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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시인선 025 (김용탁 이현동 부부시집)
『오동나무, 연꽃 품다』
979-11-7155-072-2 / 130*210 / 134쪽 / 2024-06-05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여든에 우리 부부는 저녁노을이 산정에 물드는 것을 시경(詩經)처럼 읽는다. … 호호백발에 돌아보니, 물처럼 흘러버린 시간이 가장 아깝다. 새삼 자식이 늙은 부부의 스승임을 알겠다.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시인」의 말’ 중에서)
계간 《문장》으로 등단한 김용탁, 이현동 두 시인의 부부시집 『오동나무, 연꽃 품다』.
“여름 소낙비 피해 군자정에서/ 그 옛날 조부님께 소학 들었네// …// 난간에 턱 괴고 앉아 연잎 가득 고인 빗물/ 그 꽃대에 말간 시를 쓰던 소녀”(「유등지 군자정」)였던 이현동 시인과 시인의 “반백 년 함께한 천생연분”인 김용탁 시인이 “고난이 축복 되어 성령으로 하나 되어/ 축복 속 함께 부르는” 행복하고도 아름다운 부부의 세레나데가 담긴 시집이다.
김용탁 시집 편으로 「부부」 「가재잡이」 「시(詩)가 오려나」 등, 이현동 시집 편으로 「유등지 군자정」 「시(詩)」 「벽화마을 시댁」 등, 두 시인 각 30편씩, 총 60편의 시가 실려있다.
■ 저자 소개
김용탁(金用卓)
-호, 덕봉(德峰)
-달성 화원 출생
-계간 《문장》 신인상 등단
-대구문인협회, 문장인문학회, 문장작가회, 학산문학회 회원
-텃밭시학 동인
이현동(李賢東)
-호, 소연(素蓮)
-청도 유등 출생
-계간 《문장》 신인상 등단
-대구문인협회, 문장인문학회, 문장작가회, 학산문학회 회원
-텃밭시학 동인
■ 목차
시인의 말
김용탁 시집
1부 부부
부부 / 오동나무 / 평광지(池)의 사계 / 연꽃 / 여명(黎明) / 민들레 / 삶 / 유호연지(柳湖蓮池) 군자정(君子亭) / 세모(歲暮) / 귓도리의 노래
2부 가재잡이
동행 / 동화대월(東火大月) / 봄은 오는데 / 섬진강 / 가재잡이 / 갈모를 쓰고 오실까 / 가을 마비정 / 아쉬운 농사 / 까치집 / 추억의 종소리
3부 詩가 오려나
구름 가족 / 그분 / 군것질 / 피란 / 바다 승마장 / 누가 신고 좀 / 입춘 / 찔레꽃 추억 / 詩가 오려나 / 사랑의 방정식
|해설|선비와 달빛_김동원
이현동 시집
1부 유등지 군자정
유등지 군자정 / 장맛비 / 솟을대문 / 아랫목 / 하얀 초롱 등불 / 쪽진 그리운 울 할매 / 사랑을 전하는 손 / 현모양처 유효기간 / 부부 세레나데 / 학산의 새벽
2부 시(詩)
시(詩) / 하늘 시집 / 한밤중 / 시집사리(詩集思理) / 신인 작가상 오행시 / 물만 먹고 살아요 / 무릉도원 / 딴지 걸다 / 빈손 / 벼락치기
3부 벽화마을 시댁
속삭임 / 일장춘몽 / 날갯짓 / 황금기 / 벽화마을 시댁 / 나라님 도깨비불 / 죽마고우 다섯 동창 / 부부 준령 / 우얄라꼬 / 헤매다 잡은 놈
|해설|유호연지(柳湖蓮池)에 핀 노래_김동원
■ 출판사 서평
“그 나이테엔 아름다운 달빛과 부드러운/ 바람이 숨어 있어 거문고 가야금 소리가 나지요”(「오동나무」)의 시 구절처럼 김용탁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옛 선비의 풍류와 자족, 달관의 시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선 시대 학자로 도암서원에 배향된 송암(松庵) 김면(金沔) 가문의 후손인 김용탁 시인의 고향 마을인 마비정에서의 추억과 그리운 그 시절의 향토적 풍경, 자연에의 관조, 부부애와 가족애 등, 일상의 단상을 그린 시편들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꾸밈없이 진솔하여 편 편이 편안하기 그지없다.
