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친척이며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루카 1, 39-56)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5월 31일을 축일로 정한 것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기념하고자 함인데, 성모 마리아께서 천사의 말을 듣고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며, 이러한 이웃 사랑이 위대한 두 인물이 만나는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리라는 예고(성모 영보)를 들은 후 나자렛을 떠나 사촌 엘리사벳이 사는 유다 산악지방의 한 고을(헤브론)로 가시게 되는데, 이때는 엘리사벳 또한 임신한지 이미 6개월 정도 되었으며, 성모님은 3개월인 상태였습니다. 많은 수의 학자들은 엘리사벳이 요한을 낳을 때까지 성모님이 그곳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성모님의 방문 목적이 엘리사벳과 태중에 있는 아기 요한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아기는 성모님의 인사말을 듣고 기뻐 뛰놀았는데, 엘리사벳 역시 성모님의 태중에 있는 예수님의 존재를 알고 기뻐하며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 42–45) 그러자 성모님께서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로 시작되는 ‘마리아의 노래’를 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찬양하다 또는 찬미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마리아의 노래’는 이후 ‘마니피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통적으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때마다 성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편, 1263년 ‘성 보나벤투라’가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을 기념할 것을 건의하자 프란치스코회 총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 기념이 수록된 프란치스코회 성무일도서가 점차 교회 전체로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1389년 교황 ‘우르바노 6세’는 서방 교회의 분열이 끝나기를 기원하기 위하여 로마 보편 전례력에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기념일’을 추가하면서 날짜를 7월 2일로 지정하게 되는데, 1604년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교황 ‘비오 5세’의 미사 경본을 개정하면서 2등급 축일로 격상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날짜를 5월 31일로 옮겨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