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reason
보름동안 몰입!!
8장 육도윤회도의 해설

1) 개요
육도윤회도는 티베트어로 씨빼콜로(윤회의 수레바퀴)이다. 모두 네 겹의 원으로 구성된 생사윤회의 수레바퀴를 죽음의 왕이라 부르는 염라법왕이 커다란 입과 쇠갈퀴같은 양손과 두발로 꽉 움켜잡고 있다. 이것은 삼도육계의 중생들이 윤회에서 해탈하지 못하면 나고 죽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음을 표시하고 중생들이 업과 번뇌의 힘에 의해서 수레바퀴처럼 육도세계를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을 나타낸다.
2) 성립배경
이 육도윤회도가 그려진 역사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이여, 이것은 괴로움의 진리인 고제이며 이것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인 집제이며 이것은 괴로움이 소멸한 진리인 멸제이며 이것은 괴로움을 없애는 길인 도제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부처님께서 친히 사부대중에게 사성제의 가르침을 누누이 가르쳐 보이심과 후세의 중생들 또한 사성제의 가르침을 알고 알지못함의 차이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관찰하시고 '법당의 문 입구와 승방 등에 그려놓고 또한 널리 전파하도록 하라'고 말씀하심에 따라서 사제의 진리를 순차와 역순으로 표현하여 윤회와 해탈의 길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3) 내용설명
이 육도윤회도는 모두 네겹의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중앙에 있는 작은 동그라미 가운데 그려진 비둘기와 뱀, 돼지 셋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차례로 탐, 진, 치 삼독의 번뇌를 표시함과 동시에 이 삼독이 서로를 의지해서 일어나고 생사윤회를 일으키는 근본임을 나타내 보였다.
두번째 흑색의 동그라미는 먼저 좌우로 구분한 뒤 오른쪽은 흰색으로 왼쪽은 검은색을 그렸다. 이것은 각각 선업과 악업 둘을 표시하고 선악의 두가지 업이 앞의 삼독과 동무가 되어 윤회를 낳는 것임을 표시하였다. 오른쪽에 그려놓은 아름다운 남녀의 모습과 왼쪽에 그려놓은 흉한 모습의 남녀와 동물들을 선취와 악취에 태어나는 바르도의 중생들 모습을 각각 나타낸다.
세번째, 육도를 표시하는 동그라미는 크게 위아래로 구분한 뒤 위쪽은 선취를 아래쪽은 악도를 표시하였다. 위쪽은 다시 셋으로 구분하여 가운데 공간은 천상세계를 오른쪽은 아수라세계를 왼쪽은 인간세계를 표시하였다. 본래 인도에서 전승되는 육도윤회도에는 천신과 아수라 세계를 하나로 묶어서 표시하였으나 뒷날 티베트에서 이 둘을 각각 구분하게 되었다. 아래쪽 역시 셋으로 구분하여 가운데 공간은 지옥세계를 오른쪽은 아귀세계를 왼쪽은 축생세계를 각각 표시하였다. 또한 각 세계마다 그 세계를 교화하는 여섯 부처님을 안치하고 각 세계의 특징들을 그려놓았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육도윤회도와 마찬가지로 이 윤회도는 그 내용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육도세계를 구제하시는 여섯 부처님들의 명호는 다음과 같다.
천상계의 붓다는 사성제를 설법하는 상징으로 손에 비파를 들고 계시는 인드라 샤따그라뚜(제석왕불)이며
아수라계의 붓다는 전투의 고통을 막아주는 상징으로 손에 갑옷과 칼을 들고 계시는 웨마찟뜨라이며
인간계의 붓다는 탐욕과 버림을 상징하는 표시로 손에 발우와 석장을 들고 계시는 쌰까씽하이며
축생계의 붓다는 무명과 우치를 없애는 상징으로 손에 경전을 들고 계시는 두르와씽하이며
아귀계의 붓다는 기갈의 고통을 없애는 상징으로 손에 보함을 들고 계시는 즈왈라무카이며
지옥계의 붓다는 한열의 고통을 없애는 상징으로 손에 불과 물을 들고 계시는 다르마라자이다.
네번째, 바깥의 동그라미는 생사윤회의 근본인 12연기의 지분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을 그려 놓았다. 첫칸에는 눈먼 늙은이를 그려 놓아서 순차의 12연기의 시초가 되는 무명을 표시하였다. 이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갈 곳을 모르고 헤매듯이 무명에 덮인 중생들도 해탈의 길을 모르고 삼계속을 방황하며 온갖 생사의 괴로움을 받는 것을 장님에다 비유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첫칸은 무명을 상징하는 축생계 곁에서 시작한다.
둘째칸에는 도공을 그려서 행을 표시하였다. 도공이 흙으로 갖가지 그릇들을 만들어 내듯이 중생들 역시 갖가지 선악의 업을 지어서 삼계에 윤회하면서 갖가지 몸을 받는 것을 도공에 비유하였다.