“어떤 모습으로 오려나/ 달무리 같은 네 모습/ 한복 입고 갓 쓰고/ 양복 입고 중절모 쓰고// 언제 어느 때에/ 詩가 오려나 봐// 하얀 고무신 씻어 신고/ 검정 구두 닦아 신고/ 타박타박 걸어서,// 마비정에 손 흔들며 오려나/ 개나리와 정답게 오려나/ 아련히 보고픈 그 임과 손잡고 오려나// 입속에 말[言] 실타래가 엉켜/ 어서 오고파 아귀다툼/ 보고픈 그대는 정녕코/ 날 기억하고 있을까// 혹여 내 사랑 끈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으려나/ 부디 애틋한 내 사연들/ 알뜰하게 다 행간에 담아 오소서”(「詩가 오려나」 전문)
시인은 “고장 난 기억/ 고장 난 풍경”(「봄은 오는데」)으로 남은 노년의 세월 앞에서도 삶에 대한 더없는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고 각 시편의 행간마다 알뜰하게 담았다.
재미와 행복으로 남은 어린 시절(「가재잡이」), “엄마 비 오는 날엔 무얼 하제/ 뭘 물어 콩, 밀 볶아 묵지,// …//하얀 쌀밥 한 보시기 시큼한 무시래기 김치 한 접시/넘겨받아 게눈감추듯 먹던 내 고향”(「군것질」), “아, 마비정 그 풍성한 결실이여!”(「가을 마비정」), “그 어려운 순간에도 항상 보듬어 주신, 두 분의 지극정성/ 저 멀리 들려 오는 포화 소리에 그리움의 노도(怒濤) 용솟음친다/ 오늘은 막걸리 한 통 챙겨서 성묘 가야겠다”(「피란」) 등, 그 시절 고향의 정경이 생생하고 애틋하게 살아있다.
부부애와 가족 사랑에 관한 시편은, “언젠가 가버릴 그대를 찾으려고/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일 때면/ 임 그리워 울며 다니는 나는/ 산 접동새와 비슷하리”(「부부」) “지팡이 왼손에 짚고 오른팔 겨드랑이는/ 양산 든 노부인 손길에 맡겼다”(동행」) “아내가 시집올 때 가슴속에/ 피어있던, 그 분홍 연꽃// 홍련 백련 진흙 속 고고히 자라/ 물 위에 꽃빛 피어나면,/ 아리따운 딸애들 얼굴도/ 연잎 위 이슬 같은 웃음 되리”(「연꽃」) 등, 애절하고 간절한 남편과 아버지의 기도 시다.
또, “삶이란 무거운 짐 같은 것/ 오늘도 무사히 뜻대로 이루어져/ 저녁 무렵 가족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지”(「삶」), “발밑에 초록 톱니 잎새 무언의 항변/ 노오란 꽃바퀴 꽃대에 받들어 올려/ 밟혀도 방긋이 웃고 나오네”(「민들레」), “바람도 시 한 수/ 눈 내린 저 겨울도 시 한 수// 내 삶이 아무리 아쉬워도/ 책 한 권은 넘겨야지”(「세모(歲暮)」) 등의 시편들에서 내비치는 선비의 넉넉하고 깊은 사유가 진실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오동나무, 연꽃 품다』의 ‘오동나무’가 김용탁 시인이라면 ‘연꽃’은 부부시집의 안주인 이현동 시인을 가리킨다. 부부는 54년 전 혼인하여 남편과 아내로 “티격태격 토닥”대며, 사랑을 “맛깔나게 버무려 온” ‘축복 성령’의 동반자다. 청도 화양 유등지 군자정의 주인이었던 모헌공 이육(李育)의 직계 후손으로, 조부로부터 소학과 논어를 배우다가 일찍 친정을 떠나 결혼생활을 해온 시인의 내력은 운치 있고 정감 넘치는 유등지의 연꽃과도 같은 시를 피워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의 도리에 근거하여 정겹게 살았던 고향의 정겨운 풍경, 어머니와 할머니 등 전 시대 여인들의 서러운 삶과 뜨거운 모성, 부부애 등, 짙은 서정의 ‘꽃빛’으로 그려낸 시편들이 “축복의 은혜”처럼 귀하고 기품 있다.
