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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굴린 돌에 치 죽는….”
나의 예언이다. 아크로비타궁 건돌도사의 점괘가 아니다. 무왕검사족(The Tribe of Shaman-Cross Cutor Cult) 추장 돌열이 굴리는 돌을 보다, 유년의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라는 거울 속에 나타난 내일을 본다.
*
교회는 다시 예배소가 되었다. 동네 옆 남산 큰 바위 아래의 고자 예수쟁이 예배소가 동네 가운데로 옮긴 해 심은 마당 감나무 가지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릴 때쯤에 비로소 내시 대감이 세운 예배당이라 불리던 소야교회가 이제는 도시 사람들의 구시, 여름 한 철 예배소가 되었다. 고종황제 내시가 되기 위해 고환을 스스로 까고 천리 밖 한양 길을 떠났던 할배가 성경책을 파는 권서가 되어 고향에 잠시 들러 세운 예배소는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그 옛날 예배당 마당 감나무 아래서 봄에는 감꽃을 따 먹고, 여름에는 감나무에 붙은 매미를 잡고, 가을날 마당에 떨어진 감나무 잎을 빗자루로 쓸다 홍시를 발견하고 다람쥐같이 감나무를 오르곤 했다. 혼자 감나무에 오른 날은 동네 밖을 향해 목을 길게 빼곤 했다.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감나무는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그 병적 궁금증은 걷고 또 걸어 생긴 발바닥의 굳은살같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유난히 감나무에 홍시가 많던 해의 크리스마스이브 밤에는 남자 출입문과 여자 출입문이 늦게까지 열렸고, 돌열이 자기 고무신을 찾다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갔었다. 믿었던 동후이 일찌감치 자기 검정 고무신은 양손에 한 짝씩 들고, 돌열의 새 신을 신고 하얀 눈밭을 내달린 밤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흰 고무신 못 봤나?”
“니도 눈 감고 기도했나. 다음부터 눈 뜨고 해라. 신 없이 맨발로는 천당은커녕 헛간도 못 간다 카더라.”
“우째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고. 쩌어억 벌린 다리는 좀 오므리라. 비좁다.”
“시, 신이~, 내 신이 왜 없노?”
“무신 짚신도 잡신도 아니고, 내 신 네 신이 어디 있노. 무당 법구 치는 소리 말고… 신은 믿어야 한다고 방금 기도 시간에 안하더나. 신은 먼저 신는 놈이 임자다. 아무 끼나 얼렁 신으면 네 신이 된다.”
“신은 잘 모셔야지, 발에 신어뿌리면 지옥 간다고 했다 아이가.”
“봐라, 니 싹수가 훤하다. 내 말뜻을 알아 묵어야지. 떡잎만 봐도 장차 팥을 매달지 콩이 열릴지 다 알겠다. 내 신을 네 신이라 우기면 우짜노.”
“니도 암소 엉덩이 검사대장 황소같이 남의 신짝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면 되겠나?”
“듣고, 보고, 하고 가운데 제일은 하는 것이다. 헌 걸레짝이라도 냉큼 신고 봐라.”
돌열이 어둠 속에 주섬주섬 신짝을 찾아 손에 잡히는 족족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사실 고무신 콧등에 이름을 새겼어도, 아침에 주인이 뒤바뀐 것을 알아채고 동냥질하듯 집집이 돌아 신을 되찾는 날도 흔했다. 이놈 저놈이 번갈아 신은 헌신짝도 발에 걸리는 대로 일단 먼저 신고 내빼는 놈이 장땡 도사였다. 호박엿을 바지게에 지고 나타난, 간첩이나 밀정 순사로 의심스러운 엿장수가 동네를 훑고 간 날 저녁 예배 기도할 때는 대부분 눈을 감지 않았었다.
그날 밤늦게 돌열이 오른발은 맨발, 왼발은 남자 신발장 뒤에 숨어있던 코가 터진 말표 검정 고무신을 신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눈을 감고 마지막 순서 주기도문을 외울 때 동후이 일찌감치 남의 신을 신고 내달린 걸 까마득히 모른 채, 하마터면 남이 신던 헌신짝 밑창 냄새만 맡다 날이 샐 뻔했다.
*
남산 응달에 쌓인 눈이 녹을 무렵에는 예배당 마당에서 술래잡기와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발바닥에 땀이 차 고무신이 벗겨지면 맨발로 연자방아를 돌며 술래잡기를 했다. 돌열이도 새 신을 신고 연자방아를 돌다 뒤꿈치가 까지고 피가 나자 재택이 신던 헌신짝으로 바꿔 신기도 했다.
