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지체 장애인인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정작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애인 개인이 의지가 있어도 장애인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삶의 주체가 아닌 시혜적 복지의 객체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과 그에 따른 정책은 자립과 사회활동의 의지를 위축시킨다.
권리중심 일자리를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 삶을 마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다, 바라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되는 줄 알았다.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 권리중심 일자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하고 싶은 일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저 남들처럼 출근한다는 것,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 자체가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 달 동안 일하고 월급이라는 것도 받아보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삶의 주체로서 존재를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 고립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간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서 사회와의 단절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가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사회를 통합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꼭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을 잔여적 존재로 시설에 남겨두고 전적으로 부양하는 것보다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살려서 사회적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장애인 개인의 존엄한 삶에도, 사회공동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권리중심 일자리가 일시적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성을 보장받는 말 그대로 권리 중심의 일자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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