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탈람행 버스 안에서 만난 청년은 왜 푸탈람에 가냐고, 제대로된 숙소가 없을거라고 아름다운 칼피티야 섬을 적극 추천했다. 칼피티야가 고향이라는 청년은 그동안 만났던 스리랑카 사람들하고는 때깔이 달랐다. 단정한 옷차림, 세련된 영어에 노트북까지. 전날 푸탈람에서 숙소를 찾느라 고생을 한터라 청년의 충고대로 다음날 바로 스리랑카의 몰디브로 개발되고 있다는 칼피티야로 갔다.
청년의 말대로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양쪽으로 펼쳐진 옥색 바다와 염전, 로타리 쳐 놓은 봄날 논처럼 찰랑거리는 라군에 담긴 푸른 물과 맹그로브 숲. 스리랑카 여행의 마지막을 이렇듯 그림같은 풍경 안에서 보내기로 한 일정을 짠 우리들의 능력에 스스로 도취되도 좋을만큼 한가로운 풍경이다. 적어도 버스에 타고 있을 때까지는 그랬다.
우리들이 칼피티야에 대한 얼마나 황당무계한 꿈을 꾸고 이곳에 왔는지를 깨닫는데는 삼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타밀족과의 내전이 끝난지 이년 밖에 되지 않아 영어는 통하지 않았고, 식당과 숙소가 전무.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나가야하는게 아닌지 하는 고민으로 길바닥에 철푸덕 앉아 쉬고 있자니 국제 거지가 따로 없다. 외국인을 처음 본 청년이 휴대폰으로 우릴 찍는다. 그동안 열심히 스리랑카 사람들을 찍어댔으니 활짝 웃으며 찍혀주는 센스. 과도한 시선과 관심이 힘들다.
리조트 개발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있어 차이나 레스토랑이 천지일거라는 기대는 한낱 물거품. 차를 타고 도로 30분쯤 나가야 중국집이 있단다. 치킨 한조각만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막내의 염원에 치킨 찾았더니 닭장 속의 닭들한테 데려다 준다. 칼만 있으면 닭을 잡아 백숙이라도 할수 있을만큼 허기가 진다. 물어 물어 2시간쯤 후에 찾아낸 식당, 당연히 후라이드 치킨과 라이온 맥주는 없다.
허기를 채웠으니 숙소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 미화 50불 정도의 바닷가 돌핀 호텔을 겨우 알아냈다. 외국인들 천지란다. 굿, 드디어 스리랑카 사람들의 과도한 질문과 관심에서 벗어나 쉴수 있게 됐군. 젊은 청년이 운전하는 뚝뚝을 타고 돌핀에 가니 무려 130불, 돌핀에서 소개한 근처의 호텔이 80불, 손님은 우리 뿐, 칼피티야를 떠나 여행 인프라가 갖춰진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했다.
뚝뚝 기사 시판의 집에 들러 그의 가족을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우리와 숙소를 찾던 시판이 동네 골목에 뚝뚝을 세우더니 잠깐 기다리라는데 하필이면 그 때 막내가 화장실이 급했다. 시판네 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방인을 환영한다. 밥은 먹었냐고 부터 묻는다.
거실 바닥에 철푸덕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아저씨가 숙소를 찾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무조건 자고 가라며 방을 보여준다. 너무나 편하게 밥을 먹기에 시판 아버진줄 알았더니 만날에서 온 친구란다. 자기도 객인 주제에 집주인처럼 우리에게 자고 가란다. 무슬림들의 손님 맞이는 상상을 초월하게 친절하고 감동적이다.
가족 사진을 찍어 프린트로 출력해 주며, 멀리 떨어져 미소만 짓고 있는 여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경치 좋은 밖으로 나가잔다. 동네 공터에 모여 사진을 찍는 사이 하교 중인 무슬림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다. 완전 떠들섞한 축제판. 일찌기 세상에 태어나 이토록 열렬한 환영을 받아 본 적이 없는듯하다.
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는데, 인화지가 딱 두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일찌기 막내가 예언했었다. 그렇게 인화지 써 대다가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 없어 아쉬울거라고... 할 수 없다. 동네 아이들 다 모아놓고 한꺼번에 찍기. 모두 모여들어 얼굴을 내밀고, 카메라 속에 낄 수 없는 동네 사람들은 옆에서 구경하고...
조그만 녀석 하나가 기웃거리길래 '얘, 언능 와. 요기에 서면 되겠다.'했더니 부끄러워 꽁지가 빠지게 자전거를 타고 내뺀다. 검은 차도르의 여자 아이가 깔깔거린다. 부끄러워 10미터 뒤로 도망간 녀석이 아직 이곳이 궁금한가 슬금 슬금 다가온다. 언능 오라니까... 또 도망간다.
인화지가 동나 시판의 주소를 적어왔다. 가족 사진을 큰 사이즈로 빼서 부칠 예정이다. 부끄러움에 낄 수 없었지만, 저 뒤에서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녀석의 사진도 보낼 생각이다. 시판네 집으로 보내면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화장실 때문에 자기집을 방문한 코리안에 대해 이야기 꽃을 한바탕 또 피우리라.
첫댓글 카피티야에서 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결국 뚝뚝 기사 시판의 집에 방문하셨네요
시판의 가족들과 그 이웃들의 순수한 환대가
인상적이네요.. 이방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그들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스리랑카의 무슬림들은 신의 가르침대로 사는 정직한 사람들이었어요. 몇해전 is에 의해 콜롬보에 테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기사를 보고 가슴아팠어요.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