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천재지변보다 인재지변이 더 무섭다~
어제오늘 TV화면에서 물에 잠긴 곡성, 구례, 화개장터의 참담한 모습을 보면서 긴 한숨과 함께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하늘을 원망하기 전에 지금의 상황을 대비 못 한, 책임 있는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울분을 금할 수가 없다.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한반도의 기후변화나 기상이변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고 그것을 준비하자고 관련 전문가들이 얼마나 외쳤든가?
이 순간에도 정치꾼들은 환경론자냐? 개발론자냐? 하는 이분법적인 정치 논리를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처한, 지구 환경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진단도 없이 오로지 진영 논리만을 앞세워 주장한 결과가 이런 것인가?
그동안 5년제 단임 정권이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실적을 내려는 욕심과 맞물려 국가대사는 소홀히 취급됐다.
특히 국방, 교육, 기후변화, 방역 시스템, 수자원, 에너지 등 국가 차원의 대사는 전문가 집단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해야 되는데, 많은 것들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정치 게임에 매몰되어 광우병, 4대강, 탈원전 등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필요한 많은 사안에 정치꾼들이 개입해서 교묘히 편 가르기를 했다. 국사 곳곳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일부 행정관료들이 그에 부화뇌동한 탓도 크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정치 선동꾼들만 나서서 국가체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치권에 기생하던 사이비 전문가들만 활개를 쳐왔다.
현실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소속되어 생계와 연구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기에 자신이 속한 조직이 정치 바람을 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꾼들의 과도한 간섭과 정치 논리 적용으로 한국 내 온갖 조직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세계적 수준이었던 전문 분야들이 하나둘씩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7위 수준인 기상분야도 수시로 오보 시비에 발이 묶여 제 실력 발휘를 못 하고 있다. 오보 시비는 국민적 소통으로 충분히 해결될 문제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진솔하게 펼쳐주기 바란다.
특히 지구환경의 문제는 단순히 환경 보전이냐 개발이냐의 문제를 넘어, 과학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기상기후 분야에 대해서 할 말은 할 것이다.
이제는 천재지변보다 인재지변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정치꾼들에 휘둘려 온나라가 모든 것을 편 가르기 한 결과, 그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후손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는 정치 논리를 철저히 배격하고, 대한민국의 장구한 미래만을 생각하여 국사를 처리해야 된다.
스웨덴의 정치 모델처럼 에너지, 교육, 도시개발 등 주요 분야는 20년, 30년짜리 계획을 미리 세워,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실행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일제시대, 6.25 등...
치욕스러운 역사의 고비마다 정치꾼들이 나라를 망친 사례를 반면교사로 하여, 더욱 소통하고 널리 인재를 구하여 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