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CF, 청년지도력 소통과대안이 함께 준비한 [기독청년학생을 위한 사회선교학교] 첫 시간 열었습니다. ‘몸과 먹거리, 하나님나라’를 주제로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의 재원님이 이야기 나누어 주셨습니다.
인수마을밥상 벽에 적힌 밥상 기도문을 보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라는 첫 문장은 "서로 살리는 밥이 되어 살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과 연결됩니다. 내게 생명을 내어주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며 밥의 고마움을 깨닫고, 나도 그런 밥으로 살겠다는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서 인수마을밥상을 이루는 것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흙과 농부의 수고로 작물이 자라고, 그 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지기의 손을 거쳐, 우리 몸에 생명이 들어오고, 그것이 다시 부산물이 되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 생명순환의 밥상을 유지하는 달밥(한 달치 밥값을 미리 지불하며 밥상운동에 동참), 울력(일손이 여럿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노동에 참여) , 지킴이(밥상 마감 청소)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덕분입니다. 육아 품앗이로 부모들이 번갈아가며 밥 짓고 나누던 밥상이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마을밥상이 되기까지 수많은 생명이 인수마을밥상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생명순환의 원리를 따르면 자연스레 절기의 흐름을 읽게 되고 소박한 입맛을 이어간다고 하셨습니다. 밥을 소비로만 여기는 허상에 붕 뜨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차근히 거쳐야 할 과정인 '살림'을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일회용기나 바깥 음식을 줄여가는 실천과도 연결됩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라는 거대한 이야기에 앞서 '내가 선택하는 먹거리가 얼마나 건강한지, 내가 먹는 것과 기후위기가 어떤 관계인지'와 같은 작지만 실천 가능한 고민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자연의 흐름보다 인간의 욕망을 먼저 생각한 인위적인 먹거리 대신, 더불어 나누는 밥의 힘으로 우리 역시 밥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서로 밥이 되어 살아가는 곳에서 현실이 됩니다. 생명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과정이 하나님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는 떡을 떼고 발을 씻기고 말씀을 들은 사람들이 배고픈 채 흩어지지 않게 하셨습니다. 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며 밥상 나눔 잔치를 일상에서 펼쳤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건 몸에 생명을 모시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존재를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모시는 것, 낯선 밥상 노동에 함께하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도록 모시는 것.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명에 대한 ‘모심’의 자세가 아닐까요?
강의 시작 전에 인수마을밥상을 둘러봤습니다. 벽에 적힌 밥상 기도문, 늦은 저녁까지 밥상을 지키는 여러 손길 직접 마주했습니다. 홀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인수마을밥상이 밝히는 불빛이 희망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