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
이제까지 이틀 동안은 도심 주위를 맴도는 관광여행이라면,
오늘부터는 촬영 명소인 오지를 찾아가는 고난의 연속이 될것이다.
오전8시 반둥을 떠나 수까부미에 있는 휴화산 Mt Gede로 향한다.
반둥 다운타운에 200년 역사의 커피점 "Aroma"의 커피가 유명하단다.
최사장이 이 집을 꼭 들러보라는 말에 전대장의 스마트폰에 구글 GPS를 작동시키고 반둥 구시가지를 골목골목 누볐다.
마치 청계천 광장시장을 연상시키는 곳에 다 쓰러져가는 커피점앞에는 이른 아침인대도 수십명이 늘어섰다.
아쉽지만 커피 볶는 모습만 밖에서 보고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반둥 구도심은 몇백년간 재개발을 안한듯, 길은 좁고 구불구불 이어져있다.
도심을 벗어나 지방도로로 들어서니 2차선 도로 한쪽에서 포장공사를 해 한번 정차하면 10여분씩 기다려야 했다.
손님을 태우는 마차, 열명 남짓 타는 승합차, 오토바이로 꽉메운 길에 오가는 사람들은 바쁠게 없다.
어디서 저런 느긋함이 배어 나올까.
"기루 드루스"
구글 GPS에서 나오는 음성 "Turn Left"를 전대장이 기사에게 전달하는 말이다.
전대장을 대신해 내가 "기루 드루스", "기난 드루스"하며 기사에게 말해주니 기사는 웃어 죽겠단다.
막히는 길을 웃음으로 때우며 우리는 Mt Gede로 향한다.
시골이다, 점심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다.
전대장이 차를 세운 곳은 현지음식점 "Padang"
Padang은 세계10대음식에 추천 될 만큼 이곳선 유명한 음식으로 생선, 닭고기, 소고기등 각종 재료를 코코넛 탄산소스를
발라 굽거나 튀긴 요리다.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맛있다.
놀라운것은 9인분의 식대가 음료수 포함 2만원이 채 안된다는 것이다.
이곳 과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두리안"이다. 일명 "King of Fruit " 라고 하지요.
마침 두리안을 파는 가게가 있어 처음 먹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어린애 머리통만한 열매 겉표면에 큰가시가 촘촘히 박혔다. 큰 느티나무만한 두리안 나무밑을 지나던 사람 머리에 이 열매가 떨어지면 즉사 할 것만 같은데, 이 열매는 한번도 사람 머리위로 떨어져 본적이 없다고 한다. 밑거나, 말거나.
뭐, Dung 냄새는 그리 나지 않았고, 과육은 신선하고 달았다.
먹어본 사람이 맛을 잘 안다고 승길형이 제일 맛있게 먹는다.
해발 3000m, Mt Gede가 가까워 오자 오늘도 어김없이 소나기가 퍼붓는다.
억세게 퍼붓는 소낙비를 뚫고 늦은 오후 해발 1050m 국립공원 입구 Villa Cemara에 도착했다.
산장 여주인 Tuti와 딸의 얼굴엔 포르튜갈 피가 흐른다.
여장을 풀고 내일 새벽 먼동이 트기전에 촬영할 "Situ Gunung" 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물안개 피어 오르는 새벽,
호수에 나타난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모습을 촬영할 계획이다.
전대장이 준비한 야심작 1호다.
산중의 늦저녁, 호수는 물안개를 거두며 어두워지고 있었다.
산장에서의 저녁은 특이했다.
토종닭을 구웠고, 호수에서 잡은 잉어도 구웠다.
질긴것 같으면서도, 입속에 넣고 씹는 질감이 부드러우며 색다르다.
Tuti 아줌마가 차려준 밥상위,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소주 한잔 걸치고 이국만리 외딴 곳에서 첫사랑이 생각났는지,
노래가 흘러 나오고, 우리의 합창은 산속으로 울려 퍼진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첫댓글 고생은 좀 되었겠지만 모두 호강하셨네,
다음날 얘기가 기다려집니다.
파당,두리안 모두 국제적으로 맛있다고 알려진 음식이라는데 나한테는 안맞는듯. 입맛이 국제화
되지못하고 촌스러운탓인가요? 산장에 도착했을때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는데 양철지붕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가 옛날 어렸을때 추억을 떠올리게 했죠. 또 한가지 산장에서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있어 한잔 타서 한모금 마시는데 부유물이 있었죠. 나중에 안얘기는 부유물을 가라앉히고 마셔야
한다네요. 서두루지 말고 천천히 마시라는 교훈인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더 정겨웠던 밤,
민박 같은 산장, 가정식, 여주인의 친절, 인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이날 파당, 구리안, 토종닭, 잉어, 커피 등 인도네시아의 특산물을 모두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모처럼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방물과 함께 했으니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대장의 사려와 노고가 잔뜩배인 출사지였지요. 주인아줌마 또띠의 정감어린 수다와 야외식당 양철지붕을 두두리는 빗소리와 바베큐, 나와 우리모두에게 길이 남을 여운이 짙은 밤이었습니다.
전대장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