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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희 @슬러길동
“한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여러 일들이 있었죠.…”
천재희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3년 공백기에 대해 묻자, 싱싱한 청년의 눈에는 어느 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운동에 대한 회의가 든 게 가장 컸어요. 이성관계도 있었고, 어머니의 암 발병도 원인이었고요…. 거기다 경기도 지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2009년 여름, 일본 격기의 아이콘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를 상대로 충격적인 KO승을 거두며, 일약 신성으로 급부상한 천재희. “후회감이 드는 게 사실이죠.”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KID전 이후, 김태환, 와타나베 카즈히사를 차례로 잠재우며 승승장구 했지만, 2010년 5월, 우에마츠 다이스케 戰 패배를 마지막으로 링을 등졌다.
“(그 경기에서) 진 다음에도 오퍼는 계속 들어왔는데, 관장님께 운동을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리곤 잠적했죠. 이후 수도권으로 무작정 올라와 퍼스널 트레이너 팀장을 맡아 일을 했어요. 일 하면서도 링이 계속 그리워지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집 근처 KTT 안산에서 타격 코치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K-1출신이라고 하니 잘 안 믿어 주시더라고요. 장난치는 줄 알고(웃음). 나중에 이름 말하니까 알아봐 주시더군요. 많이들 K-1 선수라고 하잖아요.”
“종합격투기 수련을 위해 찾은 건 아니었군요.”
“사실은 수업하러 온 거였어요. 나름 운동도 했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생각에 말이죠.(웃음) 그런데 종합격투기 수업을 보다가 한 차례 함께 했는데, ‘할 만 한데? 관원들도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연히 접한 거죠.”
천재희@슬러길동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그가 처음 접한 종합격투기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20대 후반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 인 듯해요.후회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웃음)…오래 쉬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3년을 쉬어서인지,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갈비뼈가 다치더라고요. 맞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머리는 옛날모습을 그리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아요. 그냥 긴 한숨만.(웃음)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걸음마 단계부터 시작했기 때문인지, 구체적인 훈련모델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요즘은 타격도 잘해야지만, 그래플링도 뛰어나야 하는데 전 태클이나 암바도 잘 할 줄 모르는데요(웃음). 그런 초석을 다지는데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 같아요. 주특기가 타격이지만 종합격투기 타격은 또 다르지 않습니까.먹힐지 아닐지도 모르는데…그나마 자신 있는 게 타격이니까, 될 수 있으면 타격을 베이스로 태클 방어하는 형식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크로캅 스타일과 비슷하게 풀 생각입니다.”
입식격투기와 병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두 분야가 완전히 달라서…”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설프게 준비해서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으론 입식이든 MMA든, 솔직히 전 어떤 거든 다 좋아요. 싸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까요.”
그래도 물었다. 목표가 무어냐고.
“링에 오른다면 누구나 다 챔프를 꿈꾸겠죠? 사실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없어요. 단지 다시 심장이 뛰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스물일곱, 천재희의 몸에는 아직도 파이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부당 계약 및 파이터 처우 개선, 기타 불합리한 사항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M씨 등 관련 사안에 대한 제보 보내주십시오.*
forever2886@hanmail.net 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