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기원
Origin of Consciousness 意识的起源
의식(意識)은 지각이 가능한 상태에서 내부의 자기나 외부 대상을 의식하는 작용이다. 의식의 작용 범위는 감각기관을 통한 지각, 두뇌의 작용인 기억, 상상, 판단, 추론 등의 사고(思考)다. 유기체 중 동물에 의식 기능이 있으며 고등동물일수록 의식이 발달해 있다. 인간은 의식이 가장 발달한 생물이다. 의식 중에서 대상을 느끼고 사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정신이라고 한다. 의식은 단순한 지각과 고도의 사유를 포함하는 수동적 개념이고 정신(精神)은 고차원적 사유 능력을 의미하는 능동적 개념이다. 그런데 의식은 왜,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대부분 의식과 신체의 관계에서 의식의 기원을 정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문제는 데카르트가 몸과 마음의 문제로 정리한 바 있다. 이후 의식 실재론, 의식 환영론, 의식 속성론, 의식 현상론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제기되었다.
첫째, 의식 실재론(Realism)은 의식을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되어 있으면서) 불변하는 실체로 보는 견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의식은 신체가 없어도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다. 의식이 실재하는 양상은 여러 가지다. 플라톤과 주자(朱子)로 대표되는 관념론에서 실재는 사물의 본질(本質)을 말한다. 반면 에피쿠로스와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유물론에서 실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物質)을 말한다. 심신이원론의 관점에서 의식/정신의 실재론을 주장한 것은 데카르트다. 데카르트(R. Descartes)는 의식/정신이 신체/물질과 독립하여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기독교와 유심론의 관점에서, 의식을 실재로 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독립적인 의식과 역시 독립적인 신체가 결합하여 하나의 개체를 완성한다. 의식 실재론은 의식이 실재이고 신체는 실재가 아니라는 견해와 의식과 신체 모두 실재라는 견해가 있다.
둘째, 의식 환영론(Illusionism, 幻影論)은 의식을 실체가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환영론 또는 환영주의는 의식은 실재가 아니가 일종의 환영이라는 심리철학과 신경과학의 견해다. 의식 환영론에 의하면, 의식의 기원은 물리적인 신경이고 의식은 마음의 스크린에 투영된 환영이다. 그러므로 의식은 실재하지 않는다. 의식 환영론에서는 감각, 영혼, 의식, 의지 등 정신적인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존재한다고 오인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존재하는 것은 물질, 신경, 원자 등 물리적인 것뿐이다. 심리철학의 물리주의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면서 실재/실체가 아닌 것들은 우연한 현상이므로 사실에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의식은 마음의 스크린에 일시적으로 투영된 환영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실재도 아니고, 속성도 아니며, 부수현상도 아니다. 단지 환영이다.
셋째, 의식 속성론(Property theory)은 의식은 실체의 속성이라는 관점이다. 속성(property, 屬性)은 어떤 것의 고유한 성질(property, 性質)이면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징표(mark)다. 속성은 실체(substance)나 개체(entity)의 본질적 성질이기 때문에 그 속성이 없으면 그 실체/개체가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속성은, 속성이 속한 그것을 구성하는 실체이면서 그것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유지되어야 하는 본질이다. 가령 ‘의식은 생각하고 판단한다’라고 할 때 생각과 판단이 의식의 속성이다. 이 견해에서 의식은 독립적인 실재가 아니고 실체가 가진 한 속성이다. 인간의 의식을 의식 속성론에서 이해하자면, 의식은 실체인 두뇌 신경의 속성이다. 의식 속성론은 심신의 일원론이나 이원론에서 (실체를 괄호치고) 속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의식 속성론은 일원론, 이원론, 다원론의 문제로 환원한다.
넷째, 의식 부현상론은 의식을 신체의 부수적 현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일반적인 부현상론(Epiphenomenalism, 附現象論)은 정신을 물질에 부수하는 현상으로 보는 견해다. 부현상론에 의하면 물질은 정신에 인과적 영향을 미치지만, 정신은 물질에 인과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반현상설(隨伴現象說)로 부르기도 한다. 부현상론에서는 ‘정신에는 실체가 없고 속성과 현상만 있다’고 간주한다. 의식 부현상론과 의식 수반론은 의식을 어떤 것에 수반하는 사건이나 현상으로 보는 관점과 유사하다. 다섯째, 의식 기능론(Functionalism)은 의식을 일종의 기능으로 보는 관점이다. 의식 기능론에서는 의식을 입력(input), 출력(output)의 물리적 과정과 기능으로 본다. 분석, 이해, 해석 등 중간 과정 역시 기능이다. 그 외에도 의식을 이해하고, 의식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많이 있는데 이상 다섯 가지 이론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다.★(김승환)
*참고문헌 Keith Frankish, Illusionism as a Theory of Consciousness, (Imprint Academic, 2017).
*참조 <관념론>, <부현상론>, <속성>, <수반>, <실재>, <실체>, <심리철학>, <심신동일론>, <심신이원론>, <심신일원론>, <의식>, <의식 환영론>, <이원론>, <일원론>, <정신>, <환원주의>,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