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지도자들과 무지한 추종자들]
우리 사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들이 꽤 많다. 이건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동이다. 현재의 이익만 추구하며 큰 흐름을 읽지 못해 결국 블랙스완(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예상치 못한 큰 사건)과 테일 리스크(사건에 대한 발생률은 낮지만 일어났을 시의 리스크는 큰일)까지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남 탓. 밥 루빈 트레이드 방식이라고 들어보았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방식이다. 밥 루빈 트레이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정말 그 지도자가 앞을 내다보지 못했을까? 단순히 무지로 인한 책임 회피일까? 우선 단순히 무지로 인한 책임 회피는 아니다. 뭘 하고 있는지 똑똑하고 잘 나신 지도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나는 그 지도자가 정말로 앞을 내다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행동하는 사람보다는 설명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현재 우리의 사회는 직접 경험한 것보다는 책 등으로 간접적으로 배운 간접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어떤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책에서 제시하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에 불과한 것이 실제로 경험해 얻은 깨달음보다 해결하기에 더 효과적일까?
자, 우리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자. 밥오가 ‘로고스서원 글쓰기 수업 아홉 시 반’에 제출해야 하는 글을 아홉 시가 되기 십 분 전에 날렸다고 가정해 보자. Nerd는 책에서 Word로 글을 썼다가 날렸을 때 저장된 글을 확인해 보면 날아간 글이 다시 복구될 수도 있다는 ‘이론’을 보았다. 하지만 밥오가 쓰고 있던 플랫폼은 google docs였다. Clever는 본인이 google docs를 쓰다가 글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 뒤로가기 화살표를 눌러보라는 해결책을 밥오에게 제시했다. Nerd와 Clever 중 밥오에게 누구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스킨인더게임’에서는 간접주의자들의 문제점을 3개로 규정한다. 첫째, 후에 일어날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견을 내세운다. 둘째, 그들이 접근해야 할 문제는 다차원적이지만, 간접주의자들의 해석은 일차원적인 데에서 그친다. 마지막으로 셋째, 본인의 의견이 초래할 후속 상황을 전혀 모르고 행동한다. 나의 의견을 조금 보태자면, 간접주의자는 본인이 바보인 걸 모르는 바보이다. 그 때문에 간접주의자들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본인이 다 아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말한다. 자신의 의견이 한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일회성 의견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인간이라면 그들은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무지한 간접주의자인 지도자들과 그를 따르는 불쌍한 추종자들은 자기가 무엇을 지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지도자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아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고 항상 풍족하다. 자신이 하는 말에 책임감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자면,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오르게 하였을 때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었을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들은 내집마련을 마쳤을 것이다. 간접주의자인 지도자는 본인이 무슨 선택을 하든 대부분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잘 먹고 잘 산다. 그리고 꽤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그들은 ‘오, 이런. 블랙스완이었어요.’라고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지도자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나 하는 무지한 추종자들이 되면 안 된다. 우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현 정부에 대해 반하고 있다면 관련 서적이나 기사 등을 참고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 하면 당연히 어렵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본인만의 기준(실질적인 경험)을 정부는 안겨주어야 한다. 우리를 무지한 썩은 나라의 샛별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교육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 시스템은 우리 모두를 간접주의자들처럼 만들고 있다. 시험에서 서술형을 맞으려면 다 외워야 한다.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스포츠나 예술 활동에서 그친다. 간접적인 경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채워 넣어주면 간접주의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주입식교육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학습의 뿌리는 반복이라고 이 책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반복 학습으로 인해 완벽한 이해에 다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런 간접적인 교육에만 국한되어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정말로 책임을 지지 않는 간접주의자와 다른가? 간접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져야 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진 않은가? 지도자들은 남모르게 밥 루빈 트레이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더 부단히 학습해야 한다. 무지한 지도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 무지한 추종자들이 되면 안 된다. 간접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또 행동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를 얻으려고, 또 본인의 경험을 해결책에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서 우리 모두 남에게 자신의 짐을 떠미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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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금융업계에서 쓰이는 단어들과 이야기거리를 가져와 술술 풀어낸다. 가볍게 침대에서 읽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서 나는 메모하면서 보았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