임에서
안양 삼성산 산행 가기 며칠전이었죠. 장상문 회장님께서 제게 연락하시며 저의
근황을 물으시길래 직영 잡부로 일하게 됐다고 말씀드리니 사람 무안할 정도로
한참을 껄껄대며 웃으시더군요. 감독하던 입장에 있던 놈이 밑바닥에서 일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도 같은 생각으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말단에서 육체노동을 하니 그저 부지런히 몸으로 때워 일만 하면
될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더군요.
거기서도 직영 작업반이라는 조직이 있고 인간관계도 있고...
저는 일요일은 다 쉬기로 했는데, 경조사에 참석할 일 있어서 토요일에 쉬려 하면,
직영반장님이 "일요일은 다 쉬면서..." 이런 말씀이 나오고,
제가 건설현장 육체노동은 처음이라 반장님이 제 일하는 걸 맘에 안들어 하시고
"그 잘난 거 하는데 뭐 그리 꾸물거려?" 이런 말씀을 흔히 하시고,
같이 일하는 직영 인부 2명에게서 듣기로는 직영반장님이 열아홉살 적부터 50년간
노가다 생활하셨다니 연세가 70세 안팎이신듯 한데 연로하신 탓인지
당신이 방금 하신 말씀도 잊어버리시고 엉뚱한 소리를 하시는 경우가 많으시더군요.
예를 들어, 작업지시하시며 창고에 가서 연장 뭐뭐 가져오라 말씀하셔놓고는
창고에 다녀오면, "일 나가지 않고 뭘 꾸물거리고 있어?" 이런 식이죠.
정신없는 노인네하고 싸울 수도 없고, 웃고 말아야죠.
또한 제게 오랜 세월 계속된 지병이랄 수 있는 과민성대장증상이 육체노등을 해서
그런지 요즘은 많이 양호해진 상태인데 화장실 가서 좀 시간이 걸리면 반장님이
또 문제삼으시더군요. 그래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7월 6일까지 근무하고
그만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