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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17년에 웹 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 등재된 소설임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85. 세계 3대 도시
“세계 3대 미항은?”
“나폴리,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3대 미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가 그것이다.
이번에 올림픽이 열린 `리우데자네이루`는 그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해변의 높은 산등성이에 양팔을 벌리고 서있는 거대한 그리스도상을 떠올리게 된다.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 파리, 하면 에펠 탑. 동경의 도쿄 타워, 서울의 남산 타워도 마찬가지이다.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역시 런던의 빅 벤과 함께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겠다.
이렇게 유명한 도시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건축물이 있다.
“나는 서울, 하면 남산. 평양, 하면 모란봉이 떠오르는데?”
“...... …..”
그러면 세계 3대 도시가 어디 어디인지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뉴욕, 도쿄, … 베이징? 파리? 런던? 아니면...”
아마 잠시 머뭇거리거나 어딘지 잘 모를 것이다.
3대 도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단순히 인구가 많은 도시를 의미하는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도시`는 뉴욕, 런던, 도쿄이다.
이는 EBS 교재에서 `도시체계 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다.
도시의 규모와 기능 및 영향력에 따라서 세계 도시 간에 상하의 계층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 계층의 구분 기준은 국제금융 영향력, 다국적 기업의 본사 수, 생산자 서비스업 부문 성장도, 국제기구 본부 수, 국제항공 승객 수, 인구 규모, 주요 교통과 통신의 결절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구분된 최상위 세계도시가 뉴욕, 런던, 도쿄이고, 다음 상위 세계도시는 파리, 로스앤젤레스, 브뤼셀, 싱가포르 등이다.
하위 세계도시에 토론토, 홍콩, 시드니, 우리의 서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세계도시에서 고차 도시들은 저차 도시들이 보유한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상위 세계도시로 갈수록 수는 적어지나, 기능이 많아지고 따라서 영향력은 커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 세계 3대 도시가 전 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도 된다.
세계 3대 도시를 잘 살펴보면, 대영제국 및 대일본제국과 연관이 있다. 역시 지난 100여 년 넘게 전 세계의 약소한 나라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 찌운 제국주의의 현존 국가들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미국은 몰라도 저 영국이나 일본은 좀 무너져 내려앉았으면 시원하겠다.
그런데 일본은 아베 수상이 제법 잘하고 있으니, 이번에 브렉시트로 문제가 심각해진 영국의 몰락이나 한번 기대해볼까?
“감나무 밑에 앉아서 입 벌리고 하늘 쳐다보면 감 홍시가 입안에 뚝 떨어진 대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우선 런던이 어떤 도시인지 잘 알고 기대를 하든지 용심을 부려야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저런 도시체계가 등장하게 된 원인으로 `경도(표준시)`와 `경제규모`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도쿄와 런던은 9시간 차, 런던과 뉴욕은 5시간 차, 뉴욕과 도쿄는 10시간 차이가 난다.
일본증시가 끝나고 좀 있으면 런던증시가 열리고, 런던증시가 끝날 즈음에 뉴욕증시가 열리며, 뉴욕증시가 끝나고 도쿄증시가 다시 열리기를 반복하게 된다.
결론은 이 `세계 3대 도시`가 이룩된 이면에는 결국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 돈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나 중국에 도쿄를 능가하는 증권거래소가 생긴다면, 도쿄를 누르고 `세계 3대 도시` 안에 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구를 남북으로 1도씩 360개로 가르는 경도는 1884년에 국제회의에서 정해졌으며, 그 기준점인 0도 즉, 본초자오선을 영국 런던에 있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도로 삼기로 했다.
런던을 중심으로 동서로 180도씩 가르니까, 매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따라서 영국의 지구 반대편에서 서경 180도와 동경 180도가 만나는 지점이 `날짜변경선`이 되어 요일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도 막상 경도가 좌우로 서경 0도에서 동경 0도로 바뀌는 영국의 요일 변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영국 런던 반대편에서 요일이 바뀌었으면 이쪽인 영국 어딘가에 요일의 경계선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자칫하면 런던의 그리니치 좌우로 하루 차이가 나게 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독자 분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지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우스개 문제로 남깁니다.)
런던에는 전 세계 최상위 15개 은행이 7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중에 원래 유명한 City of London 지역에 9개 은행이 3만 명의 일자리, `캐너리 워프(Canary Wharp)` 지역에 6개 은행이 4만 명의 일자리로서, 런던 동쪽 템스강 하류에 위치한 `캐너리 워프` 가 새로이 떠오르는 금융업의 중심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작년 4월부터 금년 4월까지 1년간의 유럽 증권거래소 거래금액을 살펴보면, 12개의 증권거래소 중에 런던에 있는 3개의 증권거래소 거래금액이 유럽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유럽 주요 5개국의 혁신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들의 자금조달 상황을 보면, 독일+프랑스+이태리+스페인=영국(대부분이 런던)이라서, 런던을 유럽 금융업의 황제 도시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그런데, 금융업의 황제 도시 자리는 좋기만 하고 영원한 것인가?