가끔은 일요일 이른 아침에 옆 동네 사람도 소를 몰고 와 연자방아를 돌렸다. 소가 없는 집은 동네 소를 잠시 빌려 예배 시간을 피해 연자돌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 연자방아 덕분인지는 몰라도 예배당은 인근 동네 사람들 입에서까지 슬금슬금 소야교회라 불렸다. 연자방아에 곡식을 찧기 위해 예배당 종소리에 귀 기울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아는 뭐든 껍질을 까고, 또 가루로 만드는 재주가 남달랐다.
장사꾼이 연자돌을 가져가고 새벽마다 사람들 잠을 깨우던 종소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끝내 기와지붕 처마 밑에 있던 종을 팔아 철탑을 세워 확성기를 틀었지만, 물길을 돌리는데 별수가 없었다.
집 앞 개울 피라미도 미끼를 달지 않은 낚싯바늘을 덜렁 물고 물 밖으로 끌려 나왔다. 논들 물웅덩이 사는 붕어도 냅다 점찍은 물속 떠다니는 지렁이를 한입에 물었다. 사람들도 먼 남의 나라 예루살렘 가나안 땅 이야기를 듣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앞을 다투어 동네를 떠났다.
겨울의 끝, 봄의 시작은 늘 남산 둔덕이 먼저 알렸다. 응달 눈 녹은 자리에도 푸른 새순이 돋고 곧 꽃이 피었다. 봄부터는 산에 가면 먹을 게 있었다.
“참꽃도 모리면서 똥오줌은 분간하나?”
“개꽃을 따 입에 쑤셔 넣는 별난 놈….”
돌열이 진달래보다 검붉은 개꽃 철쭉을 따 먹고 새남터 가는 길 위에서 왝왝 토하기를 거듭했다. 새남터에는 어쩐지 좀 무서운 큰 뫼가 있었고, 나뭇가지가 모두 관솔인 큰소나무가 동네를 바라보고 한 줄기 바람에도 울었다. 왜놈 가미카제 비행기 기름으로 송진을 공출한 당산 소나무보다 큰 가지가 열 개가 넘어 큰소나무로 불렀다.
동네 앞 새남터 가는 오솔길에서 한동안 놀았다. 돌열은 그 떡잎 때부터 특출했다. 길에 나뭇짐 진 사람이 빠지도록, 길을 따라 여물통같이 생긴 허방다리 만드는 재주가 남달라 허방도사라 불렸다.
그날도 길 가운데 판 구덩이에 물 대신 오줌과 똥을 싸고… 솔가지로 덮은 다음, 다시 마른 흙으로 덮어 구덩이 판 흔적을 감쪽같이 숨겼다. 그리고 길 위 소나무밭에 숨어 눈을 내리 까고 똥구덩이 허방에 누가 빠지나 살폈다. 늦은 점심때쯤에 왼쪽 발목에 탈이 난 병발이가 감자밭에 낼, 겨우내 마당 한쪽에서 삭힌 똥거름을 바지게에 반쯤 지고 허방 길 앞으로 뒤뚱뒤뚱 다가왔다.
“어~, 안 돼!”
비명이 터졌다. 엎친 데 덮치는, 성한 사람도 아니어서 허방에 빠지면 발목 탈이 크게 도질 것 같았다. 또방우가 소나무밭을 내려가 길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바지게가 혼자 뒤뚱거렸다. 지게 멜빵이 그의 어깨를 칭칭 감아 지게와 한 몸이 돼 돼지가 낸 똥을 홀라당 뒤집어쓰고 길 아래 언덕을 구르고 말았다.
*
여름이 되어 소고삐를 잡고부터 용와산에서의 하루는 무진장 길었다. 물론 용이 벌러덩 누운 것 같다는 용머리에 앉아 소를 보는, 눈 깜작할 사이만큼 빨리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날도 있었다.
오른손에 잡은 고삐로는 앞서가는 소를 몰고, 왼손으로는 뒤의 소가 콩밭에 못 들어가게 고삐를 팽팽하게 잡아끌고 논들을 지나 산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개 처음 고삐를 잡았을 때는 소가 가는 대로 끌려다니며 울었다. 혼자서 동네 소를 지키는 날은 하루가 열흘 맞잡이였다.
