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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
이틀 전, 3월 1일과 2일 양일의 주문도/아차도/볼음도(이하 삼도)에서 진행되는
강화 나들길 12, 13코스 탐방 중에서
득템한 것이 있는데 그 중에 한가지는 바로 해돋이 장면을 본 것이다.
난 배 위에서 누군가에게 물었다.
해는 늘 머리 위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해돋이 장면에 특별히 열광하는 것일까?
그때 누군가 참으로 현명한 대답을 했다.
머리 위에 있는 해는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막 뜨려고 하는 해는 오로지 부지런한 사람, 그리고 운이 좋은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라고.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하고, 그리고 모든 환경적인 요인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하는 행운.
삼도 중 주문도에서 볼음도로 이동하는 페리에 탑승하여 배가 출발한 시간은 정확히 7시.
페리는 출발 기어를 넣고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마침 해가 섬 옆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로 떠 오르는 해를 찍었고,
구체적인 해돋이 장면은 이미 여러 사람의 후기에서 언급을 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런 ‘귀한 해’를 바로 다음날 강화에서 오롯이 다시 볼 수 있었으니
연이은 행운이었다.
3월 3일 토요일 아침
강화 나들길의 졸업에 필요한 전공 필수 학점에 아직 미진한 코스가 딱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16코스였다.
끈질기게 남아 있는 이 코스의 완료를 위해 이른 새벽에 집에서 출발을 했고
7시 15분경 강화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선 7시 30분 창후리로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강화 터미널 승강장에 서 있었다.
혹시라도 조급증 많은 기사님이 나를 두고 그냥 갈까봐 하는 염려 차원에서…
왜냐면 오늘 길나섬은 나만 관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토란님을 중가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강화터미널 앞쪽 먼 산 옆으로 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문도를 떠나면서 보았던 해는
어느새 지구를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강화도로 되돌아와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해는 가만 있는데 지구가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이다.
해님이 떠오른 산의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위치상 강화도가 아닌 김포의 어떤 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 오르는 해를 보면서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째는 요즘 해돋이 시간이 약 7시 15분 근처라는 사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룻밤이 늦으면 사흘 밤이 늦는다는 나름 믿고 있는
절대진리를 재확인한 점.
해돋이의 소회와 함께 강화의 또 다른 나들길 코스 길나섬이 시작된 것이다. 일명 “보충 수업”
투어 개요
강화 나들길 16코스는 “서해 황금 들녁길”로 표제화된 코스로, 강화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창후항에서 출발하여 강화도의 교통 요충지 중의 하나로 이제는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는
외포리까지 남쪽으로 이동하는 약 13.5km의 길지 않은 코스이다.
창후항은 강화도 내 주요 산 중의 하나인 별립산 왼편에 자리 잡고 있는 자그마한 항구다.
그리고 종점인 외포항 역시 강화도의 서쪽 해안에 위치하여
언뜻 보기에는 이 16코스는 출발 지점부터 종점 지점까지 계속 해안을 따라
단순하게 남쪽으로 이동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초기에는 해안 제방길을 따라 정남으로 이동하여 이 추측이 맞는 것 같이 여겨지지만
계룡 돈대를 지나서부터 용두레 마을, 황청 저수지 등 내륙 마을길로 이어지고
언덕을 올라 ‘예수의 성모여자 관상 수도원’부터는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산길을 따라 약 4.5~5km 정도 이동하면 목적지 근처인 외포리 망양돈대에 도착하게 된다.
길 전체적으로 분포차원에서 살펴보면
전체 코스 중 약 60%가 억새 가득한 해안 제방길이고
나머지 약 40% 정도는 마을길과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코스 중간에는 망월 돈대, 계룡 돈대, 망양 돈대 등 3개의 돈대를 지나게 된다
창후리 선착장 맞은 편의 바다 건너는 다름아닌 석모도 상주산이다.
따라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본 16코스와
이틀 전에 엄청 심한 바람을 안고 걸었던 “석모도 상주 해안길”인
19코스가 평행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창후리에서 보는 이 상주산이 이제는 낯설지 않고 반갑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틀 전의 모진 바람부터 생각났다.
그렇지만 토요일은 바람 한 점 없이 온전하게 길나섬을 할 수 있었다.
이 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코스 자체가 너무나 단순하여 거의 알바 없이 온전하게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알바를 하면 이상할 정도이다.
Motivation
사람은 매우 간사하여,
숙제가 무겁고 많으면 몸과 마음을 다하여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는데,
반대로 숙제가 가벼우면 빨리 마칠 수도 있음에도 오히려 미루어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나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지난 11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길동무의 정기 코스워크에서
아직도 내가 채우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1, 2, 16 코스였다.
