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제기동 제분소에선 제분제환전 6kg 이었던 유황이 환으로 제작하고나니
한근반이나.... 즉 900g 이나 줄어 들더라.
그래서 양심까진 바라진 않지만 누구없소 하면서 뒤지다가
안양에 동떨어진듯 한 곳에 제분소를 발견했다.
검색해보니 삼십여년을 넘게 운영했다고 하길래 스마트폰의 힘을 빌어
찾아갔다.
가정집주택1 층에 초라하니 자리잡고 있으며 나무간판이 제법 오래되어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등산바지를 입은 나이 많은 분이 걸레질을 하고 있다.
오래된 작업장답게 여기저기 그을린듯한 지저분함이 가득했다.
전화를 하고 갔기에 인사를 하고 법제한 운모를 꺼냈다.
노련한 장인답게 운모군요. 이건 어디에 좋은가요 라고 묻는다.
글쎄요. 잘모르겠지만 뭐 책에는 다리힘도 좋아지고 식체도 해소시킨다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죠 뭐.... 만병통치 아닌 약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헛웃음을 쳤다.
나를 위아래로 한번 흝어보더니 빙그레 웃는다.
몇년생이슈.
60년생인데요.
그럼 나보다 22 살이나 아래군....음.... 어때 보여요 내가.
그리 보이진 않는데요.... 정정해보이십니다.
내가 젊어서부터 좋은건 다 먹었거든요. 지금도 매주 등산다니고 안경도 안써요.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이 시작되었다.
먼저 제분..... 키만한 삼태기에운모를 가득 쏟아 붓고는 스위치를 올린다.
무언가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굉음이 들리며 제분기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른다.
다시 묻는다.
이걸 누가 먹으려고 합니까.
아 저하고 집사람하고 먹으려고 합니다.
뭐가 좋아지던지....
모르겠어요... 그냥 전체적인 체력이 좋아지는듯도 싶고 아닌듯도 싶고 그렇습니다.
나는 경옥고를 항상 먹어요. 한 삼십년째 먹고 있지요.
아 그렇군요.
한항아리에 한 칠십만원쯤해요.
하면서 꿀병단지를 가리킨다.
아 그렇군요.....이운모도 고를 만든다고는 들었는데.
산삼도 많이 캤어요. 주말마다 산에 다니다 보면 캘때도 있는데 사람들 참....
고개를 들고 눈으로 물으니
여러 뿌리가 있을땐 큰것만 캐고 남겨두면... 같이 갔던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돌도 쌓아놓고 나무도 부러뜨려놓고
표시하는거죠.... 그러고는 산에가자 말자 연락도 딱 끊어버립디다.
나중에 가보면 산삼은 온데간데 없어요.
그,럼 나도 그사람한테 전화오면 바쁘다 그러고 연락 끊어버려요.
사람 욕심이 다 그렇죠.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이리저리 손가락을 놀리다가 이상하게 생긴 사진을 보여준다.
이게 뭔줄 아십니까.
고개를 흔들었더니 이게 천마인데 매년 한번씩은 이걸 먹어주면 중풍도 치매도 안와요.
딱 이맘때 한달정도만 캘수 있는데 아는 사람 아니면 몰라봐요.
아 그렇군요.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온다.
허리가 구부정하시고 머리는 까치집을 하신 할머니다.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털썩 앉는 것을 보니 허리가 안좋으신 분이다. ㅎㅎㅎ....
나를 뜨아하게 쳐다보더니 무어라 중얼거리신다.
워낙 기계소리가 커서 공력이 약한 나로서는 무어라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구석에 잔뜻 쌓인 밀가루포대같은 것을 가리키며 뭐라 그러신다.
아마도 그걸 달라고 하기엔 너무 부피도 크고 많은지라... 묻는것이라 여겨져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짧게 홍어라고 하신다.
아하... 홍어.....근데 왜 홍어를 저리 박살을 내버렸나. 싶었다.
장인께선 다시 말을 시작한다.
이게 홍어뼈인데 아주 좋아요.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렇게나 많은 것을 어디서 구하셨는지요.
홍어횟집에 부탁해서 뼈하고 지느러미 같은 거 얻어 온거라고 한다.
ㅎㅎ....... 홍어뼈야 관절에 좋다고 널리널리 알려졌는것이지만 나는 모른체하면서 감탄을 마구 해드렸다.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가루작업을 끝내고 반죽에 들어갔다.
할아버지 혼자서 끙끙거리시길래 팔을 걷어 붙이고 같이 했다.
이것을 국수가닥처럼 면발을 뽑아서 제환기에 넣으면 깍둑썰기처럼 되고 이어서
롤링기에 넣어 돌리면 동그랗게 변한다.
할아버지가 면빨을 뽑기 시작하자 누군가를 불러오라고 한다.
어드님이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뇌성마비의 모습이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가 말하신다... 장애인이야 장애인...
아드님이셔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좋은건 혼자서만 드셨나... 할머닌 살짝 치매기가 있어보이고
아드님은 지적장애인스러워 보이는데.....
한가지 일을 오래하신분들을 보면 두가지 부류로 나뉘는듯 싶다.
일종의 도가 트여 정상에 올랐기에 자기보다 높은곳은 없다 라는 분과
아뭇소리 없이 행동으로만 보여주시는 분 ...
이분은 수십년 제분소를 하시면서 제분에 도가 트이신 분인데.....
이상하게도 한약재에 도가 트이신듯 말씀하신다.
좀 뜨아하긴 했지만 나는 제분도 한약도 모르는 주제인지라.....
그렇게 제분제환을 하고 식지않은 반명환을 베낭에 메고 식은 땀을 흘리며 누군가를 만나서 밤드리
술을 마셨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겨우 백여년도 못살고 가는 주제에 도대체 얼마나 많이 배우고 깨우쳤다고
아는체 할수 있을까를 배웠다.
한평생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도 도무지 알수 없는 세상을
지 하고 싶은데로 놀고 먹고 싸고 하던 주제가 알면 얼마나 알게 된다고
이러지 저러니 하였단 말인가.
평생 배우고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함은 분명한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