집 밖 길목에서부터 남의 집 암소 엉덩이 뒷조사 검사질로 바쁜 돌열이 집 황소를 산에 가자마자 나무에 묶는 비밀의 사전구속 방법을 깨닫기까지, 애꿎게도 암소를 탓하며 싸리나무 회초리로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무~”, 뜬금없이 밤새도록 애절하게 운 암소는 대부분 아침에 집 밖으로 내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애당초 없는 염치에 더하여 양심에 털까지 난 동후이 집은 공짜 씨를 받을 심산으로 상내 낸 소를 막무가내로 집 밖에 내돌렸다.
동네에 수소가 몇 있었지만, 유독 돌열이 집 황소가 늘 아침부터 애물단지였다. 쟁기질 논갈이나 무논을 고르는 쓰레질은 돌열이 집 황소를 따라갈 소가 동네에는 없었다. 그런데 덩치가 자기보다 작은 사람이 고삐를 잡았을 때는 인정사정없이 내달리기 일쑤였다. 개도 아니고, 소가 사람을 알아본 것이었다.
또 별난 황소는 늘 뻘짓으로 헐떡거렸다. 앞서가는 수송아지 엉덩이에 코를 박아 킁킁거리다 여차하면 배꼽 털까지 빳빳이 세워 두 발을 들고 등 뒤에 뛰어올라 용을 썼다. 송아지는 날 잡아보란 듯 내뺐고, 황소는 늘 허탕 질에도 호시탐탐 입에 흰 거품을 물고 남 등에 뛰어오를 기회를 엿봤다. 돌열은 자기 집 소가 그 같은 바보짓 검사를 할 때 뭘 아는 듯 싱긋이 웃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놈의 생리와 습성을 몸으로 알아챈 듯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해가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비가 올듯했다. 개미가 떼 지어 이동하듯, 소들이 풀을 뜯다 멈추고 얼씨구나 내달렸다. 풀숲 위 하늘에서 까마귀가 날았다. 소 떼가 산 넘어 어디로 내달릴지, 그 용하다는 천공술사도 점조차 칠 수 없었다. 황소가 앞장선 소 떼는 어디론가 내달렸다. 옆 동네에서 올라온 소가 내뿜는 암내가 바람을 타고 돌열이 집 황소 콧구멍을 쑤셨던 것을 소들이 눈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 눈치를 챘다. 장대비 소나기가 한줄기 내렸다. 안개가 온 산을 삼켜버렸다. 동네 소를 통째로 남의 옆 동네에 갖다 바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남의 동네 소와 떼놓아야 했다. 큰일이었다.
그 영원할 것만 같던 뜨거운 여름이 가고, 기다리던 가을이 왔었다. ‘사바사바 숭숭 구리 당당…’, 주문을 걸어 개울 건너 길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밤송이를 향해 돌 열 개를 연거푸 던졌다. 돌은 끝내 밤송이에 닿지 않았다. 밤톨이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밤나무 아래서 세월아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밤이 익어가는 무렵부터 잠들기 전에 밤새 태풍이 불어 떨어지기를 빌었다. 새남터 당산 가운데 우뚝 선 큰소나무의 바람 타는 소리에 늘 귀를 세웠다. 재택이도 솔방울 우는 소리를 듣고 앞으로 내릴 비의 양까지 가늠하고 논에 나가 물꼬를 파거나 틀어막았다.
밤새 태풍이 지나간 아침에 돌열이 풀 속에 숨은 밤을 귀신같이 찾았다. 그런데 그날 돌열이 밤을 줍다 말고 갑자기 좀 실성한 듯 씩씩거리며 밤나무 밑동에 도끼질을 해댔다. 이를 본 또철이 돌열을 뒤에서 잡아당겼는데, 그만 돌열이 엉덩이에 걸친 바지가 찢기고 말았다. 그리고 곧 동네가 쩌렁쩌렁 울었다.
“남의 귀한 아들 중우는 머땀시 벗겨가지고….”
“그라믄 꼬치가 떨어져 달아나 고자가 됐다요. 떡 본 김에 절한다고, 이참에 예수쟁이 고자 할배같이 한양에 보내 내시질이라도….”
“싸워라, 싸워라. 더 크게 싸워라!”
접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 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더했다. 밭두렁에 난 불이 바람을 타고 묏등을 태우듯, 애들 싸움이 옮아 붙어 어른 싸움이 됐다. 다행히 싸움은 더 나가지 않았다.
어딜 가나 있듯 이웃 간에 늘 싸움을 부추기는, 분란을 일으켜 어부지리로 살아가는 무왕검사족이 동네에도 있었다. 애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심지어 동네와 동네 사이에도 마찬가지였다.
