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날백수인 남여사가 매주 월요일 민화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다되어가는 마당에 삼척 시립 박물관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개발 새발 그린 모란도 두점을 전시하는데 오늘과 내일이 전시실 지킴이 당번이란다. 그래서 오전 10시 정도부터오후 5시까지 전시실을 지켜야 한단다. 문제는 내 점심이 문제라서 하는수 없이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마침 집사람이 없을 때 내가 자주 이용하던 "스시 준"이라는 초밥집이 있어서 오늘 점심을 해결하러 갔다. 초밥은 예전부터 내가 즐겨 먹던 음식으로 아주 깔끔하게 한끼를 해결하던 음식이었다. 초밥도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지역이 잘하고 맛이 있다. 광주, 전주, 군산, 정읍 등등이 맛있는 초밥집이 여럿 있다. 또 초밥집은 간단하게 맥주를 몇병 마시기 좋았다. 맥주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대신 깔끔한 안주를 몇가지 무료로 제공해 간단하면서 저렴하게 술을 마실수 있어서 자주 가고는 했다. 1984년 년말에서 1985년 연초에 걸쳐서 전북 남원시 송동면 세전리에서 청동기 시대 주거지 발굴을 했다. 남원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40여분 들어가는 시골마을로 현장은 또 마을에서 10분 이상 걸어가는 허허벌판에 있었다. 그러던 중에 눈이 내려서 발굴작업이 불가능해서 쉬는 날에 후배 한명과 남원시내에 마실을 나갔다. 깡촌이라서 저녁밥만 먹으면 할일이 전혀 없었다. 유일한 낙이 만화책과 무협지를 빌려와 탐독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갈일이 있으면 대본소에 들려서 대량으로 만화책과 무협지를 빌려가는게 일이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갈때는 전에 빌린 책을 반납하기 위해 배낭 하나를 매고 가야 했다. 시내에 나가 가장 먼저 단골 대본소에 들려 만화책과 무협지를 한배낭 빌려 둘러매고 초밥집에 들려 낮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두사람이 다 20대로 한참 술을 마실 때이니 초장에는 거의 공중전이 벌어졌다(공중전: 술잔을 내려 놓을 틈도 없이 받자마자 마시고 상대방에게 술잔을 건내주기) 저녁 무렵까지 거의 공중전을 벌였으니 사실 마신 술의 양이 작지는 않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초밥을 주문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계산서를 받아 계산을 하는데 후배가 계산서를 보더니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카운터에 있는 주인에게 목청을 높였다. 먹지도 않은 식대까지 계산서에 올려 술을 마셨다고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맛있게 먹은 초밥은 밥으로 생각하지 않고 밥을 먹은 기억이 없는데 계산서에는 올려 놓은게 바가지라는 것이다. 조금 황당했지만 식사가 나왔고 이미 우리가 먹었다고 말을 했더니 이 친구 왈" 형님도 그러면 않됩니다. 잘못된 것은 분명하게 지적을하 고 시정토록 해야지 그렇게 넘어가면 안됩니다"라고 훈계조로 말을 했다. 우리가 주문한 초밥이 분명히 나왔고 우리가 이미 먹었다고 달랬지만 막무가내였다. 다행히 식당입구에 상차림 모형이 있었고 거기에 초밥도 있었다. 그 후배를 데리고 가서 초밥 모형을 보여주며 아까 나왔고 우리가 분명히 먹었다고 설명을 하니 그제서야 이해를 하고 창피한지 스르르 꼬리를 내렸다. 그 사건 이후로 초밥을 먹을 때면 그 후배가 생각이 난다. 지금은 대학교수이자 중견 고고학자로 열심히 발굴조사에 종사하고 있다.
첫댓글 ㅎㅎ 그 후배님은 초밥을 처음 드셨나 보네~!
장샘이 바닷가 마을에 눌러 사는 이유가 초밥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