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족濯足’
『맹자』 에서의,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굴원(屈原,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정치가, 시인)의
고사에서 유래한 이 구절은, 물의 맑음과 흐림이 그러하듯,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부터 ‘탁족’은, 문사들과 화백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왔다.
탁족濯足/김원룡
분수대로 살면 욕먹을 일 없고
만족할 줄 알면 절로 한가롭다.
분수를 모르니 욕을 먹는 거고
매사 만족을 못하니 허둥대는 거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면
삶이 풍요롭기보단
더 허허로워진다는 이야기이다.
“안분신무욕 安分身無辱
지족심자한 知足心自閑”
굴원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가나 연못가를 거닐며
슬픈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겨워 초췌해지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父)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하고,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이렇게 추방을 당했소.”
어부가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을 따라 나가니 세상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왜 그 진흙을
휘젓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薄酒를
마시지 않고는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였소?”
굴원이 이 말 듣고 대답하였다.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모자) 먼지
털어 쓰고, 막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하였네.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에 뛰어들어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이요?”
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려 떠나며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릴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어부는 마침내 떠나가고
굴원은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못하였다.
창랑의 물이 맑은 때란 치세를,
창랑의 물이 흐린 때란 난세를 의미한다.
그리고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의관을 정제하고 정치와 사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뜻이고,
발을 씻는다는 것은 은거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맑은 정신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발을 씻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