옆 동네 왜놈이 그랬다. 다시 집안 사정을 이웃에 돌리고, 꿩 먹고 알 먹듯 한몫 챙겨볼 꿍꿍이 심산으로 앞서가는 소 엉덩이를 핥으며 여차하면 등 뒤에서 뛰어오를 태세였다. 그렇게 먹어본 재미진 맛을 늘 잊지 못하듯 두 번, 세 번… 연거푸 하는 꿈을 꾸며 모사를 꾸며 사사건건 땡깡을 부렸다. 그놈들과 손잡고 골방에서 쎄쎄쎄를 못해 안달인 짐승 같은 놈이 버젓이 큰소리쳤다. 또 오로지 자기들만의 기름진 배를 불리려 호시탐탐 노리는, 고삐 풀린 뒷동네 코쟁이 소가 날뛰자 무왕검사족이 앞장서 푸른 못자리판을 갈아엎는 쟁기질로 한 수 더 떨었다.
“야, 삼용이 니 보고 뭐라 하더라.”
“야비한 새끼가 뭔 욕을?”
“비밀인데, 싸우면 니가 진다 아이가.”
“나 좀 도와 줄끼가? 니 말 잘 따를깨.”
“니 또 줏대 없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그때는 궁물도 없다이.”
가끔, 싸움에 말려들어 주먹질을 주고받다 코피가 터졌었다. 이간질에 쌍코피 터지게 싸우는 놈 따로 있고, 재미 보는 놈은 늘 재미만 봤다. 남의 꾐에 넘어가 따라 장에 가거나, 또 자기 꾀에 빠져 싸우는 놈이 바보 천치였다.
그때도, 한 해가 탈 없이 가는 게 마냥 쉽지만 않았다. 언제 어디에서 싸움하고, 또 돌이킬 수 없는 우환이 소도둑같이 언제 나타나 앞을 가로막을지 무서웠다. 그래도 배고픈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오늘에 감사해야 했다. 내일은 내일 가서 닥쳐봐야 알 수 있지만,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은 밭에 팥 열리는 예정된 내일이 돌열을 기다렸다.
*
“징징징~ 징징징징징~ 징징징징징징징~ 징징징징징징징징징….”
가을이 거의 끝이 날쯤에 이른 새벽부터 징소리가 바람을 타고 너울거리며 왔다. 징징거리는 소리가 정월 보름 달집놀이 징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새남터 귀신이 징소리를 타고 날아오는 듯했다. 밀려오는 징소리는 동네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을 태워 없애는 견벽청야 작전개시 신호 같기도 했다. 동네 모든 집이 한날한시에 불타 잿더미가 된,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수백 명의 사람도 불에 탔었다.
“시끄럽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전하기 위해 징소리가 나는 곳에 갔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부르는 “예수쟁이 할배”의 말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동짓달 동네 사랑방 노름판에 빠지듯 그만 굿판 구경을 넋 놓고 했다. 처음에는 낯모른 여자가 징을 살살 쳐댔다. 그 옆에 무당이라는 남자가 울긋불긋한 고깔모자를 쓰고 너풀너풀 춤을 추며 덕석 가운데 엎어놓은 소여물 볏짚 써는 작두를 빙글빙글 돌았다. 놀랍게도 작두날이 하늘을 보고 엎어졌고, 그 옆에 삶은 돼지머리가 밥상에 올라앉아 가짜 종이돈을 한입 물고 있었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에 돌열이 앉아 말없이 두 눈만 껌뻑거렸다. 구경꾼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수군거렸다.
“정말로 작두 탄다 카더나?”
“용한 무당이라 칼날 우를 걸을 기다 카더라.”
‘진짜 용한 박수무당 같네.“
입을 손으로 반쯤 가리고 수군거렸다.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가죽을 홀라당 벗겨 죽인 소가 꿈틀꿈틀, 칠푼이도 왕이 되는 기운을 받는다는 소문을 니도 들어봤나?”
“아~, 그래서 돌열이 마빡에 돼지 잡은 피로 열십자 위아래에 금줄을 하나씩 새겼다 카더니 참말인 갚다. 저 봐라. 저게 떼놈 왕자라 카더라.”
“….”
돌열이 도끼질로 밤나무를 찍어 넘길 때부터 다 계산이 섰던 게 틀림없었다. 무당이 쉬지를 않고 작두 옆에 앉아있는 돌열을 흘깃흘깃 노려보며, 양손의 방울을 요란스럽게 흔들고, 풀쩍풀쩍 널뛰기 춤을 용하게도 췄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늘 아래 용산 사는 천공 만공 정법 술법 도사님께 비나이다. 판사 검사 법사 술사 여사 가운데 여사가 제일인 신세상이 왔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왕여사 장차….”
