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발 산과 그리심 산에서의 의식 명령 [신 27장]
[내용개요]
본장은 모세의 마지막 설교를 시작하는 부분으로, 율법의 내용을 이야기한 앞부분과 달리 주로 축복과 저주라는 두 가지 상반된 결과의 선택을 놓고 율법을 준수함으로써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라고 권면하고 있다. 본장의 첫 부분은 율법을 기록한 돌비와 하나님을 위한 제단을 에발 산에 세부고 거기서 번제와 화목 제를 드리라고 명하고 있다(1-10절). 두번째 부분은 에발 산에서 온 백성이 모여 율법에 복종할 것을 서약하는 의식을 거행하고 준수 여부에 따른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도록 명하고 있다(11-26절).
[강 해]
신27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갔을 때에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규례 두 가지를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제사 드릴 제단을 쌓는 것이었고, 율법의 순종과 불순종에 대해 선포하는 축복과 저주에 관한 규례였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과 율법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1. 여호와께만 순종하고 그를 섬기라.
1) 기념비들을 세울 것을 명하심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이르게 되거든 큰 돌들을 준비해서 기념비를 만들라고 명령합니다. 그 돌에 석고를 발라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이스라엘은 율법의 모든 말씀을 그것에 기록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장래가 그 돌에 새겨진 율법의 말씀 준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디에서나 율법의 준수 여부에 따라 민족의 흥망 성쇠가 결정되는 백성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돌을 에발 산에 세워야 했는데 그 명령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에발 산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 자에 대한 저주를 선포하는 산입니다. 따라서 이 기념비를 에발 산에 세우라고 하신 것은 명백히 기록된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당하게 될 저주를 선명하게 보여 주시려는 의도였습니다.
a. 유월절을 기념하라고 명하심(출12:14)
b. 야곱의 돌 단도 일종의 기념비임(창28:22)
2) 여호와께 단을 쌓을 것을 명하심
모세는 이스라엘에게 율법이 적힌 기념비를 세운 이후에 돌로 여호와를 위한 제단을 쌓으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을 위한 제단은 다듬은 돌을 사용해서는 안되며 자연석 그대로 제단을 쌓아야 했습니다(참조, 출20:5). 이러한 제단은 외적인 요소보다도 여호와를 향한 진정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 제단에서 이스라엘은 여호와께 번제를 드려 여호와의 영광을 찬송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또한 화목제를 통해 하나님과 자신 사이는 물론이고 이웃들과의 사이에서도 화목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단을 통해 여호와에 제사를 드리라고 하는 것은 성소의 중앙 집중화라는 신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도 있겠으나, 가나안에 정착하기까지 성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므로 임시적인 방편의 하나님 경배의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늘 하나님께 예배하며 온전한 섬김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건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것을 중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모든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진 이후에야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섬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a. 제사 드리기 위해 제단을 쌓음(창8:20)
b. 아사 왕이 이방 제단을 파괴함(대하14:2-3)
c. 모세가 제단을 쌓음(출17:15)
2. 율법에 순종하면 축복을 받음
1) 축복과 저주의 선포 의식
모세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간 이후에 세겜 땅 북쪽에 있는 그리심 산과 에발 산에서 이행해야 할 저주와 축복의 의식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절반으로 나누어서 양쪽 산에 선 후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면 회중은 그에 대해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여호수아에 의해서 실행 된 이 명령은(참조, 수8:30-35) 이스라엘이 율법을 올바로 지킬 의지가 충만해지도록 다시 다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양쪽 산의 가운데에 선 레위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율법을 지키면 받을 축복과 지키지 않으면 받게 될 저주를 선포하면서 다시 한번 율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켰습니다.
