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되게 하신 하나님 뜻 따라 걷겠습니다”
고대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 교내 기독모임 활성화 노력
[인터뷰] 고려대학교 신임총장 김병철 장로(성은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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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철 총장(고려대학교, 성은감리교회) |
김병철 장로(성은교회)가 지난 2월 28일 고려대학교 제18대 총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자연계 출신으로는 첫 고려대 총장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김병철 총장. 그가 고려대 역사 상 최초의 크리스천, 특히 감리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장 김한중 장로와 함께 감리회 장로로 대한민국 명문 사학의 다른 한 축을 짊어지고 갈 김병철 총장을 지난 6일 취임 이후 첫 주일예배를 드린 성은교회(담임 김인환 감독)에서 만났다.<편집자 주>
고려대학교의 제18대 총장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리교 장로님의 총장 취임소식에 모든 감리교회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총장이 되어 기쁘다기 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고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크리스천 교수가 우리 고대에서 총장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 인 것 같습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총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총장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려대가 1905년에 설립되어 금년에 106주년을 맞으니 역사가 그리 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학문에서 세계에서 주목받는 나라가 되기까지 고려대도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먼저 시작된 인문사회과학에 비해 자연계의 역사는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연계에도 훌륭한 교수들이 많지만 인문사회과학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연계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쪽에서 총장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왔고, 그런 바람이 자천타천으로 저에게 총장의 꿈을 갖게 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선거과정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고비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이 다 들어주셨습니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무지렁이 같은 저를 부르신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으실 것이라 믿고, 열심히 기도하며 주님이 보여주시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취임사에서 21세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하셨습니다. 이 가운데 임기 동안 고려대를 세계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꼽는다면 무엇인지요.
지난 1세기가 ‘민족고대 100년’이라면, 글로벌시대를 맞아 ‘세계고대 1000년’. 21세기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원대한 꿈을 가진 고대상을 만들자는 것이 제가 품고 있는 비전입니다.
이제 고대는 민족을 살리고 민족을 부흥시키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시대, 다문화사회를 포용하고 이끌어나갈 세계 속의 고대가 되어 급변하는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지혜로운 글로벌리더를 양성해야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신지식을 창조해서 인류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마다 ‘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고대는 우리 학생을 길러서 세계에 내보내는 것과 함께 외부에서 학생들을 불러와 한국화 시키고 고대화 시켜서 보냄으로 우리 고대정신, 대한민국의 얼을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하는 것에도 관심을 쏟고자 합니다.
고려대학교의 약사를 보니 1905년 5월로 보성전문학교로 거슬러 올라가던데, 혹시 감리회와 연관성은 없으신지요.
고려대학교는 종교와 무관한 대학입니다. 1905년 고종황제의 명을 받아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자는 일념으로 이용익 선생이 보성전문학교를 시작했지만, 곧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어 이용익 선생은 해외로 망명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의암 손병희 선생이 잠시 그 책임을 이어받았다가, 1932년 인촌 김성수 선생이 본격적으로 본교 경영을 맡으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1년, 고려대가 우석대학교 의과대학을 흡수 통합해 고려대의대가 되었는데, 우석대 의대의 전신인 수도의전 간호학과 설립자 한 사람이 감리회와 연관된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혀 무관하다고 만은 볼 수 없겠지요.
고려대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3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에 교목시스템이나 채플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계시던데요.
4년 동안 대학을 위탁은 책임자로서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고대가 하나님께 가까운 대학, 주님을 섬기는 대학으로 거듭나면 좋겠지만, 학교가 종교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면 섭리 속에서 무엇인가 뜻하신 바를 이루어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중에도 수 백 명이 크리스천이고 신실한 신앙인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석률은 높지 않지만 대학 안에 교직원과 학생이 함께하는 기독교 모임이 있는데 활성화시키는 일도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고대가 신학생을 양성할 수는 없지만 목회자나 평신도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11일에 고대출신 목회자들의 모임인 고목회와 모임을 가질 예정입니다. 좋은 이야기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인환 감독님이 총장님이 교회의 예배부를 맡아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칭찬하시던데, 총장님의 신앙이력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전통적인 유교집안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에는 전혀 믿음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할아버지가 영세를 받고 돌아가셔서 성당에는 몇 번 나가본 적은 있지만 교회에는 발을 디뎌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아내(김명희 권사, 현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저를 믿음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영락교회에서 학습을 받고 첫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이후 이사를 하며 막 개척한 한강감리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유학을 다녀와서는 삼선감리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김인환 목사님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김 목사님이 UMC에서 성은교회로 부임하셔서 지금까지 10여 년간 함께했습니다. 사실 김인환 목사님이 저에게 총장의 꿈을 심어 주신 분입니다.
임기 4년 동안 총장이라는 큰 직임을 수행하시게 되셨는데, 감리교회에 부탁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기도 부탁이 있으시다면
교수로서 연구하는 것과 총장으로서의 역할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 두려움이 앞서지만, 여호수아 1장 9절의 말씀처럼 강하고 담대하자. 하나님이 나를 보내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약속을 묵상하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의 첫 번째 바람은 고대를 세계적인 일류대학 만들겠다는 것인데,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우리 고대가 든든한 반석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건강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십사 기도로 후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