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은 밤낮없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번뇌를 벗어던지기에 그가 짊어진 고통은 너무 무겁기만했다.
그는 그동안 수련을 통해 천리안의 능력을 얻어냈다.
인은 파순이 섭정하는 아스갈의 모습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천인들은 서로 이간하고 정쟁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 원흉이 바로 새로 왕이 된 파순에게 있다는 것을 그는 뼈 속까지 깊게 깨닫고 있었다.
바다 속을 들어가 수천 키로미터를 잠수했다. 그의 능력은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 잠수를 하여 아스갈 남부쪽으로 이동했다. 그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왠만한 잠수함의 속도에도 비견할 만했다. 그는 수면 위로 올라와 등짝의 날개를 펼치고 지상에서 10미터를 남기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와 땅을 밟았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주변을 탐색하며 멀리는 아스갈의 왕궁을 응시했다.
그의 천리안의 능력은 많은 땅이 물에 잠긴 뒤로 파순이 황과 영을 아스갈 북부로 이주해 있엇다. 이미 아스갈의 남부와 동부는 물에 잠겨서 천인들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천이통으로 곧 파순의 소리를 들었다.
"여봐라 술을 더 가져와라!"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불안정해 보였고, 그의 주변에는 황과 영이 아닌 왠 미인들이 잔뜩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에게 미색을 뽐내고 있었다.
파순은 완전히 폐인에 가까웠고, 폭군이나 다름 없었다.
국정은 혼란스러웠고, 천인들은 왕을 믿지 않았다.
수많은 이족들 중 인의 지혜로 배를 만든 천인들은 그대로 동북쪽으로 이주하는데 성공하였다. 그의 친구 감, 우, 지 모두 함께 동북방에서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인과 지는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었다.
파순은 본처인 영까지 등진 채 여자와 술에 절어 있었다. 그는 여자들과 그룹섹스를 즐기며 방탕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구도 왕을 거역할 수 없었고, 반대를 하면 바로 감옥에 보냈다.
파순은 반은 수중 속에 있던 이전 궁궐의 고층을 감옥으로 만들어 충언을 하는 자들을 반역죄로 몰아서 그곳에 가두고 감시했다.
인은 대홍수 이후로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여섯 가지 신통술 가운데 신족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하늘을 날고,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하늘을 날 때 필요한 날개를 펼필요 없이 상공 비행이 가능했다.
또한 그는 구름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마음대로 일으키고 번개를 무기로 삼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없는 술법 중 하나는 순간적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순간적 공간이동을 완전히 터득하려면 더 수련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나 연습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반신반마족 가운데 변신술을 하는 자를 통해 배운 기술이었다. 보통 전시에 용이나 범, 곰, 야차와 같은 괴물로 변신하여 싸우는데 용이한 능력이었다. 전에 이런 능력은 안 대왕에게 있었다. 그러나 다른 천인들은 변신술을 몰랐고, 안왕 역시 천인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자신도 왕이 된 이후로 변신술을 쓴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마족들이 주로 쓰는 술법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족과 아스갈을 떠난 천족들은 지역별로 세 번에 걸쳐서 동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을 모든 상황을 끝낸 후에 천인들에게 초능력을 전수할 계획을 가졌다.
인은 소박하게도 동북궁 근처에 작은 집을 얻어서 지와 아들, 딸과 함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명상 중에 잠이 들어 꿈을 꾸었는데, 거대한 해일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광경을 보았다.
차원이 뒤틀렸고, 우주의 별이 쏟아졌으며, 하계는 불에 타고, 상계는 물에 잠기는 끔찍한 꿈이었다.
살아남는자는 없었고, 메루산 보다 더 높은 세계의 존재들만 살아남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눈을 뜬 그는 갑자기 근심이 생겼다. 그는 꿈에서 더 높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지만, 모든 것이 종말하는 상황에 간담이 서늘해져왔다.
지난 위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난이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인은 명상을 통해 메루산의 모든 천족과 이족들에게 닥칠 숙명을 깨달았고, 이에 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슈트라왕에게 찾아갔고, 각 방위의 왕들에게 전갈을 보내 중간 지점인 연합군 회의를 위해 설치한 관청에서 회의를 개최하였다.
인이 꿈을 꾸고 며칠 후 개최된 회의라서 아스갈과 동국과 북국이 중첩되는 위치라 가는 길이 험하지 않았지만,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번에도 그의 꿈대로 다음 새로운 대홍수를 예고라도 하듯 폭우가 쏟아져서 남국 비루다카와 서국 파크샤가 오는 시간이 지체되었다.
인은 그의 사방위의 왕들에게 의견을 피력했다.
"중요한 것은 파순이 볼모로 잡고 있는 아스갈 천인들입니다. 파순은 메루산계 데바족의 멸종이 올 것을 모를 것입니다. 전설에 아포칼립스가 오고 있습니다."
북국의 바이스가 놀라며 말했다.
"아포칼립스는 우주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특히 신들의 세계의 멸종을 의미하지요."
인은 더욱 파순을 몰아내야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모든 것이 파순이 불러온 결과입니다.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당장 파순을 먼저 제압해야합니다."
