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이선생님 댁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오후 6시 30분 저녁식사 초대...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일단 이선생님 내외분과 헤어졌습니다.
<점심에 먹은 것들,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고 과일음료수 종류인 듯, 엄청나게 든든하다>
이선생님은 '주소' 적은 종이를 주며,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면 잘 데려다 줄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속으로 '택시 안 타고 우리 힘으로 찾아갈 겁니다' 이랬답니다.
달랏에 어느 정도 머물다 보니, 이제 길찾기에 자신감이 생긴 거지요.
호수에도 가고, 중앙시장에도 가고
가보지 않은 길도 가보고....엄청나게 걸어다녔습니다.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는 쌩쌩 미꾸라지처럼 달리는 오토바이가 무서워 길 건널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는 척척 길도 건넙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는 평생 길을 못 건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그냥 눈 딱 감고 건너는 겁니다. 그러면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속도를 늦춰 우리를 피해 제갈길을 가더군요.
횡단보도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있고, 그나마 있는 것은 다 지워져 보이지도 않고, 그러니 건너고 싶은 지점에서 건너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5시 경, 이선생님 댁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귀동냥으로 들어둔 길을 찾아 걷다 잘 모르겠으면 주소 쪽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주소 쪽지를 보여주면 길은 잘 가르쳐주는 베트남 사람들...
그렇게 물어물어, 결국, 정말 장하게도 이선생님 집을 찾아냈습니다.
참 귀엽고 예쁜 집...
베트남의 집은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되었어요.
앞 부분이 딱 4m.... 나라에서 일률적으로 그렇게 분양을 해준겁니다.
원래는 0층과 1층뿐이었는데, 이선생님이 2층을 증축하셨답니다.
아주 작은 앞마당에는 미스 트응의 하얀색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네요.
맨 아래층은 식당과 주방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 꾸며 놓은 게 꼭 소꿉장난하는 것 같이 귀여웠어요.
공간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였지요.
대문으로 연결되는 1층은 거실
2층은 이선생님 내외분이 사용하시는 안방 겸 거실...
평수는 아주 작았지만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었어요.
식사를 하기 전, 이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베트남의 슬픈 역사...
그리고 저는 궁금했던 박하농장에 관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왜 그것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어떻게 진행되었었는지, 박하는 어디에 사용하는지...
박하잎과 줄기에서 어떻게 진액이 나오는지....
이선생님은 척척 제 질문에 대답을 해주셨지요.
안타깝게도 박하농장은 가보지 못했습니다.(박하농장이 실패했기 때문에)
드디어 식사 시작....
미스 트응이 차린 식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어요.
깔끔하고, 세련된 미스 트응은 한 가지 한 가지 음식에 정성을 들였고,
식탁을 차리는 솜씨 또한 아주 뛰어났어요.
김치 종류만 세 가지...
배추김치, 파김치, 무김치...
"베트남 무는 물러서 한국 무보다 맛이 없어요."
무김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스 트응은 아쉬운 듯 말했지만, 배추김치도 파김치도 무김치도 짜지 않고 참 맛있었어요.
우리 입맛에 쏙 맞았지요.
어쩌면 그렇게도 요리 솜씨가 좋은지...
미스 트응은 우리 나라 잔치국수도 그렇게 맛있게 잘 한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음식이 많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네요.
첫 번째 음식으로 나온 것은 연어....
연어는 이곳 베트남에서도 꽤 비싼 편에 속한답니다.
귀한 손님들이라고 특별히 준비를한 것이지요.
두 번째 음식은 아티소 넣은 족발탕....
아티소를 넣어 족발을 끓이면 냄새가 하나도 안 나고 맛이 참 좋답니다.
"이거 끓이느라고 가스가 다 떨어졌어. 베트남에서 이걸 먹으려면 미리 하루 전날 주문해야 해. "
이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깔깔 웃었답니다.
유머감각이 뛰어나신 이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터지지요.
예를 들어, 미스 트응이 한국말을 잘 하면....미스 트응은 '도로 확장 공사' 같은 어려운 말을 잘 씁니다.
그러면 이선생님은
"한국말, 누구한테 배웠지?"합니다.
그러면 미스 트응이 "우리 신랑한테요." 대답하지요.
"어, 나는 한국에 유학갔다 온 줄 알았어." 하면서 너스레를 떠시는 이선생님 내외를 보면 잉꼬 한 쌍을 보는 듯하다니까요.
하여튼, 아티소 족발탕은 참 맛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족발탕 같은 거 절대 못 먹는데, 이곳에서는 한 그릇 뜩딱....
세 번째 음식은 게찜....
이곳 베트남은 농산물뿐 아니라 해산물도 엄청 싸답니다.