셋째칸에는 창문이 여섯개 달린 집안에 한마리 원숭이가 여섯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듯이 알음이도 눈, 코 등의 여섯 감각기관을 통해서 바깥의 여섯대경을 인식함으로써 알음이를 원숭이에 비유하였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는 침상에서 잠자는 사람을 그려놓았다.
넷째칸에는 뗏목을 그려서 명색을 표시하였다. 뗏목의 운행에 필요한 노 등의 도구들이 완비되면 물을 건너 갈 수 있듯이 명색을 갖춤으로써 세상에 태어나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윤회세계에 태어나서 삶을 영위하지 못함으로 명색의 갖춤을 뗏목에다 비유하였다.
다섯째칸에는 빈집을 그려서 여섯 감관을 뜻하는 육입을 표시하였다. 빈집을 밖에서 보면 안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무도 없듯이 비록 육입인 여섯감각기관이 성립되면 그 속에 마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제일의 분상에서는 마음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섯 감각기관들을 갖춘 몸이 실제로는 빈집과 같음을 비유하였다.
여섯째칸에는 포옹하고 있는 남녀를 그려서 촉을 표시하였다. 남녀가 포옹하고자 하면 서로 만남이 필요하고 만약 만나지 못하면 접촉이 생기지 않듯이 촉도 여섯대경과 여섯감관이 여섯 알ㄹ음이 셋이 서로 만남으로써 발생한다. 그래서 촉을 남녀의 포옹에 비유하였다.
일곱째칸에는 눈에 화살을 맞은 사람을 그려서 수를 표시하였다. 눈에 화살을 맞으면 곧바로 느낌이 생겨서 아픔을 받듯이 느낌도 좋고 나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셋 가운데 어느 하나를 만나면 바로 그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수를 화살 맞은 눈에 비유하였다.
여덟째칸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을 그려서 애를 표시하였다. 술을 좋아하면 아무리 마셔도 만족을 모르고 계속 술생각이 나듯이 갈애도 그와 같아서 아무리 즐겨도 채워지지 않고 계속 일어난다. 그래서 애를 술마시는 사람에 비유하였다.
아홉째칸에는 원숭이가 과일을 따는 것을 그려서 취를 표시하였다. 이것은 나무에 올라가 과일맛을 보고나면 그 맛에 끌려서 모든 과일을 따서 가지려고 한 것과 같이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마침내는 그것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취를 과일을 따는 것에 비유하였다.
열째칸에는 아이를 잉태한 산모를 그려서 유를 표시하였다. 비유하면 9개월 10일이 지난 산모가 출산의 조건을 갖추면 실제로 아이를 낳음과 같이 유의 인연이 다음 생을 낳는 업력이 되고 다음 생을 실제로 성립시킨다. 그래서 유를 산모에 비유하였다.
열한번째칸에는 출산하는 모습을 그려서 생을 표시하였다. 달수가 차면 자연히 아이를 낳듯이 유의 업력이 충족되면 반드시 후생에 태어나서 업에 상응하는 몸을 얻음으로써 생을 출산에 비유하였다.
열두번째 칸에는 노인과 화장터를 그려서 12연기의 마지막인 노사를 표시하였다. 늙은이가 무거운 짐을 지고 고통을 받다가 마침내 죽어서 화장터에 버려지듯이 사람의 몸도 업력에 의해서 생겨난 유위법인 까닭에 결코 생노병사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일깨워주고자 늙은이에 비유하였다.
이와같이 육도세계를 염라대왕이 입과 손발로 꼭 움켜잡고 있는 모양으로 그린 것은 업과 번뇌의 힘에 의해서 윤회세계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은 최후에 죽음의 신인 염라대왕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음이 없으며 또 삼계에 윤회하는 모든 중생들은 삼고에 의해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음을 표현한 것이다
참고) 삼고 : 육도의 모든 중생들이 받는 갖가지 고통을 총괄하는 3가지 고통. 고고, 피고, 행고
고고는 그 자체가 고통느낌(고수)인 까닭에 고고라고 함.
피고는 일시적인 즐거움을 주는 느낌을 뜻하며 추울때 태양을 쬐면 처음에는 좋으나 나중에는 고통임
행고는 유루의 비고비락의 평등한 느낌.
이 12연기는 중생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표시한다.
무명, 행, 식 셋은 나머지 여덟가지 지분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자 명색을 낳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까닭에 삼능인지라고 한다. 명색, 육입, 촉, 수 넷은 그 결과인 까달에 사소인지라 한다. 애, 취, 유 셋은 생을 일으키는 까닭에 삼능성지라 부르며, 생, 노사 둘은 그 결과인 까닭에 이소성지라 부른다.


끝으로 윤회를 소멸하는 것은 도제이다. 이 도제의 내용을 요약한 게송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선업의 길을 열고 악업을 멈추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배우라!
늪위에서 편히 쉬는 꼬끼리같이
염라왕의 죽음의 군대를 무찌르라!
만약 어떤 이가 이 게으름을 버리고
이 비나야(율의)의 법을 근수하면
윤회의 수레바퀴가 굴음을 멈추고
금생이 마지막 괴로움이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