런던은 완벽히 금융을 먹고사는 도시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런던에 금융업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영국의 일자리 수 Top 4 중 2위가 `Finance and Sales`로 금융부문이다.
1위는 Shop salespersons and demonstrators(가게 종업원이나 안내원)이다
한마디로 은행이나 증권거래소 같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가 많아서, 그들이 다니는 고급식당이나 음식점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영국의 실업률은 5.1%에 불과해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매우 극단적인 일자리 형태인 `제로 아워 컨트랙`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제로 아워 컨트랙(zero hour contract)은 고정된 근무시간이 아닌, 고용주가 필요로 하는 시간대만 근무하는 것으로 식당이나 소매점에서 가장 손님이 몰리는 피크시간(변동성이 없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영국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저 2위와 1위의 일자리는 곧바로 실업률 증가에 보탬을 줄 것 같다.
경제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영국이 불과 30여만 명에 이르는 외국 이민자를 두려워해서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더란 말인가?
대부분 교육 수준도 높지 않고 런던에 기반도 없는 중동 난민들인 그들이 금융업의 일자리를 빼앗기라도 할 것으로 보였더란 말인가?
기껏해야 쓰레기 수거와 도로공사, 수백 킬로미터가 넘는 런던 지하의 하수도 청소 같은, 막상 하얀 피부의 영국인은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3d 업종에서나 종사하지 않았을까?
유럽의 경제를 이끌었던 영국이 이제 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의 가치가 요동치고 있는데, 앞으로도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계속 유지할 수는 있는 것일까?
영국에 주재했던 외국 기업체의 현지법인들도 독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데, 런던에 들어와 있는 외국은행들도 거꾸로 브렉시트 즉, `탈 영국`을 하지는 않을까?
런던에 잘 있던 큼직한 외국은행 하나만 어찌 돼도, 런던이 휘청거리다가 주저 앉아서 템스강 속으로 침몰할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
한심한 영국인들 같으니라고!
오늘따라 잔뜩 짙게 낀 런던의 안개처럼, 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유럽과 세계 경제의 앞날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 ***
영국 런던의 중심, 템스강 북쪽 `시티 오브 런던` 의 영란은행 앞, 동서로 길게 뻗은 넓은 왕복 2차선 도로 `쓰레드니들 스트리트`.
쓰레드니들 스트리트를 따라 영란은행에서 동쪽으로 80m를 가면, 북동쪽으로 갈라지는 `올드 브로드 스트리트`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 삼거리 왼쪽에 10층 높이의 커다란 빌딩인 TD(Toronto Dominion Bank) 은행 건물이 우뚝 서있다. TD은행은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이다.
TD은행과 바로 오른쪽 올드 브로드 스트리트 125번지, 30층의 현대식 고층빌딩 사이에 사람만 다니는 폭 7m의 식당 골목인 `쓰레드니들 워크`가 길게 뻗어 있다.
그 식당 골목 입구에는 활짝 편 독수리 날개 한쪽을 본 딴 10m 높이의 조형물이 땅에 박혀 하늘로 솟아있다.
독수리 날개를 지나 식당 골목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커피숍인 `테일러 스트리트 바리스타`가 있고, 바로 맞은편 TD은행 1층에 대형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TD빌딩이 들어서기 전인 1940년대에는 이 레스토랑 자리 지하 1층에 영란은행의 금괴를 보관하는 지하금고가 있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독일의 폭격기가 런던까지 공습하게 되자, 이 지하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금괴들을 배에 실어 대서양 건너 안전한 캐나다로 이송하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인해서인지, 이 위치에 지금의 캐나다 TD은행 빌딩이 들어서고 나서도 지하에는 영란은행의 금괴가 위탁 보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70여 미터 거리인 식당 골목 쓰레드니들 워크를 지나가자 왼쪽 TD은행 빌딩 코너에 베이커리가 있고 그 앞에서 좁은 도로와 T자로 만난다. 좌측인 서쪽에서만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일방통행 도로이다.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 지나다니는 행인도 없고 옅은 안개가 자욱한 도로에 커다란 대형트럭 한 대가 정차해 있다.
트럭 뒤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여러 명의 그림자가 헤드 랜턴 불빛에 어른거린다.