시인에게 “연꽃 향기 품속에 포근히 안긴/ 꿈 많은 내 고향 청도 유등리”(「쪽진 그리운 울 할매」)는 “꿈과 아름다운 추억 가득 담긴/ 친정 동네”다. “할매손 약손이다! 할매손이 약손이다!/ 살살 문지르면 거짓말처럼 아픈 배가 나았”(「사랑을 전하는 손」)던, “놀랐제, 괜찮다, 등을 토닥여 주시던/ 울 할머니 품”이 못내 그리운, “하얀 백설기 쪄 놓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아랫목」)의 뜨거운 모성이 곡진했던, “이제 돌아보니 험한 세상 나를 지켜준/ 사랑의 솟을대문”(「솟을대문」)이었던 그 사랑의 힘이 지나온 세월을 견디게 했다. “스물둘 봄꽃 향기에 취한 나를/ 어머니와 조카, 중매쟁이 대동하고/ 신랑감 팔조령을 넘어 선보러 왔네”(「벼락치기」), 전기도 없던 시집 동네, “새집 짓고 어른 모시고 일곱 식구/ 밥하느라 손끝에 물 마를 날 없었네”(「장맛비」), 반백 년 순종한 현모양처의 “맵고 짜고 시고 쓴, 그러나 달콤한 인생살이”(「시집사리(詩集思理)」)가 곰삭아 발효된 김치처럼 행간마다 맛있게 익었다.
이제 “인생도 잠시 잠깐/ 일장춘몽인 것을” 아는 노년의 시인은 ‘시’라는 “봄 한 놈”을 즐거이 파고 또 파내면서 “사랑”이라는 인생길의 의미를 찾아내었다. “손주들 어루만지며 사랑을 전하던 손/ 이제 우리 자손 위해 기도하는 손”(「사랑을 전하는 손」), “바른길로 인도하시는 당신의 말씀/ 옆길로 새지도 못하네// …/ 이 아침 환한 세상으로 인도하시네// 아, 일어나라,/ 네 빛이 이르렀나니!// 날 일깨우시니, 그 영광 좋아라/ 당신을 따라가는 삶 은혜로와라”(「하늘 시집」) 등 사랑의 기도로 살아가는 여생이 넉넉하고 은혜롭다.
“지나온 서리 길 돌아가고 싶지 않네/ 거침없이 살다 고요히 떠날 세상/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렇게 열심인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하네// 뒷산 새 무덤 심상치 않네/ 잘살고 못살고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여라!/ 아름다운 황혼에 물든 단풍이 되거라/ 부질없어라, 빈손 들고 떠날 우리네 삶”(「빈손」 전문)
“원앙 한 쌍/ 인생의 뒤안길에서/ 미지의 세상을 향해/ 퍼덕퍼덕 첫 날갯짓하네”(「날갯짓」) “…/ 부부 준령 넘으니, 우리에게 안 보이던/ 새로운 詩 세상 환하게 열려 빛나네”(「부부 준령」), 『오동나무, 연꽃 품다』, 김용탁 이현동 부부 시인의 따스한 시경이 더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