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수련법의 기본, 수심정기
수심정기(守心正氣)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한다
수심정기(修心正氣)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르게 한다
守心正氣인가, 修心正氣인가
신인간 2003.8
윤석산_ 서울교구·한양대 국제문화대 학장
해월신사께서는 경전을 경진년(포덕 21년) 인제 갑둔리에서 간행한 이후 포덕 24년 봄과 여름에 또 간행을 한다. 즉 3년 만에 다시 봄, 여름에 걸쳐 두 번이나 간행한 것이다.
이렇듯 자주 간행을 한 것은 그 수요가 그 만큼 증대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교도들이 많이 늘어나고, 경전 보급의 필요성이 절실하여 이렇듯 많은 양을 발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유 이외에 경전을 자주 발간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계미중하판이 발간되는 이유를 발문을 통해 알아보면, “동협(東峽, 이는 麟蹄를 가리킴)과 목천에서 이미 정성을 모아 간행을 했는데, 경주는 본래 선생님께서 도를 받고, 또 도를 펴신 곳인데도 아직 경전을 발간하지를 못해서 이렇듯 경주판으로 이름을 하고” 경전을 발간한다는 것이다.
또한 계미중춘판은 발견이 되지를 않았어도, 포덕 48년 중앙총부에서 발간한 『동경대전』에 실린 계미중춘판 발문이나, 관몰문서에 전하는 계미중춘판 발문 등에 의하면, 경진년 인제에서 간행된 경전에 “글이 빠진 것이 많아 한스럽다.(文多漏闕之歎)”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즉 경진판에 궐자(闕字)와 오자(誤字)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경전을 발간한 지 불과 3년뿐이 되지 않았는데, 부득불 다시 판각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다시 말해서 목판으로 경전을 판각하는 과정에서 오자와 궐자가 생겼다는 것을 위에 인용된 계미중춘판 발문 등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그런가 하면, 포덕 24년 목판으로 인쇄된 계미중하판과 포덕 29년 목판으로 인쇄된 무자판을 서로 비교해 보면, 계미중하판에서 잘못된 오자를 무자판에서는 바르게 판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정(定)’을 ‘정(正)’으로, ‘부(夫)’를 ‘부(符)’로 수정 판각한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는 그간 경전 판각 과정에서 오자, 또는 궐자가 있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본다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인 계미중하판 역시 수정되지 못한 오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계미중하판 「수덕문」에 나오는 ‘수심정기’의 ‘닦을 수(修)’가 잘못 판각된 오자(誤字)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더구나 이 계미판보다도 앞선 기록인 『수운행록』, 『도원기서』 등에 ‘수심정기’가 ‘守心正氣’, 곧 ‘지킬 수(守)’로 되어 있고, 또 이보다 앞선 계미중춘판을 저본으로 삼아 필사한 경전에 역시 ‘지킬 수(守)’로 되어 있으며, 해월신사 재세시(在世時), 더구나 해월신사의 수제자인 손천민에 의하여 기록된 신사법설 중에도 ‘守心正氣’로 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본래부터 동학·천도교단에서 ‘수심정기’의 표기를 ‘지킬 수(守)’로 썼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계미판 「수덕문」 중 修心正氣의 ‘닦을 수(修)’는 오기(誤記)의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