이 중 1, 2 코스는 다행히도 12월 말 즈음에 평일에 시간을 내어 투어를 마쳤다.
그런데 이 16코스는 “쉽다고”하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럴까?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 미루고 또 미루어 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늘 찜찜하였던 것이다.
그랬더니 어느덧 강화 나들길 졸업 목전까지 밀리게 된 것이다.
사실 16코스에 대해 크게 집착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코스의 길이가 길지 않아,
서울에서 강화까지 이동을 하여 달랑 이 코스만 걷는 것은 가성비 차원에서
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코스와 연계를 고려 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코스가 좀 애매해서
외포리에서 출발하여 창후리에서 길나섬을 길을 마치게 되면
그 이후로는 다른 강화 나들길과 연계가 되지 않고
또한 창후리 북쪽은 민통선 지역으로 일반 나들길 코스가 아니다.
반대로 창후리에서 시작하여 외포리에 도착하면 그 다음과 연계되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강화 나들길 4코스는 이미 끝마친 코스이면서 또한 끝나는 지점의 교통편이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4코스와 바로 연결되는 3코스를 모두 합하여 강화 터미널까지 걷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
5코스 역시 이미 끝마친 코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토란님이 5코스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토란님이 16코스와 5코스 역방향 연계가 어떤가 제안을 해서 승낙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5코스를 두 번 방향은 반대로 걷게 되는 것이었다.
순방향 그리고 역방향.
즉 5코스는 같은 길 다른 느낌의 한 대상이 된 것이다.
참고로 토란님께서는 삼도 투어를 마치시고,
외포리에서 바로 ‘예수의 성모여자 관상 수도원’ 피정지로 이동을 하시었고
그 곳에서 숙박을 하셨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곳은 바로 16코스 선상에 있는 포인트이다.
이곳에서 토란님과 조인트 하여 16코스의 잔여구간인
약 5km와 5코스 전체 구간인 20.2km를 걸으면 되는 것이다.
예전에 인왕산 구간을 친구와 걸었을 때 보조(?)와 레벨을 맞추기 위해
난 이른 아침부터 약 20km를 걷고 온 후
창의문에서 친구와 만나 인왕선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내게 전체 코스의 거리는 약 34km이다.
이슈 1
삼도의 마지막 코스인 아차도 해안은 대부분 돌과 석화로 구성된 길이었다.
그래서 사실 발걸음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바닥에 뾰족한 돌뿌리가 지천이다.
그 결과 특히 아차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발 아래를 보면서 걷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내 트레킹화는 이미 오래 신어서 바닥이 매우 얇아져 있는 상태였다.
교체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났지만, 가볍고 걷기 편하여서 계속 신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돌 밭”에 영향을 받은 듯싶다.
오른 발 엄지 발가락을 움직이는 관절 부위가 있는데
아차도를 마무리 할 때 즈음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이 곳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 어떤 뾰족한 돌 뿌리 때문에 관절 부위에 충격이 가해진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실 다음 날 중장거리 걷기에 약간 부담이 느끼고 있는 마당이었다.
그래도 혹시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길나섬 하는 토요일 당일 새벽에도 계속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일 주일 전에 넘어진 엉덩이는 아직도 느껴지는 후유증은 진행 중이었고.
그럼에도 일단 숙제는 하고 보자 하고 출발을 하였다.
이슈 2
토란님과 함께 걷게 되는 5코스는 내가 작년 12월 초 강화 나들길의 첫 번째로 걸었던 길이다.
강화의 나들길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살짝 맛을 보았던 길이었다
길을 걸으니 그 때의 생각이 모락모락 돋아 났다. 내게는 처음이었던 social walking.
지금 생각해도 social walking은 장점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그리고 서로가 조금씩 부담이 되면서 게을러지고 싶어지는 순간을 당겨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의 identity를 놓치기 쉽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 사용 계획도…
그리고 이 날 걸으면서 느낀 점은
이 코스는 강화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루트 특성 때문에
다른 강화 나들길 코스와 조인트 되는 포인트가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마치 동서를 가로지르는 영동 고속도로에는
남북으로 흐르는 여러 고속도로를 만나는 것과 같은 유사한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알바의 가능성이 그 어느 코스보다 높다.
오상리 고인돌 부근에서는 17코스와 조인트가 되고
국화 저수지에서는 15코스와 조인트가 된다. 그리고 남문 부근에서는 14코스와도 만난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안내목이나 안내 리본만 보고 걷는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반드시 안내목의 번호까지 확인 해야 하며, 자기가 가고 있는 코스 번호가 아니라면
반가운 안내목도 무시하고 계속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또한 한 개의 안내목에 여러 개의 코스 안내가 있는 것도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한다
이런 사전 생각을 했음에도, 토란님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어느 순간 고려산의 고려사로 올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뒤로 돌아 백업 하기도 했다.
