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영(英)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의 역사
한때 '대영제국' 식민지들, 지금은 인구 27억 국제 연합체죠
영(英)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의 역사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입력 2024.10.30. 00:33 조선일보
지난 18일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영국 국왕 찰스 3세 부부의 사진이 띄워져 있어요. 자신들의 군주인 영국 국왕이 13년 만에 방문한 날인데, 호주인들 반응은 냉담했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최근 호주를 방문했습니다. 호주는 영국의 왕을 국가원수로 모시는 영(英)연방 국가인데요. 왕이 호주를 방문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인데도 호주 국민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대요. 오히려 호주 원주민 출신 한 상원 의원은 찰스 3세 면전에 대고 “당신은 우리 왕이 아니다”라며 비난하기도 했죠.
찰스의 호주 순방 이후엔 영연방에 소속된 56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어요. 영국이 과거 벌였던 ‘노예무역’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영연방에 속한 국가 중 다수가 영국 식민지였고,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19세기까지 이어진 노예무역으로 피해를 받았거든요.
영연방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에서부터 이어진 국제 협력 기구예요. 오늘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영연방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게요.
세계 56국, 인구 27억명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모인 연합체예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 등에 있는 56국으로 구성돼 총인구만 약 27억명이죠. 영연방 국가들끼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여러 도움을 주고받아요. 하지만 영연방은 국제연합(UN)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요. 영연방에는 회원국 모두에 통용되는 법률은 없답니다. 각 회원국은 고등판무관이라고 하는 외교관을 다른 회원국에 파견해 교류하지요.
지난 25~26일 오세아니아 사모아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에서 찰스 3세(가운데) 영국 국왕이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고 있어요. 이 회의는 영연방 소속 56국 지도자들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예요. /AFP 연합뉴스
영연방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그 출발은 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은 16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해외 식민지 건설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대영제국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받는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 때죠. 이후 영국은 인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지에 막대한 영토를 확보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답니다. 영국에 해가 지더라도 식민지 한 곳에는 해가 떠있을 정도로 다스리는 영토가 넓다는 뜻이에요.
민족주의 사상 퍼지며 영연방 결성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19세기부터예요. 민족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사상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때 대영제국에 속한 많은 식민 국가들이 독립운동을 벌입니다.
하지만 식민지들은 독립을 원하면서도 영국과의 정치적·군사적 협력은 이어가고 싶어 했어요.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지요. 그래서 많은 국가들은 영국의 ‘자치령’으로 남기로 한답니다. 자치령은 대영제국에 속해 있지만, 자치권과 독립적인 영토를 갖습니다. 국내 문제는 자체 정부가 해결하고, 외교나 군사 등 대외 정책은 영국의 통제를 받는 거예요.
대영제국 최초의 자치령은 캐나다랍니다. 1867년에 자치령이 됐어요. 이후 호주·뉴질랜드 등도 자치령이 됩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점점 자치령이 많아지자 영국은 자치령 간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해요. 1926년 ‘밸푸어 선언’을 통해선데요. 자치령은 영국 왕실에 충성하되, 영국과 평등한 독립국가임을 인정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후 영국은 1931년 웨스트민스터 헌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영연방을 창설했습니다.
대영제국은 1921년에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요. 어두운 색으로 표시한 국가가 영국의 식민지와 자치령이에요. 식민지가 세계 곳곳에 있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로 불렸답니다. /그래픽=이진영
영연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 한번 변화를 맞아요. 전쟁이 끝나고 식민지들의 독립이 이어졌고, 인도를 비롯한 일부 영연방 국가들은 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권을 갖는 ‘공화제’로의 전환을 준비했어요. 영국 왕실에 충성하지 않으면서 영연방 회원국으로 남길 원한 거죠. 그래서 1949년엔 공화국이 되더라도 영연방 일원으로 남을 수 있다는 ‘런던 선언’이 발표됩니다. 회원국들은 단지 영국 국왕을 상징적인 지도자로 삼는 것입니다. 이는 영연방이 회원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답니다. 실제로 영연방 국가들 중에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나라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14국(영국 제외)뿐이에요.
영연방 회원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독립이 이어지며 점차 늘어났답니다. 영국의 식민지가 많았던 아프리카에선 남아공이 최초로 영연방에 가입해요. 이후 가나 공화국,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과 동시에 영연방에 가입합니다.
1892년 영국 잡지에 실린 만화의 한 장면이에요. 영국 정치인 세실 로즈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발을 뻗고 있는 모습으로, 당시 영국의 식민지 확장 정책을 표현한 거예요. 영국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꼽힙니다. /위키피디아
하지만 일부 국가는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도 영연방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미얀마는 1948년 독립했지만 내전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며 영연방에 가입하지 않았어요. 이라크와 요르단은 각각 1932년과 1946년에 독립했지만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내세우며 영연방에 가입하지 않았답니다.
영국 지위 낮아지며 영연방 위상도 흔들려
오늘날 영연방 회원국들은 2년에 한 번씩 ‘영연방 정상회의’를 열어 국제 현안을 논의한답니다. 또 군사·환경 분야 등에서도 여러 협력을 하고 있어요. 영국·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가 1971년 맺은 군사동맹인 ‘5국 방위 협정’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최근엔 영연방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영연방을 주도하는 영국의 국제적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2020년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경제적 연결 고리를 끊은 ‘브렉시트’ 이후엔 영연방 회원국의 이익이 줄었다는 것이죠.
또 역사 문제도 있어요.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인종차별과 식민주의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영연방 안에서도 식민 지배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어요. 이에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는 공화제로 체제를 바꾸려는 국가들도 많답니다. 호주도 그런 나라 중 한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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