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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훼퍼 『함께 사는 삶』
Gemeinsames Leben
Dietrich Bonhoeffer
Peter Zimmerling 편집 및 서론 | Brunnen Verlag, 2015 (원본 1939년)
◆ 1. 책의 요지
이 책의 기원 질문은 하나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공동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살아지는가?"
본훼퍼는 나치 치하에서 불법으로 운영된 핀켄발데 설교자 신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1938년 가을 이 책을 단숨에 썼다. 핵심 논증은 이렇다.
기독교 공동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 현실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이미 세워진 것이며, 우리가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생활은 말씀 아래 모이는 것, 함께 기도하고 먹고 침묵하는 것, 죄를 고백하고 서로 섬기는 것 이 모든 것이 은혜에 의해 가능해진 실천이다.
이 책은 영성 훈련서이자 교회론이자 공동체 해부학이다.
◆ 2. 핵심 논증 흐름
책의 구조가 곧 논증이다.
그리스도의 공동체 (1장)
공동체의 근거는 그리스도다. 인간의 이상이 아니다. 여기서 선명한 이분법이 등장한다.
영적 공동체(pneumatisch) vs. 심리적 공동체(psychisch).
전자는 그리스도가 유일한 중보자로 서 있는 공동체, 후자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이 연결 고리인 공동체다.
함께하는 생활 (2장)
이 공동체가 어떤 하루를 사는가. 아침 예배, 시편 기도, 성경 통독, 함께 부르는 찬송, 공동 기도, 식탁 교제 구체적인 실천이 제시된다.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 신학의 초기 형태가 여기에 있다.
홀로 있는 시간 (3장)
공동체는 홀로 있음 없이 불가능하다. 침묵, 성경 묵상, 개인 기도, 중보기도가 개인 영성의 뼈대다. "공동체 없이 홀로 있으려는 자는 조심하라.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형제 섬김 (4장)
공동체의 작동 방식은 섬김이다. 듣는 섬김 → 능동적 도움 → 짐 나눔 → 말씀의 섬김 순서로 전개된다. 자기 정당화를 포기하는 자만이 섬길 수 있다.
죄 고백과 성찬 (5장)
공동생활의 정점이자 완성. 죄를 형제에게 고백함으로써 공동체로의 돌파, 십자가로의 돌파, 새 생명으로의 돌파, 확신으로의 돌파가 일어난다. 성찬은 공동체의 목표이자 완성이다.
논증의 방향: 그리스도론 → 공동체론 → 영성 실천론 → 고백론 → 성찬론. 신학이 실천을 낳고, 실천이 다시 신학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 3. 지적 계보 추적
명시적 인용
▷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
거의 모든 장에 걸쳐. 가정 예배 개념, 칭의론, 소요리문답의 고백 이해, '형제의 사랑'의 신학적 기초. 이 책 전체가 루터의 유산 위에 세워져 있다.
▷ 토마스 아 켐피스 토마스 아 켐피스
침묵과 겸손에 대한 인용. 영성 실천의 가톨릭 전통을 개신교적으로 흡수하는 지점.
암묵적 대화 상대
▷ 칼 바르트 칼 바르트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쟁 상대.
바르트는 핀켄발데의 명상 지침을 읽고 "수도원적 에로스와 파토스의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본훼퍼는 그 비판에 응수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간다.
▷ 베네딕트 / 이그나티우스 베네딕트 수도 규칙 /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공동생활의 시간 구조와 기도 리듬, 영신수련의 구조가 이 책 전체에 흐른다. 짐머링이 명시한다.
이 책이 채우는 공백
개신교에는 공동 영성 생활을 위한 신학적․실천적 지침서가 없었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채운 20세기 최초의 개신교 영성 수련서다. 가톨릭 수도 전통의 지혜를 종교개혁 신학으로 소화해낸 것이 이 책의 학문적 위치다.
◆ 4. 챕터별 요약
서론 (Peter Zimmerling 작성) 고밀도
책의 탄생 배경을 상세히 서술한다. 핀켄발데 신학교의 역사, 나치 치하의 불법성, 본훼퍼의 영적 전환(1930-31년 뉴욕 체류), 그리고 바르트와의 논쟁. 이 서론 없이는 책의 절박성을 느끼기 어렵다. 짐머링은 이 책을 루터의 소요리문답,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이그나티우스의 영신수련과 나란히 놓는다.
「그리스도의 공동체」 고밀도 (책의 신학적 심장)
첫 문장이 전체를 연다.
"보라, 형제들이 화목하게 함께 사는 것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시 133:1).
본훼퍼는 즉시 역전시킨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은혜다. 흩어진 자들에게 주어진 종말론적 선물이다.
이 챕터의 핵심은 영적 공동체와 심리적 공동체의 구분이다.
심리적 공동체는 욕망으로 연결되고, 심리적 사랑은 결국 증오로 뒤집힌다.
영적 사랑만이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오직 그리스도가 중보자이기 때문이다.
꿈을 사랑하는 자는 공동체를 파괴한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는 자는 요구하는 자가 되고, 결국 하나님과 형제들을 고발하는 자가 된다.
「함께하는 생활」 중~고밀도
하루의 구조를 제시한다.
아침 예배의 의미, 시편 기도의 신학(그리스도의 기도로서의 시편), 성경 통독의 원칙(렉티오 콘티누아, 연속 읽기), 단성 찬양의 신학, 공동 기도의 방법.