날씨
“봄이 왔다”가 아니라 “이런 것이 봄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따스하고 화창한 날이었다.
본격적인 따스함을 느낀 구간은 5코스 상에서, 덕산 산림욕장 옆을 지나칠 때쯤이었다.
그렇지만 이른 아침 창후리에서 출발 할 때도 그리 춥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창후리에서 일찍 출발 하기 잘했다 싶었다.
왜냐면 제방길의 땅 상황 때문이었다. 내가 지나갈 때는 밤사이에 언 땅을 딛고 갔는데
낮이면 서서히 녹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은 굳은 땅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아마 녹아서 질퍽거리고 미끄러운 길은 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전체 제방 구간이 진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라니 발자국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그 발자국은 16코스 제방길을 따라 코스 시작부터 거의 망월돈대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라니들도 나들길을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단 구성 &
16코스는 혼자만의 길나섬 이었고
5코스에서는 토란님과 둘만으로 단촐한 상단이었다.
지난 지인과 서울 둘레길 완주 후, 그리고 지난해 연말의 두물머리까지의 길나섬 이후
단 둘 만의 길나섬은 처음이다.
토란님과 도란도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걸었다.
걷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 외에도 삶, 인생, 가족 이야기,
그리고 카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걷기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었던 것은 각자가 길에서 얻는 가치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왜 걷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가? 무엇을 얻으려고 걷는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등이었다.
무엇인가를 시켜서 하는 것과 자발적인 것과의 차이도 그 중 하나였다.
투어 결과
08:00에 창후리에서 출발하여 오후 3시에 남문에 도착하여 약 7시간에 걸쳐
두 코스 34여 킬로를 완주했다.
각 구간을 세분화하면
16코스 완주에 약 2시간이 소요 되었고, 5코스는 약 4시간 반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비어있는 30분은 토란님을 기다리면서 보낸 수도원 앞에서의 시간과
수도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보낸 시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길나섬이 그리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발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제방길을 걷기 시작할 때 오른 발이 땅에 닿을 때 통증이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살짝 까치발이 되었다.
그래서 제방길 부분 부분을 까치처럼 콩콩 걷기도 하였는데,
그래서 일까? 창후리에서 출발 한지 한 시간 만인 9시경쯤
토란님과 조인트 하기로 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원래 한 9시 반쯤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것이다.
토란님에게 전화를 하여 내려오시라고 하니
토란님은 왠지 급당황 하신 것 같고,
수도원에서 체크 아웃 후 약 20분 후에 조인트 할 수 있었다.
5코스는 이미 강화 나들길의 첫 길나섬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이야기 할 것은 없다.
다만 이제는 누군가를 따라 가는 길이 아닌 직접 찾아가는 길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5코스를 다시 걸으면서 느낌 점이 있다면
지난 12월 첫 주에 지나간 이후 겨울을 지나고 이미 석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숲길 위에는 아직도 푹신한 낙엽을 볼 수 있어서
강화 나들길은 참으로 한가하고 또한 조용한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같으면 이미 쓸리고 부서지고 했을 낙엽들일텐데.. 말이다.
고비고개를 넘으며, 방물장수들은 이 길 아니면 다른 길로는 다니지 못하였는가? 하는
16명의 상단 뒤쪽의 누군가의 물음도 생각났다….
Vista Point
16코스는 워낙 코스가 심플하고 짧아서 vista point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가
타 코스 대비 많지 않다.
그런데 군계일학이 있으니 그건 다름아닌 계룡돈대이다.
1, 2코스를 포함해서 그 동안 정말 여러 돈대를 보았지만
계룡돈대처럼 예쁘게 지은 돈대는 처음인 것 같다.
겉 보기에도 살짝 영국의 어떤 성(Castle) 같은 느낌도 들었다.
축성연대가 기록된 돌이 발견되었다는 역사적인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돈대가 바다와 접한 곳이 아닌 살짝 내륙에 들어 앉아 있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그리고 돈대 주위로 뺑 둘러 키가 큰 소나무가 서 있다.
이 모습은 어디선가 본 장면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DMZ 안에는 GP (Guard Post)인데, 딱 이런 모습으로 구축되어 있다.
현대의 GP는 과거의 돈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도 세울 만하다.
Mud After & After…
혈구산과 고려산을 중간의 고개를 지나
국화리에 접어 들었고, 국화저수지쯤에서 보니 저 멀리 남산 위로 남장대가 보였다.
바로 일주일 전에 가보았던 곳, 그리고 허망하게 뒤로 넘어졌던 곳이다.
