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3.
우리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자 공부가 필수라는 의견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한자를 알면 도움이 되겠지만 반드시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주장은 한자를 아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있어서 한자 대신 한글 사용을 어렵게 만들어 한자 공부의 필요성에 사람들을 가두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자를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비꾸는 것을 선호한다. 일상에서 아이와 대화할 때 조식, 중식, 석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여행에서 아침 조식이라는 단어를 처음 말했을 때 한자의 필요성을 느끼기보다 그 순간 아이에게 "조식은 아침 식사라는 뜻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쳤다.
'아침 조'라는 한자를 알면 '조삼모사'라는 단어를 배울 때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내 삶에서 내가 한자를 많이 쓰지 않아서인지 굳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아침 조'를 사용하는 단어가 일상에서 그리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찬 모임'이라는 단어를 나는 삶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고 내가 어릴 때 자주 쓰던 '조간 신문'이라는 단어도 더이상 쓰지 않는다. 타인이 이런 단어를 쓰면 못알아 듣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는데 못알아 듣는 것이 잘못인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를 쓰는 사람이 잘못인지 나는 궁금하다.
나는 사자성어도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편이다. 20~30년 전에는 사자성어를 많이 아는 것이 똑똑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일상에서 자주 회자되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주변에서 사자성어가 예전만큼 그리 많이 들리지 않는다. 설사 누군가 사용한다해도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한자를 사용하면 간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식이라고 하면 간단한데 '아침 식사라고 하면 길어진다는 것이다. 조삼모사라고 하면 간단한데 아침에 세개, 저녁에 네개라고 하면 너무 길지 않느냐고 한다. 나에게 이 주장은 뷰라고 말하면 멋진데 전망이라고 말하면 촌스럽다는 것과 동일하게 느껴진다. 영어에 익숙한 세대들이 우리말로 표현하면 '북한말 같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 말에 한자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인정한다. '아침 식사'라는 단어에서 식사는 여전히 한자이니 말이다. 아침 밥이라고 말하는 것이 한글 사용이라면 나는 기꺼이 아침 밥이라고 바꾸고 싶다.
나는 우리 말이 존재하는 한 최대한 우리 말을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유학 시절 TA(teaching assistant)를 하기 위해 말하기 수업을 한과목 수강한 적이 있다. 첫날, 학생들은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쓰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한글, 영어, 한자로 내 이름을 썼다. 우리는 세 가지로 이름을 표현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썼는데 수업에 있던 중국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으며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 중 한명이 나에게 한글이 있는데 왜 한자로 이름을 표기하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딱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들의 언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언짢았다. 그 경험 때문에 나는 아이 이름을 한글 이름을 짓기로 결심했고 그대로 실천했다.
아이가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보행자, 정지, 차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걷는 사람, 멈춤, 차가 다니는 도로라고 알려주었을 뿐, 그것도 모르냐며 한자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는 우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왜이리 한자를 많이 쓰냐면서 투덜댔다.
영어를 많이 사용해서 한글 사용이 어색하듯 한자를 여전히 많이 사용해서 한글 사용이 어색한 면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글날만 한글 사용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영어와 한자 대신 우리 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