무당이 용춤을 춰 물웅덩이 사는 물고기를 통발 속으로 몰아넣는 듯했다. 미끼 없는 낚싯바늘을 덜컹 물고 난리 치는 피라미가 동네 개울에 살았지만, 된장을 풀어 물고기를 꼬드겨 불러 모으듯 귀신을 불러 빌고 또 빌었다. 독사는 직접 봤고 술사는 들어는 봤지만, 촌 동네에서 여사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징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무당은 징소리 장단에 맞춰 공중으로 한 뼘쯤 두발 모두 뛰기로 돌열을 부리나케 돌았다. 양손에 든 방울을 내던지고 바꿔 잡은 부채가 날개로 무당을 가볍게 날게 하는 듯했다. 뛸 때마다 모자에 달린 황소 불알만 한 금방울 은방울이 서로 다투어 딸랑거렸다.
무당이 잡고 있던 부채를 던지고 오른손은 날이 넓은 긴 칼, 왼손에는 짧은 칼을 잡았다. 붉은 치맛자락이 빙글빙글 돌고, 양손에 높이 든 쌍칼이 움직일 때마다 칼날이 햇살을 받아 뻔쩍였다. 작은 칼은 집 앞 냇가에서 개돼지 잡을 때 본 무쇠 칼 같기도 했지만, 큰 칼은 칼날만 빛날 뿐 가짜 같았다. 두발이 꽁꽁 묶여 있던 암탉이 돼지머리 옆에서 화들짝 울었다. 닭목을 잡은 무당 손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돌열이 이마의 붉은 글자가 땀에 번졌고, 이미 혼을 빼앗긴 듯 추레하게 앉아 꼼짝도 못 했다. 마당 개에게 쫓겨 짚으로 만든 투꾸바리 닭장에 든 놀란 암탉 같았다. 됫박에서 흰쌀이 오뉴월 쟁기질하는 소 오줌 줄기같이 쏟아졌다. 손잡이가 반질반질한 참나무 말통에 쌀이 수북이 쌓여갔다.
무당이 무를 누워있는 작두 칼날에 쓱쓱 잘랐다. 토막 난 무가 닭 피같이 마당에 떨어졌다. 작두 양옆에 서 있는 대나무에 달린 푸른 댓잎이 파르르 떨었다. 다시 양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대나무를 지팡이로 삼아 작두날에 사뿐히 올랐다. 무당이 칼날 위에 서고 대나무에 짚은 손을 떼자 댓잎이 벌벌 떨었다. 작두 몸통에 붉게 새긴 임금 왕 자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사람들의 눈이 휘동 그래졌다.
“아~ 아, 크다 비타산 신령님시여, 비나이다. 왕검사 왕장관… 왕 중의 왕도술 여사님께 비나이다. 지공스승 천공법사 방중술 왕도사요, 아아~ 크로 비타궁 술사님이시여, 돌열이 술통령이 되어 만사가 술술, 천지 가득 술술, 용산골 삼각지에 새세상이 술술 열리도록….”
무당은 두발로 작두날에 서서 양팔을 뻗어 가마솥에 팥죽 쑤듯 휘휘 저었다. 누구도 무당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혹시라도 괜히 눈을 맞춰 귀신이 옮겨붙을까 봐 겁났다. 그때 돌열이 마치 붕어가 낚싯바늘을 숨긴 지렁이를 물고 물 밖으로 튀어 방죽에 날아오르는 듯, 눈을 치뜨며 불끈 쥔 주먹으로 돼지머리 아래턱을 올려 쳤다.
그로부터 한참 후에 알았지만, 무당의 작두는 칼날이 무디어 누구나 탈 수 있었다. 무당은 칼날에 오르기 전에 반듯이 단칼에 늙은 호박이라도 두 쪽으로 잘랐지만, 사실 그 칼날은 소죽솥의 지푸라기도 썰지 못했다. 물속 둥둥 떠다니는 지렁이를 덥석 물고 죽는 붕어, 호구가 무당이 판 속임수에 봉 잡혀 그 귀한 햅쌀을 아낌없이 바쳤던 것이었다.
