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장미꽃 생똥
조랑말이 움직이지 않는다 늙은 마부가 채찍을 들어보지만 고개를 떨군 채 한숨만 쉰다 푸른 생똥부터 한 바가지 쏟아낸다
사람짐은 왜 이리 무거울까 소금과 옥수수가루, 보이차 걸머지고 하파설산 차마고도를 오를 때보다 더 무거운 이 사람덩어리, 항문을 아예 뒷발로 막고 똥도 안싸고 금은보화만 먹어치운다는 비휴貔貅*일까
붉은 비단뱀을 풀어놓았을까, 징이 뭉그러진 조랑말을 따라붙는 금사강 탁류는 물집 박힌 시지프스 발을 씻겨주겠다는 것일까 잔등에 베이는 뜨거운 진땀을 닦아주겠다는 것일까
초록빛 장미꽃이 무더기로 싸이는 가파른 외길에서 자기와의 싸움에 하루해가 지는 조랑말, 일당 몇 푼에 망아지 채찍질하는 백발 마부도, 짐덩어리 사람도 오한이 난다 차마고도 길에서 시지프스는 더 오한이 난다
* 비휴貔貅: 중국의 상상 속의 맹수 이름. 항문이 없어서 먹기만 하고 내뱉지 않는다. 금은보석만을 좋아해 다 삼켰다가 주인집에서만 토해놓는다 한다.
선녀벌레 위장술
깨알만 한 연겨자빛 떡잎 두 장이 야금야금 햇살을 건드린다 머리 위에 선녀 날개를 피고 굼뜨고 추한 몸을 숨긴다 거미줄 한 가닥 같은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를 죽이며 감나무 위를 십리길인 듯 걷는다 들킬 리 없다는 자랑스러움에 잠시 허리를 편다 위장한 떡잎 날개를 나무이끼에 잠시 붙인 채 숨을 돌린다 가지와 가지 사이에서 영원을 꿈꾸는, 먼지보다 가벼운 갈색날개매미충 약충若蟲, 제 홀로 꽃가루 뿌린 선녀 날개를 달고 선녀벌레가 되어 자기 최면에 땀 흘리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날아갈 듯 걷는다 흔적도 없이 지워질 존재이지만 딛고 선 나뭇가지를 간질이며 수액을 빤다 바람도 눈치채지 못한 그녀의 위장, 꽃인 양 서서 흘리는 진땀 한 방울이 뾰족한 단감 머리통을 때린다 흔들리는 존재 한 귀퉁이를 간질인다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