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곡을 듣다
침대에서 일어날까 말까 뒹굴거리며
켠 유튜브에서, 랜덤으로 걸린 낯선 듯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영임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회심곡이었다.
잔잔히 흐르던 가락은 처음엔 배경처럼 스며들더니 이내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가사는 차갑고도 분명했다.
죽음의 길은 홀로 가는 길이다.
일가친척이 아무리 많다 한들, 마지막 길을 함께 걸어줄 이는 없다는 노랫말은,
평생을 살아오며 나에게도 익숙해진 고독을 다시금 드러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산 세월이 길어지자, 삶은 가볍기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
한때는 집 안이 북적였고 식탁엔 웃음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의자 하나가 늘 비어 있고 식사 자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식탁 위에 남겨진 찬물 한 잔, 벽시계 초침 소리, 저녁이면 창밖에 부는 바람 소리.
그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적막을 더 짙게 만든다. 처음엔 낯설었던 고요가 이제는 몸에 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노랫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오래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름 저녁, 부엌에서 함께 부침개를 부치던 기억이다.
기름 냄새가 방 안에 가득 퍼지면, 조금만 기다려 하며 뒤집던 손길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식탁에 마주 앉아 웃으며 젓가락을 부딪치던 그 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다가왔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 기억이 남아 있기에 지금의 고독이 완전히 공허하지는 않다.
회심곡의 선율은 그 오래된 상처를 조심스럽게 헤집었다.
노랫말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이야기를 빼곡히 긁어내는 듯했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지금 붙잡고 있는 집도, 물건도, 기억도 결국 두고 가야 할 것들이다.
남는 것은 추억뿐이고, 그것마저 시간이 흐르면 바람에 씻기듯 희미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허무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남길 것인지 묻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숨 쉬는 동안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일—그것이 마지막 길 앞에 부끄럽지 않은 답이리라.
노래가 끝나자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 고요 속에서 더 많은 생각이 피어났다.
죽음의 길은 홀로 걷는 길이지만, 지금 내가 걷는 이 고독의 시간 또한 그 길을 준비하는 시간이리라.
이왕 홀로 살아야 한다면 남은 날을 더 단단히, 더 맑게 살아야겠다고
창밖의 회색빛 하늘이 어쩐지 오늘따라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나는 그 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속으로 말한다.
떠날 날이 언제 오든 그 길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을 살자.
그 다짐이 고요한 하루들을 지탱할 작은 등불이 되어주기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