돌열이 그날 굿판에서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 작두 타는 굿판의 흐름을 꿰뚫어 장차 살아가다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호주머니에 신통방통한 신무기를 둥쳐 넣은 게 분명했다. 그의 앞날이 어디로 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용열이도 그때 작두 타는 굿판의 구름, 속내에 숨은 구조와 흐름을 잡았다면 필시 지금쯤 짧게나마 봉봉 봉의 대통령질을 할 수 있었다. 호박이 싹둑 잘리는 작두날의 비밀을 밭고랑 고구마 캐듯 그 굿판을 끝까지 뒤집었느냐, 아니면 속없이 구경만 했나 하는 차이었다. 신 내렸다는 말은 이 같은 비밀의 굥을 깨닫고 마당에 끌어다 한끝 판을 펼칠 수 있는 무당이 되었다는 것.
“아하!”
병을 줘 미쳐 날뛰면 치료한다며 약을 주고 끝내 죽여 끝맺는 마당 굿판 그 끝은 이미 정해졌다는 도사 도통하는 소리가 뒤늦게 터졌다.
돌열은 그날 이후부터 갑을병정 병들의 신 병신이요, 법사들의 왕이요, 봉들의 도사 대통령이 된 듯했다. 호구들의 봉도사는 거침없이 동네를 휘저었다. 길바닥 돌을 툭툭 차 국이네 집 장독대를 박살을 내자 바퀴벌레보다 얄궂은 쉬파리가 떼로 몰려들었다. 무릇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요, 세상 만물이 자신을 감싸 돌고 있다는 믿음 충만한 듯했다.
그의 꼬봉 노릇을 자처하는 왕무당 원님 덕에 나발 부는 양아치 무리의 꿍꿍이 기세가 하늘을 찔렀지만, 길가 똥개도 그와 마주칠 때면 애써 지붕 넘어 먼 산을 쳐다봤다. 그런데도 현실 세계의 바깥 거리 어디가 동쪽인지도 모르는 이대남이 굥정과 굥상식을 내세워 무당 메타버스를 타고 검사중심설을 퍼 날랐다. 교실에서는 해 뜨는 곳이 동쪽이란 것을 알지만, 바깥 거리에서는 해가 어디서 뜨고 어디로 지는지 감도 없는 또 동서남북 방향을 알아채는 사리 분별 방법을 찾기보다는 공짜로 달콤해 보이는 미끼를 덥석덥석 무는 월남 붕어들의 신천지였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도 이미 팍 늙어버린 애늙은이, 코뚜레를 앞둔 수송아지같이 천방지축 날뛰며 생떼를 부렸다.
동네는 그야말로 똥개 토리가 축성한 무지성 세상이 되었다. 개 주둥이에 사과, 독선(DogSun)으로 개가 사람을 골렸다. 개 눈에는 똥, 사람이 개돼지로 보이는 듯했다. 용와산 무지성 성주는 탕탕탕 소총 멜빵도 잡지 않았지만, 군인들을 뺑뺑이 돌렸다. 이백만 원이라는 공갈 떡밥을 물은 것도 억울한데, 엎친 데 덮친 듯 왜놈과 어울려 총질하도록 내쫓겼다. 육이오는 싸움 축에 들지도 못할 재앙을 재촉하듯, 천지는커녕 좌우 분간도 못 한 채 윗동네에 깐죽깐죽 시비를 걸었다.
“망쪼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때부터 하나둘, 동네에 빈집이 늘어났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의 마당은 가장 먼저 개망초가 뿌리를 내려 때 이른 꽃을 피웠다. 백발의 천공 만공 스승도 점칠 수 없는 안개 속에 그 끝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
그렇게 또 얼마간의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흘렀다. 송아지 등짝은 잘 익은 밤 껍질같이 윤기가 흘렀지만, 우리들 낯짝 코언저리에는 하나같이 버짐이 피었다. 짚퐁골 산에서 소를 보며 늦가을 하루해를 마냥 보냈다.