그 때의 생각이 다시 한번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래서 일까?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토란님도 전날 민박집에서 한번 넘어진 이력(?)탓에 왠지 길나섬에 내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둘 다 인생 경험 한번씩 했다는 생각이다.
Epilog
겨울과 함께 시작한 강화 나들길도 이제는 정말 막을 내릴 시간이다.
실제로 길만 따지면 이미 마쳤을 시간이다.
왜냐면 1코스와 5코스는 길동무의 보충 차원에서 한번씩 더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탬프북과 도장..
서울 둘레길 이전에는 이런 도장 찍기 놀음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았다.
받아서 뭐~… 대단한 가치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재미 삼아 한번 찍어 본 도장 때문에 어쩌면 지금까지 이런 굴레가 계속 되는 느낌이다.
도장 한 칸을 채워 넣으니, 덩그러니 남아 있는 나머지 도장 칸이 안쓰러워 보였다.
창포원에서 도장 하나를 스탬프 북에 찍으면
나머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서울 둘레길을 한 바퀴를 돌았다.
또 북한산 족두리 봉에 오르다 마주치는 구름정원길 입구 스탬프에서 도장을 찍으니
나머지 빈칸을 채우려 서울 둘레길을 또 한 바퀴 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5코스를 시작으로 도장 한번 찍기 시작한 강화 나들길 스탬프북 때문에
드디어 전체 코스를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남겨 주면 못 베기는 성격 때문에…
Analogy로
한번 더 걸었던 강화 나들길 1코스와 5코스 역시
새로운 강화 나들길 스탬프 북에 고스란히 자국을 남겨 두었다.
그리고 현재 그 옆은 모두 빈칸들이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강화 스탬프 북을 뒤적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빈칸”들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일 때 즈음이면
또 강화 나들길로 길나섬을 할지 모르겠다.
이제 이번 주 말 꼭 한번만 남았다. 난 17, 18 코스 참석 댓 글에 이렇게 적었다.
1,2,3,4,5,6,7,8,9,10,11,12,13,14,15,16,( ),( ),19,20
무엇보다도 지난 겨울 내내 토요일 “해야 하는 일”의 붙박이 기호 1번으로 자리 매김을 하던
강화 나들길 투어의 매듭을 짓게 되어서 한없이 기쁘다.
물론 아직도 무사하게 두 코스를 걸어야 한다..
집 주위와 서울의 어떤 곳도 이렇게 바지런히 그리고 촘촘히 다니지 않았는데,
집에서 거의 80~90여 킬로 떨어진 곳에 매주 주말 빠짐 없이 출근을 하며,
또는 빠지더라도 보충을 해가며 exploration 하는 것이 내 스스로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20개 칸을 채우기 위해서는 정말 유형 및 무형의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길을 나서야 하는 본인의 수고는 물론이지만,
리더인 수명산님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매번 다른 구성이지만 같이 길나섬을 했던 사람들도 모두 유형 무형의 조력자들이다.
힘들 때 그 사람들을 보면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정한 강호의 고수들은 드러나 있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강화 나들길을 완료 하기 위해서는 큰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아무리 길나섬을 하고 싶어도 배가 뜨지 않으면 갈 수 없다.
강화 나들길 위에서는 사람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uncontrolled” 한 상황이
흔하게 벌어짐을 알게 되었다.
이 외 마침 겨울은 농한기(?)여서 상대적으로 타 시즌 대비 한가한 시기여서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길나섬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흔하디 흔한 결혼식과 장례식도 다른 날짜로 살짝 빗겨간 행운도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정작 고마워 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매주 토요일의 강화 나들길 길나섬을 온전히 허락해주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강화 나들길 졸업은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어 낸 작품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 바로 직전인 것이다.
내게 강화 나들길 길나섬의 motivation이 되었던 “겨울 나기”..
그 겨울이 지나갔고, 추운 겨울을 강화 나들길과 함께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강화도 길나섬에 몰입하다 보면 겨울을 훌쩍 보낼 수 있다는
수명산님의 말씀은 절대적인 진리이다.
그리고 이제는 기다리던 봄이 왔다.
강화도 나들길 마무리와 함께, 이제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추스르야 할 타임이다.
내가 누린 시간만큼 베풀어야 하는 시간이다.
남장대에서 내려오면서 넘어진 이후 아직도 툭 치면 아픈 몸도, 그리고 발바닥과 무릎도..
그리고 겨울 내내 나와 함께 고생하면서 “찰칵찰칵” 고생한 카메라도 수리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족과,
그리고 walking 이 아닌 “working”에 시간을 보내야 할 시간인 것이다………….
Adieu 강화 나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