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 권의 동시집을 통해 동시의 개성을 선보여 온 박승우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은 따스한 감성으로 서정적인 동시를 써옴과 동시에 동식물을 의인화하여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부끄러움을 비판 풍자해왔다. 이번 시집에도 그 영향 아래 놓인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이전 작품들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더 간결해졌고 의미적인 면에서 더 단단해졌다.
박승우
저자 : 박승우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푸른문학상, 오늘의동시문학상, 김장생문학상 대상 수상하였고, 동시집『백 점 맞은 연못』, 『생각하는 감자』, 『말 숙제 글 숙제』, 『구름버스 타기』(공저) 등을 펴냈습니다.
그림 : 유루시아 아기 때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예술가를 꿈꾸던 아이는 자라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림 그리는 일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교육 이야기를 연재하는 공간 '에듀콜라(EDUCOLLA)'에서 '루루쌤'이라는 필명으로 그림과 글을 연재하고 있다.
'오후 4시 10분'(2017, 연민 지음), '초등학부모상담'(2018, 공저)에 삽화를 넣은 일이 시작이 되어 그림 그리는 일로 좀더 꽃피우면서도 본업에 무리가 되지 않는 삶을 꾀하고 있다.
5년차 교사일 때 동화 읽는 모임 '눈부시개' 선생님들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공부하며 '온작품읽기: 아이들의 삶을 만나다'(2018, 공저), '미래를 모릅니다만 감히 토론해봅니다'(2019, 공저)를 펴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출판사 서평>
시의 씨앗을 심다.
개성적인 동시를 선보여 온 박승우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하여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부끄러움을 비판하였다. 이번 시집에도 그 영향 아래 놓인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이전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더 간결해졌고 의미적인 면에서 더 단단해졌다. 시인은 이를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첫’ 이라 말하며 시를 쓰는 본래의 의미, 시가 생성되는 최초의 자리에 가 새롭게 이름 붙이고 사물의 의미를 부여한다. 시의 자리가 낮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데서 출발하듯 박승우 시인의 시적 소재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바닥에 떨어진 씨앗에서 구한다.
시의 씨앗도 말을 품고 있다. 시의 씨앗이 시가 되는 날, 마음을 열고 첫 고백을 한다.
‘시인의 말’을 보면, 말을 따라 걷다가 시가 닿은 자리에 마음을 열고 첫 고백을 하겠다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고백하는 사람임을 환기해보면 박승우 시인의 시가 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의 씨앗을 뿌린 시인의 말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 『나무동네 비상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의 씨앗이 자라는 자리
꺾으면 꺾은 사람 손잡고 있지만
그냥두면 지구와 손잡고 있다
-「풀꽃」전문
4행으로 된 짧은 시 속에 울림이 크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을 통해 사람과 더 나아가 지구와 손잡는 모습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 더 나아가 우주가 함께 살아가려면 “그냥두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그냥 두는 것이 결국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따닥따닥 자판 위를 말이 달린다
또박또박 모니터에 발자국 찍힌다
-「말 발자국」전문
봄이 나무동네 비상벨 울렸나? 꽃들 비상구 열고 탈출한다
-「아름다운 탈출」전문
박승우 시인은 특유의 유머도 잃지 않는다. 앞선 시인의 말에서 “시의 씨앗도 말을 품고 있다.”고 했다. 자판 위에 말을 옮겨 적는 과정을 “따닥따닥” 말이 달릴 때 내는 소리와 겹쳐진다. 시의 씨앗이 “또박또박” 찍혀가는 과정이 시 쓰기일 것이다.
“봄이 나무동네 비상벨을 울렸다”는 상상은 “꽃들이 비상구를 열고 탈출” 하는 장면으로 연결되면서 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시의 씨앗이 시가 되어 돌아오는 자리
무더운 여름날 만나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
눈 온 날 만났던 그 사 람
-「그 사람」전문
맛있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가야겠어//생각해보니 차가 필요하겠어//생각해보니 돈이 필요하겠어//사람들이 왜 돈 돈 하는지 알 것 같아// -「야옹이 생각」전문
세 잎들 사이에서/네 잎은 ‘왕따’였을 거야//누군가 ‘행운’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네잎클로버」전문
퉤! 입에서 뱉어낸 까만 수박씨
땅 속에 들어가더니 수박 한 덩이 달고 나왔다 -「변신」전문
박승우 시인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을 불러내고 이름 붙이기를 한다. 시인의 인식을 통해 낯선 존재로 거듭난다. ‘눈사람 = 그 사람’으로 등치 되는데 “눈 오던 날 만났던” 그 사람. 무더운 여름에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싶은 그 사람. 사랑은 이렇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인의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사물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다르게 말할 수 있다. 무심코 뱉은 수박씨가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수박 한 덩이를 달고” 온다는 인식은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언술이다. 또 “사람들이 왜 돈 돈 하는지 알 것 같아” 같은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단면을 고양이의 생각을 빌려 말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네잎클로버는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행운’이라고 이름 붙이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도 함의하고 있다. 시인은 불합리한 세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박승우의 이번 시집은 시가 적게 말하고 크게 이야기하는 법을 보여준다.
첫댓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세심하게 표현하고 시적이미지로 만들어 내시어 공감도 가고 새로운 눈으로 잘 살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