하루는 태어나 첫 발정 난 암소 꽁무니를 총알같이 뒤쫓는 돌열이 집 황소를 잡아, 칡넝쿨로 참나무 그루터기에 달아맸다. 새끼를 가지려는 소를 애써 막아선 역신질이었다. 겁을 먹고 도망치는 암소를 뒤쫓는 황소를 따라 남 따라 장에 가듯 다른 소까지 떼로 산 너머로 내달리면 끝이었다. 산속 중이 소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동네를 도는, 소를 끝내 못 찾는 해도 있었다. 천성이 뒷발질을 잘하는 소라 자칫하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었다. 다행히도 탈 없이 황소 코뚜레를 쉽게 움켜쥐었다. 무당같이 벌적벌적 뛰는 소 발에 밟히거나 다잡은 코뚜레를 놓아버리면 끝장이었다. 암소 엉덩이를 핥던 황소는 나무에 묶인 채 긴 혓바닥을 한끝 내밀어 자기 콧등을 핥아 입맛을 다셨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땅에서 열기가 훅훅 치솟아 콧구멍을 틀어막아 입을 벌리고 헉헉거리며 숨을 쉬었다. 모두가 땀으로 장대비에 젖듯 했다. 옹달샘에서 물로 배를 채웠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끔 소에게 주던 소금 봉지를 풀어 돌아가며 굵은 소금 두서너 개씩 입에 넣고 삼켰다. 독수리 한 마리가 머리 위 하늘을 빙빙 돌았다. 마당 닭뿐만 아니라 돼지 새끼도 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긴 바람도 불고….”
우리는 일렬로 산 능선을 따라 용와산을 올랐다. 바위틈 사이로 난 산토끼가 다닐만한 길을 찾아 걸었다. 발아래는 깎아지른 비탈, 크고 작은 바위가 층층이 쌓여 산 아래까지 엉거주춤 이어졌다. 꼬부랑 허리의 소나무가 바위틈새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그 옆에 굴러 내린 바위에 치여 뿌리가 하늘로 솟구친 채 누운 소나무가 솔방울을 떨구었다.
봉화대 터까지는 한참을 가야 했다. 처음과 달리, 봉화대 터가 있는 꼭대기까지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려갈 일을 생각하지 않고 마냥 앞으로만 걸을 수 없었다. 산에서는 어둠 발이 늘 후다닥 내렸다. 자칫 낭떠러지에 발을 헛디뎌 구르면 골짝 으깨진 바윗돌같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큰 바위 아래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돌열이 대뜸 두리번두리번 뭘 찾았다.
“뭐하노? 염병 떨지 말고 그냥 쉬라.”
돌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돌열이 첫 번째 뱀산 돌을 사정없이 굴렸다. 모로 누워 염불하는 용을 닮은 산이라 했지만 뱀산 같았다. 돌열은 봄 밤 웅덩이서 우는 악머구리같이 악을 쓰고 돌을 힘 끝 밀었다. 생김새로 봐서도 모난 돌로, 돌돌 구르기보다는 얼마쯤 미끄러져 흘러내리다 곧장 언덕에 박힌 바위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때만 해도 돌 같잖은 돌을 굴렸다.
두 번째는 한심한 동네의 훈제똥개가 장관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필시 사람 엉덩이를 물고 힘자랑을 할 것만 같은 개가 대낮부터 목줄을 달고 뛰어 남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컹컹거리며 검사했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따라 뛰듯 늘 한 패로 설치며 쇠똥구리같이 똥 경단을 만들었다. 경단은 순식간에 황소 불알만큼 커졌고, 속에 무당벌레 알이 또 장관이었다.
세 번째는 길바닥의 똥을 핥는 개가 초저녁부터 달을 보고 짓듯, 북쪽을 보고 한판 붙자며 싸움을 걸듯 밤낮 멍멍 짖었다. 진짜 애먼 사람들만 총알받이… 젊은 피를 인당수 제물로 바칠 심산 같았다. 싸움이 애들 불장난인 줄, 백만 원이 넘는 소주병을 홀짝 비우듯 먼저 주먹질로 한 대 패는 싸움을 들먹거렸다. 끝내 굴린 돌이 동네를 송두리째 덮치고 말 것 같았다.
바윗돌은 산과 골목 어귀, 마당에도 있었다. 바우 바로 아래 동생이 또바우, 셋째가 삼바우로 사람들은 방우집이라 불렀는데 마당 한가운데도 묏등만 한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돌열이도 한돌이가 열 번째로 낳았다. 큰돌, 석삼이, 석칠이, 칠석이… 동네는 온통 돌밭이었다.
돌열이 마치 산골짝 돌통령이 된 듯 다시 돌을 굴렸다. ‘딱 한 번만 더 하자…’며 돌을 굴릴 때마다 중얼거렸다. 헛간 짚 누리서 뜨거운 몸을 나눌 때 내뱉을 듯한 말이었다.
