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명의>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윤영호 박사 편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는 늘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는 말. 하지만 윤영호 박사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떠올리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오히려 삶을 열심히 살게 된다는 것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미 있는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국내에선 아직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미국의 1/6 수준이다.
EBS <명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와 함께 ‘의미있는 삶을 위한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알아본다 -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정보와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닌, 삶을 치유하는 의사
윤영호 박사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의학적인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는 말기 암환자.
말기 암은 여러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악화돼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참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자칫 삶을 포기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말기 암환자들.
국내 말기 암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2배, 말기 암환자를 보살피는 가족 3명 중 1명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윤영호 박사가 하는 일은 이들이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다.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 정신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어려움까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윤영호 박사. 그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삶을 치유하는 의사다.
의미 있는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말기 암환자들의 경우, 가장 큰 고통은 바로 통증.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윤영호 박사는 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해 통증은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 통증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던 환자들도 일단 고통이 사라지면 죽음 대신 삶을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보다 더 의미 있게 보내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안 갔으면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 좋은 끝인사를 하지 못 했을 거예요.”
호스피스에 관한 연극을 제작, 무대에 올린 박용범씨는 아버지가 말기 암환자였다. 맨 처음,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자식이 부모를 버리려한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직접 호스피스 병동을 경험하면서 아버지와 가족들은 서로를 미워했던 과거와 화해하고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일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미 있는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터부시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미국의 1/6 수준. 사망 1개월 전까지 무의미한 항암치료에 매달리는 환자도 미국은 10%, 우리나라는 30%가 넘는다.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윤영호 박사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환자의 병이 아닌, 환자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의사.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
우리나라에 호스피스에 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편견과 싸우는 시간이 더 많은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 국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그를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가정의하과 윤영호 박사>편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