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91-2(2024.5.4) 연천군
16.5km(서해:845.6km, 남해:817.7km, 동해:677.1km, 누리 360.6km, 합계:2,701km)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 백학면 구미리 - 학곡리 - 노곡리 - 장남면 원당리 )
7시가 되기도 전에 숙소를 나와 설렁탕 한 그릇씩 먹고 숭의전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7기 40분이다. 오늘도 날씨는 쌀쌀하게 시작되어 낮 기온은 거의 30도를 육박한다는 일기예보다. 오늘의 목표는 평화누리길 10코스로 연천군 코스가 끝나는 날이다. 다음부터는 파주군에 들어서고, 일산을 지나면 우리의 출발지 김포로 회귀하는 것이다.
끝이 보인다.
14년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것이다.
숭의전을 나와 일반 차도 길을 걷는다. 일토장정을 시작하면서 검토대상이 바로 인도가 없는 차도길 걸을 때 안전 문제였다. 도심을 벗어나면 인도가 없는 도로가 많은 것을 느낀다. 아무리 우리의 버킷리스트라 할지라도 안전하지 못한 것을 모험할 나이는 지났기 때문이다. 가파른 언덕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3명은 무리 지어 달리는데 한 명만 뒤에 처져 힘겹게 오르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뒤를 따르는 저 양반이 우리 일토장정의 모티브다.
3명이서 호기롭게 시작한 대장정은 충청도에서 6명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보면 성향들이 니온다. 그래서 여행 도중에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14년간 꾸준히 장정을하면서도 끝까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니 인생에 최고의 벗이구나하고 생각된다.
마을길로 접어드는가하면 강변을 따라 걷고, 강변을 따라 걷나보다 하면 강둑을 걷고 있다. 편히 앉아서 쉴만한 그늘도, 의자도 없다. 계속 물만 먹힌다. 이렇게 지루함을 느낄 때 평화누리길 10번 코스가 강둑 아래를 가리킨다.
'어디로 가라는거지? 길이 보이지 않는데 강을 가로지르라는 거야?'
강둑길에서 돌다리까지는 매우 경사진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일행 중 무릎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여럿이어서 내려가는 모습이 내가 보았던 노인들 걸음이다.
'그래 우리도 노인이 되었구나....'
돌다리를 건너니 잡초만 무성한 곳에 희미하게 길의 흔적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맘때 나타나는 뱀이 있을까 봐 아래를 뚫어져라 보면서 걸었다. 아마 당분간 지원조의 지원을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
무성한 잡초를 지나니 숲길이 나온다. 거의 걷는 사람들이 없었던 듯 길은 형체만 존재했다.
너무 아름다운 길이다.
푸르른 숲길에 새소리와 풀내음.
정말 오감을 자극하는 길이다.
지자체에서 걷기 코스를 만든다고 데크길과 보도블록, 포장도로를 만들지만 실은 유지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흉한 모습이 있다.
데크는 떨어져 나가고, 풀은 자라 있어 담당자가 과연 이 길을 걸어보기나 하는지란 생각을 자주 했었다.
나는 걷기가 힘들고 위험한 곳만 데크를 깔고 그 외의 곳은 자연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
이곳도 길에 무성히 자란 풀만 예초기로 다듬어 준다면 아마 대한민국 최고의 걷기 코스가 아닌가 싶다.
일행 모두가 이 길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더위에 지쳐있던 모습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기 바쁘다.
이렇게 즐거운 코스는 너무 짧다. 아니 길이 좋다 보니 짧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방문해야지'
다시 돌다리가 나오고 저 멀리 민가가 보인다. 문명이 보인다. 그러면 다시 지루해지겠지?
초입부터 문명의 소리가 들린다. 어느 농부가 트랙터에 용접을 하면서 쇠가 부딪치는 소리에 나의 머리는 현실로 돌아왔다.
'싫어!!!! 시멘트 도로가 싫어!!!!'
'어? 저게 뭐지?'
드디어 뱀을 만났다. 날씨가 좋고, 물가 가까이 있고, 푸른 숲과 잡초가 우거져 있는데 뱀이 없을 리 없다. 이 녀석은 햇볕을 쐬고 있었다. 스스로 체온을 올리려고 이때쯤 도로에 나와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것이 뱀이다. 죽은 거 같지만 절대 만지면 안 된다. 위험이 감지되면 언제든 덤비는 시기의 뱀이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조망이 좋고, 강가 가까이 있는 토지에는 전원주택이라는 명분으로 개발하여 분양하는 곳이 있다. 자연 가까이에서 삶을 영위하고픈 것이 인간의 심리이지만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자연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연 그대로 남겨두어야 한다. 인간만이 살아가는 지구가 아닌 모든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우리 후손과 동물과 식물의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개발과 보존.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일행 중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일행의 일정으로 1시 이전에는 일토장정을 멈추어야 했다.
팬데믹 이후에 벌어진 일로 주말에 한정적으로 예약한 사람들만 면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토장정은 파주시까지 500m를 남겨둔 신장남교 입구에서 멈추었다.
이제 평화누리길 3코스만 걸으면 김포를 보면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경기둘레길(평화누리길과 경기둘레길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평화누리길은 행주산성을 경유하지만 경기둘레길은 일산대교로 바로 진입하여 김포로 들어간다. 우리의 일토장정은 무조건 국토의 가장 끝자락을 걷는 목적이어서 경기둘레길로 걸어야 한다.) 2~8코스가 남았다. 즉, 일토장정의 시작점인 김포시 보구곶리까지 112.5km 남은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10월 우리는 출발지인 김포시 보구곶리에 도착한다. 14년 4개월 만에....
첫댓글 와우
얼마 남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