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즉문즉설
놀부심보 그만하고, 흥부심보 좀 내세요
▒ 문
윗층하고 소음 때문에 몇 개월 동안 다투고 그랬습니다.
저는 자기 전에 지장경이나 천수경 기도를 꼭 하고 자는데요
그런데 막 다투고 난 다음에 안 좋은 마음 상태에서 기도를 하고 자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또,
스님이 법문하실 때, 기도를 하면서 업을 쌓는다 하셨는데..
기도는 남을 위해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오히려 나한테 돌아오는 수가 많다..
그러셨는데 기도를 하면서 업을 쌓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 답
보살님 심뽀가.. 꼭 놀부심뽀 같애요.
흥부는 어느날 다리가 부러진 제비가 파닥파닥대는 게 불쌍해서 치료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때 흥부가 자기 복 받으려고 제비 치료해줬나? 아니죠? 다만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치료를 해줬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냐 하면
제비가 박씨를 물어와 심었더니.. 큰 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놀부가 와서 보고, 흥부가 어떻게 부자가 됐나 보니까 제비 다리 치료해주고 그리 됐다 하니까 놀부는 제비 불쌍해서가 아니고, 복이 중요했단 말입니다.
'나도 제비 다리를 치료해주고 복을 받아야 하겠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다리 부러진 제비가 없어..
그래서 한 마리 잡아서 다리를 억지로 부러뜨려서 치료를 해서 날려 보냈죠.
그리고 복이 돌아오려니 생각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재앙이 돌아왔습니다.
보살님 보고 내가 지금, 놀부심뽀 같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배고픈 사람보고 불쌍해서 음식을 주고, 병든 사람 보고 불쌍해서 치료해주고
애들이 길거리에서 거지생활 하는 게 불쌍해서 모아서 보살펴 주는 게 아니고
복 받는다니까.. 그런 일을 하면 복 받는다니까 지금 그렇게 하고 싶다 이 말입니다.
복을 받고 싶은데.. 그런 일 하면 복 받는다니까 하는 건, 이미 놀부심뽀 입니다.
그러면 이제 재앙이 옵니다.
복 주세요 하고 기도하는데 복이 안 오고 재앙이 옵니다.
놀부도 복 달라고 제비 치료해줬지, 재앙 달라고 치료해준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기도가 대부분, 놀부 기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라에 있는 미꾸라지를 보고, 저거 죽을까봐 살려주고 싶고.. 내 돈 주고 사서라도 살려주고 싶고..
어항에 있는 물고기 보고, 사람들한테 먹힐 게 불쌍해서 내 돈 주고 사서 살려주는..
그런 마음으로 방생하는 사람들 별로 없잖아?
복 된다니까.. 방생이 가장 복 된다니까..
또 그 중에도 미꾸라지 할까, 자라 할까?
미꾸라지가 좋다 하는 이론은, 같은 돈에 마리 수가 많기 때문에..
또 자라가 좋다 하는 건 자라가 오래 사니까, 오래 살면서 자꾸 복을 물어 물어오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 배에다 자기 이름을 써서 보내잖아?
혹시 복을 물어 딴 사람 갖다 줄까봐.. (대중들 웃음)
이건 다 놀부심뽀다 이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복을 바래서 하는 일 중에, 오히려 재앙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기도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더 심한 기도도 있어요.
돼지를 죽여서 그 머리를 얹어놓고 기도하는 경우도 있고,
양의 목을 쳐서 그 피로 기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기도들 보다는, 그래도 이건 살려주면서 하는 기도니까 낫나 못 낫나? 낫지..
그러니까 불교 안에선 아무리 못해도 다른 것보단 나아요.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돌아가서 보면, 이것 역시 놀부심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복이 올래야 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자기를 돌이키며 기도를 해야 합니다.
소음 때문에 윗집하고 싸웠다고 하면..
내 복을 비는 기도를 할 때는, 아이고 내가 욕을 욕을 하고 싸워놓곤
갑자기 부처님 어쩌구 하면서 기도하기가 내가 생각해도 좀 민망하잖아? 그렇죠?
그러니까 이런 마음으로 기도해 뭐하나.. 이래갖고 복 주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고
그러나 나를 돌이키고 뉘우치는 기도를 하는 사람은 바로 싸웠기 때문에 기도할 게 더 있는 겁니다.
'시끄럽게 할 땐 그 집도 무슨 이유가 있었을텐데, 아이고 내가 부처님 제자라고 하면서,
그걸 이해 못하고 확 올라오는 걸 자제하지 못하고 입으론 욕설을 해대고
내가 경계에 끄달려 정신을 못차리는구나..' 이렇게 참회 기도할 게 더 많아지지..
싸웠기 때문에 기도할 게 더 많아지고, 잘못 했기 때문에 뉘우칠 일이 더 많아지는 겁니다.
이렇게 어떤 목적으로 기도하느냐가 중요하니까, 보살님은 그 마음을 좀 고치세요.
그런데 그 집은 왜 그렇게 시끄럽게 했는지, 이유는 아세요?
(윗층 애들이 막 뛰고 뭘 던지고 그러는데, 그걸 항의하면 밤 늦게 들어온 부모들이 부부싸움도 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기도도 했거든요. 저 아이들이 빨리빨리 철 들어서..)
그것도 다 내 욕심이예요..
빨리빨리 철 들어서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 이 말이잖아요?
그러지 말고 그 애들 불러다가 짜장면도 사주고 하면서 좀 친하게 지내보세요.
그렇게 친해져서 내 손자같이 귀엽게 보이면, 좀 뛰어도 짜증이 안 날테니까..
짜장면 사주면서 '이거 먹고 좀 조용히 해라' 이러지 말고.. (웃음)
놀부심뽀 좀 그만 내고, 흥부심뽀 좀 내 보세요.. ㅎㅎ
법륜스님 - 정토회 지도법사
첫댓글 나를 돌이키고 뉘우치는 기도...뜨끔합니다 ㅎㅎ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