파크샤는 살짝 우려섞인 투로 의견을 전했다.
"우리야 인 당신을 연합사령관으로 추대하여 존경하지만, 아스갈에서만큼은 아버지를 죽인 폐륜아로 알려져 있소. 무슨 명분으로 파순을 폐위시키려고 합니까?"
인도 우려하는 바였기에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저는 아스갈의 왕이 될 역량이 못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아들 키가 있습니다. 그를 왕으로 추대하면 됩니다."
슈트라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키는 인 사령관의 배다른 동생이 아니오. 그리고 어머니 라를 배신하고 수라를 첩으로 받아들이고 낳은 자식입니다. 게다가 그는 얼굴색이 백지장처럼 하얗죠. 완전 살색깔인 천인들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더 새로운 왕재를 찾아야합니다."
인은 일단 파순을 끌어내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고 확신했다.
"일단 왕재를 모색하는 일은 둘째로 두고 우리는 전략을 세우고 파순을 공략해야합니다."
그때 관청의 입구가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는 그의 키보다 높은 지팡이를 짚으며 인과 사방위 왕들이 벌이고 있는 회의실로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접근해 왔다.
노인의 얼굴은 흰수염으로 가득했고, 수염의 길이가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좀 전의 허리 구부정한 노인의 초라한 모습에서 허리가 갑자기 바짝 세워지더니 당당하게 회의가 이뤄지는 입구로 향했다.
뒤늦게 병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노인을 향해 칼을 꺼내 겨누며 제지했다. 그때 갑자기 병사들의 온몸에 기운이 빠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노인은 곧 회의장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여러 사람들은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인은 묘한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뉘시오?"
"지나가던 과객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인은 직접 문을 열어주자 노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놀라지 마시오. 당신들을 해하러 온 사람은 아니니.."
정말 놀랍게도 그의 등에는 날개가 없었다.
인은 대체 누구이기에 그렇게 당당한지 물었다.
"아니 당신은 천인이 아닌듯한데 어떻게 이곳에 왔소?"
"나는 천인이 아닙니다."
"천인이 아니라면, 이족이오? 마족이오?"
슈트라가 나서서 물었다.
노인은 자신을 그자리에서 소개했다.
"저는 인간세계에서 온 도인입니다. 제 이름은 건곤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라는 소리에 왕들은 웅성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인간은 우리 신들의 몸집에 열배가 작소. 그대는 우리와 같은 신장을 지녔군요."
노인 건곤은 자신의 몸집이 신과 같은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일시적인 능력을 부려서입니다. 천지우주의 임금 인드라 대왕님을 뵙기 위해서 쓰는 술수에 불과하죠."
"지금 나를 천지우주의 임금 인드라 대왕이라고 불렀소?"
"네. 저희는 그렇게 부릅니다."
"나를 아시오?"
"네 알다마다요. 인간계에서는 그렇게 전해집니다. 인드라 대왕을 인간 창조주로.."
"뭔가 잘 못 알고 계신듯합니다. 저는 인간을 창조한 적이 없어요."
건곤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임금님께서는 이 세계서만 겪지 못하셔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일은 마왕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그를 훑어보며 물었다.
"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마왕은 누굴 말하는 겁니까?"
"마왕은 바로 아스갈을 점령하고 있는 파순이죠. 그는 마왕 파피야스입니다."
"뭐라고요? 그가 파피야스라고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어찌 아시오?"
"사실 저는 전생에 신이었고, 인간으로 태어나 대각성을 이룬 도인이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통하게 되었습니다.지금 대왕께서 숙명통을 공부하고 계시듯 저는 모든 것을 겪었기에 미리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대체 얼마다 대단하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는지 알 수 없군요."
"언젠가는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파순을 제거하셔야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우리가 모인 이유가 그와 같소. 파순을 폐위시키는 일이 우리의 목적이오."
"그를 무찌르려면 봉인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봉인이요? 그건 대체 무슨 소리에요?"
"오직 인 대왕님 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일전에 안대왕님으로부터 무엇을 꿈에서 받으셨습니까?"
"그걸 당신이 어찌 알죠?"
"어쩌다보니 알게됐습니다. 사실 제가 온곳이 그 망속이기도 하고요."
"망이요?"
"그렇습니다. 인대왕께서 만드시 망의 세계입니다."
"처음듣는 이야기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으셔야합니다. 이제 천계는 곧 멸종합니다. 하지마 인대왕께서 망을 세워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간을 망으로 늘린다고요?"
"네. 인간세계 쪽으로 확장시키는 겁니다. 사실 지금 있는 인간세계는 그냥 생각을 할 수 없는 동물수준이지만, 그 인간들과 동일한 신의 생각을 하는 세상을 망속에 구현하시는 겁니다."
인은 그의 말에 여간 놀란 것이 아니었다.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그 세상을 망으로 구현한다니 믿겨지지도 않았다.
"그 망의 세계는 진실이기도 허상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 마왕도 가두셔야합니다. "
"그렇다면 봉마를 하란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막지 못할 겁니다."
"무엇을요?"
"우리 모두가 그 안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뭐라고요?"
"종말을 지연시키는 일입니다. 저는 그 망속에서 온 성자이며, 신들은 그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