네 번째로 굴린 돌은 칡넝쿨이 밤나무를 칭칭 감듯, 누구도 먼저 되치기를 못 하게 물고 물렸다. 서로의 약점인 살점을 물고 늘어지는 개떼의 쇼당 걸이 싸움, 다가오는 심판의 날에 바람에 날리는 돌가루가 될 게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다섯 번째로 비타여사 아바타 좀비였다. 고양이 앞의 쥐 같았다. 독직에 발목 잡힌 꼼짝없는 노예, 장기판의 말이었다. 진짜 왕은 비타오백 여사였다. 뱀이 개구리를 한입에 녹여 삼켜버리듯 낙타도사 방중술에 허리 아래가 녹아버린 게 틀림없었다.
모두가 돌아가며 돌열이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씩 했다.
“씽티같은 놈아, 고마해라.”
“간띠가 부어 똥구녕 밖으로 나왔나?”
“동네를 말아 묵는 것도 부족해서 이제는 산천초목 바위까지 굴려 묵나. 황소같이 빨고 핥다, 풀쩍 기어오를 생각은 말고!”
돌열이 열 받았다.
“돌에 앉아 돌석자도 모리는 놈들이 공자 같은 소릴 하네. 무식아, 도사 앞에서 입 닥치고 굿이나 실컷 봐라.”
돌열이 한 마디 내뱉고는 돌 귀신에 씐 듯 또다시 돌을 찾았다.
여섯 번째 돌, 돌열이 지 덩치보다 큰 돌을 안고 오리 궁둥이걸음으로 낭떠러지로 다가섰다. 그런 돌열을 쭉 지켜만 보던 또바우가 타일렀다.
“미쳤다. 정신 줄 잡아라. 하는 남생이가 니가 굴린 돌에….”
“단디 봐라. 저 해도 나를 지켜본다 아이가.”
돌열이 보란 듯이 엉덩이를 흔들며 몽돌을 밀었다. 앞서 굴린 돌이 산중 박힌 돌에 부딪혀 나는 소리가 뒤늦게 골짝을 타고 오르자 돌열이 토끼같이 귀를 쫑긋 세웠다. 참나무 둥치에 걸려 멈춰 섰던 돌이 다시 사정없이 굴렀다.
그사이 여섯 번째 돌이 몽달귀신이 잡아당기는 듯이 스르르 미끄러졌다. 그때 홍시를 따기 위해 감나무에 힘겹게 오르는 일용이 엉덩이를 온몸으로 떠받쳐 밀어 올리듯, 돌열이 똥고집에 막심을 더해 돌을 힘껏 밀었다. 돌이 낭떠러지를 뛰어 하늘을 날으는 찰나에
“어~ 어!”
눈 깜작할 사이였다. 모두가 목을 길게 빼고 발아래 골짝을 살폈다. 굴린 돌은 비탈에 박힌 바위와 부딪쳐 반으로 쪼개졌다. 둘로 쪼개진 돌은 하늘로 날아올라 두어 바꿔 공중제비를 한 뒤 바위틈에 버티고 있는 소나무를 훌쩍 뛰어넘었다. 구르는 돌이 또 다른 박힌 돌을 사정없이 내리쳐 쌍쌍이 함께 굴렀다.
“우르르 쾅 쾅~”
벼락이 치는 듯했다. 돌이 서로 부딪혀 깨진 먼지가 솔가리에 불붙은 연기같이 골짝에 피어올랐다.
그날 초저녁부터 횃불이 용와산 골짝 삼각지를 날아다녔다. 골짝을 마주 보고 흘러내린 두 줄기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도깨비불 같았다. 새남터 큰소나무 가지의 관솔 횃불이 가시나무 덤불 속을 밝혔다.
“찾았다!”
평소 모질이 소리로 이름난 하태가 외쳤다. 돌에 깔려 죽은 노루였다. 횃불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또 동네에 굿판이 벌어지고, 무당만 경사 났네.”
연지곤지 찍은 등신대처럼 서 있던 뻔뻔한 낮두껍이 준돌이 한 혼잣말을 들은 돌열이 아버지가 목 놓아 불렀다.
“도올열아, 즉일 놈이 어디일….”
골짝 왼편 이태원 능선이 되받았다.
“다 주라, 아아~ 크로비타~ 노마아~”
다시 오른쪽 삼각지에서 먼저 날아온 메아리와 뒤섞여 돌아왔다.
“주우~리 아아크로구웅 비타오배액 타고 고~”
골짝을 마주하고 흘러내린 능선 양 볼기짝을 두들기듯 울던 메아리가 남산으로 치달았다. 천지도사가 도술을 부리는 듯했다. 아침 해가 산 넘어서 불쑥 솟아올랐다. 도사십자당 굥천지 굴린 경단 돌의 자초지종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첫댓글 돌10개 다 못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