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소화 과정은 위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큰 음식 덩어리가 작은 조각으로 부숴져 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위벽을 이루는 세포들은 위강으로 여러 가지 물질, 예컨대 염산, 여러 종류의 복잡한 단백질, 그리고 펩타이드라고 부르는 더 작은 단백질 조각들을 분비한다.
염산은 단백질을 더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며, 섭취된 단백질이 아미노산과 매우 짧은 펩타이드로 완전히 분해되어 혈류로 흡수되는 과정은 장에서 이루어진다. 반대로, 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일부는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뮤신'이라는 단백질은 염산의 부식성으로부터 위 점막을 보호한다. 뮤신은 많은 당 분자가 붙어 있는 큰 복잡한 단백질로, 위 점막 세포 위에 점성이 높은 젤 층(점액)을 형성한다. 또 다른 중요한 위 분비 단백질은 '펩시노겐'이다. 펩시노겐은 염산에 의해 펩신으로 전환되어, 음식 속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내인성 인자'Intrinsic Factor라는 위 단백질은 비타민 B12가 체내에 흡수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잘 알려진 위 단백질들과 달리, 위는 기능이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몇 가지 펩타이드도 분비한다. 그중 하나가 '트레포일 인자 펩타이드'trefoil factor peptides 계열이다. 트레포일 펩타이드는 복잡하게 꼬여 있는 구조 때문에 위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이 펩타이드는 위와 장의 세포가 손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에 관여하며, 상처 부위를 덮기 위해 세포 이동을 촉진하고, 위장관 내용물이 혈류로 새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몇몇 연구에서는 이러한 트레포일 펩타이드의 작용이 암세포의 이동metastasis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트레포일 펩타이드는 여러 종류의 종양에서 발견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물질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 내용물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단백질로 '신체보호화합물'Body Protection Compound, BPC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있다. BPC는 1990년대 초 시키리치 연구팀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는데, 접근이 쉽지 않은 러시아 학술지에 발표됐다. 1994년 미국 특허(5,288,708)에서는 이 물질을 인간과 동물의 위액에서 분리했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장기 손상 모델에서 광범위한 보호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분리 과정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고, 이온교환 및 젤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비교적 덜 정교한 방법으로 분리한 후 투석을 했다고만 설명했는데, 실제로 분리된 BPC가 순수한 물질이었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
특허에서 실험에 사용한 동물은 쥐, 생쥐, 토끼, 기니피그, 돼지 등이었으며, 인간 대상 연구는 단 한 건뿐이었다. 특허에 따르면 BPC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조직과 질환의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위궤양, 심장 손상, 간 손상, 췌장 손상, 신장 손상, 당뇨, 발열, 부종, 비염, 골절, 화상, 피부 상처, 과민 반응, 동공 확장, 대장 손상, 종양 성장, 방사선 손상, 적혈구 생성, 생식 및 수유, 치아 손상, 여러 종류의 중추 및 말초 신경 손상, 선모충 감염, 여러 바이러스 감염. 또한 1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BPC가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동물 실험 결과와 소수의 사람 대상 연구에 근거하여 BPC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후 같은 연구팀의 추가 연구와 특허에서는 BPC 단백질의 N-말단에서 유래한 15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짧은 펩타이드가 전체 단백질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펩타이드는 'BPC-157'로 알려져 있다. 이 펩타이드의 중요한 특징은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롤린은 단백질 구조에 특이한 굴곡을 만들어 펩타이드의 분해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BPC-157은 비교적 간단한 화학 합성 방법으로 실험실에서 생산할 수 있다.
시키리치 연구팀의 지속적인 보고 외에도, 다른 연구 그룹은 세포 모델에서 BPC-157이 쥐의 힘줄 성장을 개선한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에서 독성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현재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에 위치한 대퇴이두근, 반건양근, 반막양근 등 3~4개의 근육과 힘줄) 손상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BPC-157을 인간에게 투여한 연구는 단 세 편만 보고됐다.
2021년 16명의 무릎 통증 환자에게 BPC-157을 무릎 관절에 주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일부 환자는 티모신-베타-4(조직의 재생, 세포 이동, 상처 치유 및 염증 억제에 핵심 역할을 하는 4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생체 펩타이드)를 함께 투여했으며, 6~12개월 후 환자들에게 통증이 좋아졌는지 질문했다. 대조군도 없고 완전히 주관적인 평가였던 이 연구는 14명의 환자에게서 통증이 개선됐다고 결론 지으며 ‘BPC-157 관절 내 주사가 여러 종류의 무릎 통증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비슷하게 2014년 연구에서도 대조군 없이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환자 12명 중 10명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같은 연구 그룹의 2025년 보고에서는 두 명의 여성에게 BPC-157을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 부작용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현재 BPC-157의 상황은 어떨까? 인간에서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증거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펩타이드가 운동선수의 근육·힘줄·인대 회복, 수술 후 회복, 장 건강 개선을 도와준다고 홍보하고 재생 능력을 강조하여, '울버린 펩타이드'wolverine peptide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래서 헬스장과 운동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인기 물질이 되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대부분 규제가 없는 합성 회사들(이른바 ‘회색 시장’, 특히 중국)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구입한 제품의 BPC-157의 실제 함유 조차 보장되지 않으며, 알레르기나 기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오염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BPC-157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고, 합법적으로 처방하거나 구매할 수 없다. 미 국방부와 세계반도핑기구도 금지 물질로 지정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위에서만 생성되는 펩타이드를 전신에 투여했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트레포일 펩타이드와 비슷한 논란의 물질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EGF는 인간의 모유에 존재하며 신생아의 위장관 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나 같은 물질이 성인에서는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강하게 촉진하기도 한다.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