“R팀 올 시간 다돼간다. 어서 서둘러라!”
군복처럼 보이는 작업복을 입은 한 사내의 지시에 따라 네댓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트럭에서 짐을 내리고 있다.
백팩 용 군용 배낭 같은 짐이 꽤나 무거운지 트럭 아래위에서 두 명이 간신히 들고 낑낑거린다.
바닥에는 이미 10개도 넘는 배낭이 내려져 있고, 어떤 것은 거의 두 배 크기의 대형배낭도 있다.
두서너 걸음 떨어진 길바닥에 뚜껑이 열린 사각형 맨홀이 보이는데, 그 양쪽에 쪼그려 앉은 다른 두 명이 트럭에서 옮겨온 짐을 내려 보내고 있다.
“자, 내린다. 이건 무거우니까 조심해서 받아!”
무거운 군용 배낭을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붙잡고 조심해서 천천히 맨홀 구멍 속으로 내려 보낸다.
“알았어. 천천히 내려 보내!”
사람 한 명은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맨홀 아래 땅속에서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내려 보낸 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인적이 뜸한 시간에 맞춰서 하수도 공사나 청소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트럭이 컨테이너 같은 화물칸이 실린 짙은 쥐색의 볼보(VOLVO) 트레일러 트럭이다.
어둡기는 하지만 차체에는 소속회사 이름이나 선전용 로고 같은 표시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수도 청소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럼 이 야심한 시간에 뭘 하러 온 사람들이지?
유심히 살펴보니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얼룩무늬에 목을 가리는 차이나 칼라인 영국군의 MTP 전투복이다.
영국군 비밀 특수부대가 야간훈련을 하는 건가?
그런데, 어느 병사도 부대 표시나 계급 표시 같은 견장이 부착되어 있지 않다.
이때, 조용하면서도 둔중한 차량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왼편, 도로의 입구 쪽에서 거의 비슷한 트럭 한 대가 미등을 켠 채 서서히 다가왔다.
아까 대장 같은 사내가 R팀이 올 때가 됐다고 하더니, 그 팀이 오는 모양이다.
잠시 후 트럭이 멈춰 서고 오른쪽 운전석에서 군복 차림의 한 남자가 내린다.
“나므란 대장님, 안개 때문에 좀 늦었습니다. S팀은 일찍 오셨네요?”
“어서 오시오, 유세프 대장. 소령님은?”
어둑한 안갯속에서도 두 사람은 금세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눈다.
지금 온 R팀 유세프 대장과 먼저 와서 준비하고 있던 S팀 나므란 대장은 자주 보는 사이인지 악수는 하지 않는다.
두 사람 다 면도한 구레나룻이 있는 걸로 보아 중동인 인 것으로 짐작된다.
“예, 저기 소령님 오십니다.”
유세프 대장이 조수석에서 내려 트럭 앞쪽으로 돌아 나오는 한 사내를 가리킨다.
“여~ 유세프 대장님, 수고 많습니다!”
“예, 아킨피프 소령님. 어서 오십시오!”
두 사람이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지금 나타난 하얀 피부의 건장한 사내는 이 작전의 총책임자인 러시아의 `아킨피프` 소령이다.
나므란 대장과 유세프 대장은 사우디아라비아 특수부대 소속으로 이번 작전의 사우디 측 행동대장들이다.
영국 군복 차림으로 짐을 나르던 사우디 대원들이 잠시 동작을 멈추고 아킨피프 소령에게 거수경례를 부친다.
“수고가 많습니다, 동지들!”
아킨피프가 사우디 대원들에게 짧은 거수경례로 답례를 해준다.
“대원들은요?”
나므란 대장이 아무도 안 내리는 트럭을 바라보다가 아킨피프 소령에게 묻는다.
“하하, 이미 다 내려서 여기를 포위했습니다. 앞으로 나오시오, 백두산 대장!”
아킨피프 소령이 나지막이 웃으며 나므란 대장 뒤쪽 어둠 속을 향하여 누군가를 부른다.
“어, 어? 언제 다들 온 거요?”
뒤돌아 보던 나므란 대장이 소스라쳐 놀란다.
어두운 안갯속에서 손에 소총을 든 군복 차림의 병사 여남은 명이 빙 둘러선 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병사들은 모두 동양인으로 얼룩무늬의 일본 자위대 군복 차림에 89식 일본제 소총을 들고 있다.
“안녕하십네까? 나므란 대장동지?”
한가운데서 한발 앞장선 백두산 중위가 인사말을 건넨다.
이들은 바로 북한에서 러시아에 파견한 북괴군 특수부대 대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