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 비수구미 트레킹(2014. 6. 5)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강원도에서도 오지중의 오지마을로 손꼽히는 '비수구미 마을'.
평화의 댐 아랫자락에 소박하게 숨겨져 있는 오직 세 가구만 사는 초미니 마을이다. 마을 뒤편으로는 산세 험한 고산준봉이 우뚝 솟아있고 앞으로는 계곡이 흘러 강을 만난다. 파로호의 물이 집앞까지 찰랑대기 때문에 비수구미는 험한 산세에 막히고 강물에 반쯤 잠긴 오지중의 오지다.
이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를 포기해야만 한다. 일제가 만든 화천댐은 이 일대의 마을을 모조리 수장해 버리고 말았다. 댐이 세워지고 뭍이 물에 잠기자 사람들은 눈물로 호수를 채우며 고향을 등졌다. 다만 산을 태워 밭을 일구던 화전민 만이 산 등성이에 남아 생계를 유지했다.
비수구미에 들어가는 방법은 비수구미 계곡 임도길을 따라 6km 정도 걸어가는 방법과 평화의 댐 근처 포장도로 끝에서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비수구미는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홉가지의 아름다움이 숨쉬는 계곡(泌水九美)과 물이 굽이쳐 흘러가는 후미진 오지(飛水口尾)가 그것이다. 본래는 조선시대 무단벌목을 막기위해 세워놓은 비문(非所古未 禁山東標)에서 비수구미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비수구미는 그동안 접근이 힘든 오지마을이었으니 KBS 인간극장 '웰컴 투 비수구미'를 통해 산채비빔밥을 파는 김영순씨 가족이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집 산채비빔밥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맛있는 별미로 알려져 있다.
●해산터널-비수구미계곡-비수구미 마을(6km/1시간 30분 소요)
▼비수구미 트레킹은 해산터널 막 지나 있는 '해산령 쉼터' 앞 도로 건너편에서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길 6km를 가야 비수구미 마을을 만난다.
▼출발 전 간단하게 준비운동으로 몸부터 푼다.
▼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수구미 마을 트래킹의 시작이다. 이 철문을 만든 이유는 자연 생태계 보호 및 수질보전을 위하여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통제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우리 트레킹팀 말고도 관광버스 4대에서 내린 트레킹 인파로 시작부터 줄을 지어 걷는다. 평일인데도 이러니 주말이면 오죽할까 생각해 본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임도길은 내리막이라 힘들진 않으나 바닥의 돌이 발바닥을 힘들게 한다.
▼이러다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인파를 앞지르기 위해 차츰 속도를 내본다.
▼비수구미 마을까지 총 6km중 1/3 지점 통과
▼내 인증샷도 부탁해서 찍었다. ㅋㅋ
▼요염되지 않은 청정계곡
▼길섶엔 수많은 들꽃들이 피어있다.
▼보라색이 예쁜 '꿀풀'
▼태고의 정적이 느껴지는 생태계
▼4km 왔으니 2/3 왔구나...
▼걷는 내내 산딸기, 오디(뽕나무 열매) 등을 따먹는 재미 또한 오지 트레킹의 묘미다.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장쟈크 룻소의 고백론 중에 나오는 말이다.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호젓한 길을 걷다보면 혼자만의 사색에 빠질때가 많다. 근교 산행에선 마주치는 등산객도 많지만 때론 서로 스치며 나누는 인사도 사색에 방해가 되고, 라디오 음악을 크게 틀고 오르는 노인들도 방해되고, 진한 향수 냄새 풍기며 스치는 여인까지도 사색에 방해가 된다. 그런데 이런 길은 혼자서 한참을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색에 빠져들고, 사색의 끝은 무념무상, 시간이 멈춘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요즈음 무겁게 가라앉은 이 사회적 분위기.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이젠 모두들 떨쳐내고 힘을 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린 그래왔으니까.
▼생각에 잠겨 걷다보니 어느새 눈 앞에 비수구미 마을이 짜잔~하고 나타난다.
▼세 가구만 산다는 오지마을, 파란 지붕의 이 집이 오늘 점심을 먹을 집이다.
▼집 앞엔 출렁다리도 보이고.
▼산채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비수구미 마을 김영순씨 집. 어른들의 바쁜 일손을 젊은 아이들(?)이 돕는다.
KBS TV 인간극장 방송을 탄 후로 밀려드는 인파로 눈코 뜰 새 없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 정말 못말린다.
허긴, 나도..ㅋㅋ
▼이 집의 별미, 시골밥상 '산채비빔밥'
▼여섯가지 산나물이 나오고 양푼이에 넣고 고추장 섞어 썩썩 비벼 먹는다. 구수한 된장국도 입맛을 돋군다.
▼앞마당엔 가지런한 장독대, 참 정겹다.
▼일찌감치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마을 앞 계곡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비수구미 마을-수변길-선착장(2.2km/50분 소요)
▼점심도 먹었으니 배는 부르겠다, 천천히 마을을 출발한다. 멋진 출렁다리위의 우리 일행.
▼다리를 건너자 마자 호젓한 산길이 나타난다.
▼파로호를 끼고 산비탈에 나무 데크 길이 이어진다.
▼물길을 가르는 모터보트. 호수에 물이차면 비수구미 마을 바로 앞에서 배를 타고 화천댐까지 갈 수 있다.
▼무더위도 이 숲길에선 맥을 못춘다.
▼숲길이 끝나고 나타나는 수변길
▼눈앞에 타고 갈 버스가 보인다.
비수구미 생태길 트레킹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평화의 댐과 화천 산소(O2길)길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