게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염치 불구하고 두 손으로 잡고 마구 뜯어먹었답니다.
마지막으로는 밥을 먹었는데, 찹쌀과 강낭콩 등 여러가지 잡곡을 넣어 정말 맛있었어요.
"선생님! 복 받으신 거예요. 미스 트응 같은 아내를 맞이하게 된 것이요.
똑똑하고, 요리 솜씨 좋고, 남편 잘 공경하고..."
제 말에 이선생님은 부정은 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런데 저 여자가 말이야, 너무 헤퍼."
"선생님의 말은 모조리 반어법이라는 것 처음부터 알았어요!
그리고 선생님과 미스 트응을 저울에 재자면 선생님이 기울어요!"
제 말에 이선생님은 웃기만 하시고 아니라고는 대꾸를 못하시네요.
정말 미스 트응은 영리한 분이십니다. 학식과 교양도 갖추고, 살림도 잘 하는 미스 트응....배울 점이 많은 분이십니다.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밤 12시 버스를 타기 위해 풍짱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물론 미스 트응이 우리를 안내해 주었고요.
아쉬운 작별....
그러나 3월이면 이선생님 내외분이 한국에 오신다니, 그 때를 기다릴 수밖에요.
미스 트응이 한국에 오면 아주아주 잘해주고 싶습니다.^^
슬리핑 버스에 몸을 누이고, 24일 새벽 5시 30분 호치민 시티 데탐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이라 아침 먹기도 여의치 않아, 호텔 맛사지에 가서 한 시간 동안 발 맛사지를 받은 후 공항으로 갔지요.
오후 1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 15분....
한국은 따뜻했습니다.
왱왱대는 오토바이가 안 보여 편안했습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없어 참 깨끗했지요.
역시 내 조국이 최고야....
* 여행이 끝난 후....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왜 떠나야 하는 것일까, 왜 떠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머물러 있으면 많은 경험을 할 수 없고, 많은 것을 볼 수 없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요?
* 끝으로 아티소에 대하여
아티소라는 식물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생김새는 요렇게...
꽃과 잎, 줄기, 뿌리 모두 먹는데
위 사진의 꽃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꽃으로 만든 아티소 차...두통, 소화불량, 다이어트에 좋구요. 족발탕을 만들 때 넣으면 국물이 참 맛있어집니다.
* 다음에는 꼭 베트남 종단여행을!
호치민 시티에서 시작해서- 나짱(Nha Trang)과 무이네-> 호이안(Hoi An)과 다낭(Da Nang), 후에(Hue)-> 하노이(HANOI)->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사파(Sapa)까지.....
첫댓글 안샘과 처음가는 베트남 여행이 제 인생에 많은 변화를 줄 것 같아요^^ 여행 속에서 낯선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 . 전 무엇보다도 '여행속의 나'를 보는 게 가장 흥미롭고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부족한 저를 데리고 다니시느라. . 짐하나 더 늘게한건 아닌지 죄송한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 감싸주시고 모를땐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전혀 부족하지 않았던 행복나눔샘! 오히려 두 후배 때문에 든든했어요.^^ 이번 여행에서 보았던 것들이 나중에 분명 살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완고하고 까칠한 나와 함께 여행해 주어 오히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에효....ㅎ
왜? 한숨을....
@바람숲 ㅋㅋ 부러움의...요..
다음엔 꼭 함께 가요. 예전에 캄보디아 갔을 때 참 재미있었잖아요!
정말 8일이 후딱 지났네요!
이제 명작이 태어나나요?
그것도 기대하겠습니다!
명작은 무슨...그냥 예전에 쓰려고 했던 것, 마무리하려구요.
즐거운 여행은 큰 행복입니다~~ㅎㅎ
예, 여행은 늘 그렇듯 가슴 떨리는 일이죠.^^ 가슴 떨림이 있다는 건, 그만큼 젊다는 소리고요.ㅋㅋ
선생님은 청춘이에요. 늘 꿈을 꾸시니까요.
청춘! 좋지요! 미혜샘도 늘 꿈을 꾸시잖아요.^^
드디어 오셨군요~~환영합니다^^
천식때문에 고생은 하셨지만 정말 멋진 여행이었네요~~
천식, 그놈의 천식! 하지만 새롭고 특별한 여행이었답니다.^^
모처럼 산모퉁이에 들어왔다가 달랏여행 완전 잘했어! 너무 부럽고 가고 싶다! 우리 내년 1월 베트남여행 계 들면 안될까? 정말 자유여행으로 몇몇이 돌아다니면 좋을 듯! 갈 사람 여기 붙어라! 물론 단장은 바람숲이지!
선생님, 설 잘 보내셨죠? 베트남은 자유여행하면 참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내년 겨울에 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