a. 신자가 받는 구원은 영원한 영적 축복(요3:16)
b. 레위 지파를 통해 축복하게 하심(신10:8)
c. 공증 예배에서의 축복(레9:22)
d. 주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의 대상(고전16:22)
2) 불순종에 대한 제주를 경계함
이 선포 의식을 명령하는 모세의 설교 중 특이한 점은 축복의 선포는 하나도 없고 저주의 선포만이 열두 가지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모세는 축복에 대한 선포는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세는 율법에 불순종하면 당하게 될 저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율법 준수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이렇게 불순종에 대한 저주만을 기록하는 것은 죄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그 죄에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이 저주의 형식은 십계명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하나님을 잘 섬길 것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십계명의 기본 사상이듯이 여기서도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일을 하지 말 것과 부모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여기에 추가된 것은 십계명이 간음하지 말라고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을 각종 근친 상간과 수간의 금지로 확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것은 당시 가나안 땅이 각종 근친 상간, 남색, 수간 등의 성적 범죄가 만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기에 그러한 세상적인 범죄에서 벗어날 것을 명령하면서 모세는 간음을 하지 말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날과 같이 성적으로 타락하고 방종한 세상을 본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몸은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전임을 인식해서 성적으로 순결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a. 아담의 범죄로 땅이 저주의 대상이 됨(창3:17)
b.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 요구됨(행5:29)
c. 하나님께는 온 마음을 다해 순종해야 함(신26:16)
결론
이상과 같이 모세는 기념비를 세우고 제단을 쌓음으로써, 또한 의식을 행함으로써 율법에 순종할 것을 명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 성도들의 삶도 온전히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과거 가나안 땅의 성적 타락과 도덕적 부패를 능가하는 '영적 가나안'입니다. 죄악 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더욱더 말씀만을 붙들고 사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에 하나님은 우리들을 영원한 축복으로 인도하셔서 더욱 풍요한 영적, 물적 삶을 살아나가게 하실 것입니다. 이 땅에서 누리는 축복 외에도 더욱 크고 귀한 축복을 하늘나라에서 누리게 됩니다.
[단어해설]
1절. 이 명령. 하나님이 모세에게 주신 모든 율법을 뜻함.
2절. 요단. 팔레스타인 지역을 종단하는 400km의 강. 북부 지역의 헬몬 산에서 발원하여 남부의 사해로 흘러 들어간다.
3절. 젖과 꿀이. 가나안 지역의 풍요로운 토양을 상징하는 표현. 성경에서 가나안을 가리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참조,출3:8;겔20:6).
4절. 에발 산. 예루살렘 북쪽 65km에 있는 해발 940m의 산. 율법 기념비가 세워진 곳.
5절. 철기를 대지 말지니라. 하나님의 제단을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세워야 함을 나타냄.
8절. 명백히 원어 <raeB':바아르>는 누구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기록하라는 뜻. 동시에 절대적 복종을 강조.
10절. 복종하여. 원어 <[m'v;:솨마>는 '알아듣다, 이해하다'라는 의미. 참된 지식은 실천으로 나타남을 뜻함.
15절. 장색. 정교한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 아멘. '신실하다, 확실하다'라는 의미의 <@mea;:아만>에서 유래. 이스라엘에서는 대화나 기도의 끝에 긍정과 기원의 의미로 사용.
16절. 경휼히. 원어 <hl;q;:칼라>는 '가볍다'라는 뜻. 부모를 업신여시고 무시하는 행위를 나타냄.
17절. 지계표. 땅의 소유 경계를 표시하기 위한 돌이나 푯말.
19절. 억울케 하는. 원어 <hf;n::나타>는 '굽게 하다'라는 뜻.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권세 있는 자를 이롭게 다는 행위.
[신학주제]
축복과 저주의 선포 모세의 율법은 형식상 고대 근동에서 널리 행해지던 종주국과 속주국의 계약을 따르고 있다. 이 계약 형식은 마지막에 문서를 작성하여 교환하고 증인들 앞에서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는 것으로 효력을 발생하였다. 따라서 본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리심 산과 에발 산에 모여 돌비를 세우고 율법 준수에 따른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는 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완전한 계약이 성립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율법 준수의 의무를 지게 된다. 한편 본장에서 열거된 열두 가지의 범죄는 종교적 범죄와 성적 범죄 및 도덕적, 정치적 범죄를 대표하는 것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삶과 관계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율법 준수 의무는 신약에서 영적 이스라엘인 성도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구약의 이스라엘과 달리 성도들은 이미 율법의 요구를 완성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응답으로 율법을 행하며 그리스도로 인해 저주는 사라지고 축복만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영적교훈]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제단을 쌓을 때 다듬지 않은 돌로 쌓으라고 명하셨다. 이는 첫째 하나님의 역사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보여 주고, 둘째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신다는 것을 교훈해 준다. 이처럼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모든 행위는 구원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또한 민간의 모든 생사 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 앞에 겸손한 자세로 나아갈 때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