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口竹天 정구죽천可笑(가소)롭다
[고무래 정(一/1) 입 구(口/0) 대 죽(竹/0) 하늘 천(大/1)]
破字(파자)라는 것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한자를 깨뜨려(破) 분해한 것, 즉 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눈 글자를 말한다. 姜(성 강) 자를 분해하여 ‘八王女(팔왕녀)’라고 하거나 明(밝을 명) 자를 ‘날 日’과 ‘달 月‘ 합친 글자로 하는 식이다. 학자들은 별로 의미를 두지 않지만 파자는 수수께끼로 풀어보는 제법 머리를 써야 하는 글자 놀이의 하나다. 또 해학과 풍자가 있고 한자를 오래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풀이 말고 자기 나름대로 파자하여 의미를 붙여 보는 것은 한자학습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파자의 예를 보면 고려 말의 예언 노래 ‘木子得國(목자득국)’은 李氏(이씨) 즉 李成桂(이성계)가 나라를 얻게 된다는 뜻으로 유행시켰다. 조선 중종 때 반대파들이 ‘走肖爲王(주초위왕)’이라 꿀로 쓴 뽕잎을 누에가 글자대로 파먹게 해 走(달릴 주)와 肖(닮을 초, 不肖는 닮지 못한 불효)를 합친 趙氏(조씨) 즉 趙光祖(조광조)가 왕이 된다고 모함했다. 이것이 피비린내 나는 己卯士禍(기묘사화)의 원인이 된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러나 무엇보다 金笠(김립)으로 유명한 방랑시인 김삿갓 金炳淵(김병연)의 해학을 따를 수는 없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김삿갓이 開城(개성)의 부호 집에 들렀을 때 저녁이나 얻어먹을까 하여 주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인색한 주인은 도통 저녁을 내올 생각이 없다. 그때 하인이 문밖에서 ‘人良卜一(인량복일) 하오리까?’ 하니 ‘月月山山(월월산산) 하거든’ 하고 답한다. 천하의 김삿갓이 이를 모를 리 없다. ‘丁口竹天(정구죽천)이라 月豕禾重(월시화중) 이로군’ 했다 한다. 人良卜一은 합치면 食上(식상) 즉 식사를 올릴까 하니, 月月山山 즉 朋出(붕출) 친구가 가거든 했고, 丁口竹天을 합쳐 可笑(가소)롭기가 月豕禾重 즉 豚種(돈종) 돼지와 같다고 욕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