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방송의 역할(장일범, 발렌티노, 음악 평론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CPBC 가톨릭평화방송은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사를 드릴 수도 없고, 성당에도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의지할 것은 오로지 가톨릭평화방송 TV의 매일미사 뿐이었습니다. 영성체를 직접 할 수 없는 슬픔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주교님, 신부님들과 영상으로 만나면서 깊이 있는 강론에 감동하고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가톨릭평화방송의 시청률은 한국의 종교방송 중에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모든 방송국 중에서도 6위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미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가지 못하시는 분들이 가톨릭평화방송의 TV 매일미사를 시청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에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장면이 기억납니다. 이탈리아에서 많은 인명이 세상을 떠나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였습니다. 그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서 코로나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를 홀로 집전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가톨릭평화방송 TV가 미사를 생중계해줬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 함께 기도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고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본 것이었지만 안드레아 보첼리가 밀라노대성당(Duomo) 안팎에서 전 세계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 부르던 장면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요셉마리)가 명동대성당에서 연주하던 엄숙한 모습,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사명감으로 의료 일선에서 맹활약한 의료진을 위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명동대성당에서 열었던 음악회도 떠오릅니다. 저는 16년 전쯤 이탈리아 챔버 오케스트라의 북부 연주 투어에 동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곳곳의 마을 연주회가 모두 성당에서 열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마음으로 가깝게 여기는 성당을 공연장으로 활용해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명동대성당 음악회도 좀 더 정기적으로 했으면 하는 소망을 밝혀봅니다.
최양업홀에서 봄, 가을 시즌에 열리는 정오음악회도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정오음악회를 보러 동네의 많은 어르신이 중림동 약현성당 옆 가톨릭 성음악아카데미의 최양업홀을 찾았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요즘은 무관객 공연으로 전환해서 청중이 없는 가운데 진행되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지면 다시 청중을 맞으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공연 역시 가톨릭평화방송 TV와 라디오를 통해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또 가톨릭평화방송도 시대에 맞게 유튜브로 복음을 전파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을 비롯해 모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이 게스트가 출연할 때 대부분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하면서 청취자 여러분 곁으로 더 친숙하게 찾아뵙고 있습니다. 열심히 사명감을 갖고 제작하고 있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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