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던 때였다.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독서량이 적지 않았다. 서양 고전 소설부터 근현대 소설, 철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의 내용을 알고 발표하는 모습에 내심 놀랐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니, 디테일에 약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이 원서를 읽기보다는 요약본을 통해 내용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줄임말이 많아, 나로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 종종 등장했다.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말을 줄이고, 긴 글도 핵심만 간추려 읽는 데 익숙하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이른바 '숏폼(Short-form)의 시대'다. 숏폼 문화는 깊이 있는 대화나 사색, 신중한 행동보다는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방식에 익숙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줄이고 건너뛰다 보면, 삶의 무게와 부피, 경험과 과정, 그리고 우리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마저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밤을 새워가며 장편 소설을 읽던 그 귀하고도 묵직했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문득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