이 챕터에서 본훼퍼의 해석학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성경은 오늘 나를 위한 말씀이기 이전에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역사다. 우리가 그 역사 속으로 끌려들어 가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 고밀도
침묵은 말씀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
개인 묵상 시간의 세 요소는 말씀 묵상, 기도, 중보기도다. 본훼퍼는 묵상 중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나님을 구하라, 기쁨을 구하지 말라 이것이 묵상의 근본 원칙이다.
오직 하나님만 구한다면, 기쁨이 찾아올 것이다."
「형제 섬김」 중밀도 (핵심 통찰이 빠르게 지나감)
"그들 중에 누가 크냐는 논쟁이 일었다"(눅 9:46).
공동체가 모이는 순간 이 논쟁이 시작된다.
본훼퍼는 섬김을 4단계로 제시한다: 듣는 섬김 / 능동적 도움 / 짐 나눔 / 말씀의 섬김.
가장 인상적인 통찰: "많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설교자들은 함께할 때 항상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섬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죄 고백과 성찬」 고밀도 (가장 혁신적인 부분)
"자기 악과 함께 혼자 있는 자는 완전히 혼자다." 고백의 신학이 정점을 이룬다.
고백은 4가지 돌파를 가져온다: 공동체로의 돌파 / 십자가로의 돌파 / 새 생명으로의 돌파 / 확신으로의 돌파.
"심리학자 앞에서는 병든 자이지만, 형제 앞에서는 죄인일 수 있다" 이 구분이 예리하다.
성찬으로 마무리: 공동생활은 성찬 안에서 완성된다.
◆ 5. 개념 지도
공동체 (Gemeinschaft)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이미 세워진 현실.
인간이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Ideal)이 아니라 신적 현실(gottliche Wirklichkeit)이다.
영적 공동체 (pneumatische Wirklichkeit) 오직 성령이 만드는 것.
그리스도가 중보자로 서 있는 공동체. 모든 관계가 직접적이지 않고 그리스도를 통해 매개된다.
심리적 공동체 (psychische Wirklichkeit) 인간의 욕망과 감정이 연결 고리인 공동체.
에로스적 사랑, 지배 욕구, 심리적 조작이 지배한다.
꿈 (Traum, Wunschbild)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위험한 적.
이상적 공동체를 꿈꾸는 자는 실망할 때 고발자가 된다.
침묵 (Schweigen) 말씀과의 관계 안에서만 의미가 있는 침묵.
신비주의적 침묵이 아니라 말씀을 경청하기 위한 침묵.
짐 나눔 (Tragen) 형제를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것.
"형제는 그리스도인에게 짐이다 정확히 그리스도인에게." 비신자에게 타인은 짐이 아니다.
회피한다.
고백 (Beichte) 형제 앞에서 구체적인 죄를 말하는 것.
자기 정당화의 마지막 요새가 무너지는 순간. 심리치료가 아니라 십자가 아래서의 만남.
◆ 6. 챕터별 핵심 문장 5개
① 공동체의 본질
Christliche Bruderschaft ist kein Ideal, sondern eine gottliche Wirklichkeit.
기독교적 형제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라 신적 현실이다.
선정 이유: 이 책 전체의 논증적 뼈대. 이상을 추구하는 자와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의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② 심리적 사랑의 본질
Seelische Liebe macht sich selbst zum Selbstzweck, zum Werk, zum Gotzen, den sie anbetet.
심리적 사랑은 자신을 목적 자체로, 작품으로, 자신이 숭배하는 우상으로 만든다.
선정 이유: 심리적 공동체의 자기파멸적 성격을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문장.
③ 공동체와 홀로 있음의 변증법
Wer nicht allein sein kann, der hute sich vor der Gemeinschaft. Wer nicht in der Gemeinschaft steht, der hute sich vor dem Alleinsein.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공동체 안에 서 있지 않은 자는 홀로 있음을 조심하라.
선정 이유: 책 전체의 구조를 두 문장으로 압축한다.
④ 듣는 섬김
Wer seinem Bruder nicht mehr zuhoren kann, der wird auch bald Gott nicht mehr zuhoren konnen.
형제에게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자는 곧 하나님의 말씀도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선정 이유: 수평적 경청과 수직적 경청의 연결. 설교자가 새겨야 할 문장.
⑤ 고백의 핵심
Vor dem Bruder darf ich Sunder sein. Vor dem Psychologen darf ich nur krank sein.
형제 앞에서 나는 죄인일 수 있다. 심리학자 앞에서 나는 병든 자일 수 있을 뿐이다.
선정 이유: 복음의 고백적 공동체와 세속적 치유의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문장.
◆ 7 주장-증명 감사 결과 (Assertion Audit)도
증명 없이 주장만 된 것
▷ 단성 찬양이 다성 합창보다 영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
▷ 합창이 있는 공동 예배가 반드시 에고를 강화한다는 함의
▷ 오후 기도가 교회의 일곱 기도 시간 중 하나라는 역사적 주장
◆ 8. 전체 핵심 문장 10개
1. Es ist nichts Selbstverstandliches fur den Christen, dass er unter Christen leben darf.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2. Christliche Bruderschaft ist kein Ideal, sondern eine gottliche Wirklichkeit.
기독교적 형제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라 신적 현실이다.
3. Gott hasst die Traumerei; denn sie macht stolz und anspruchsvoll.
하나님은 몽상을 미워하신다. 왜냐하면 몽상은 교만하고 요구하는 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4. Der Christus im eigenen Herzen ist schwacher als der Christus im Worte des Bruders.
내 마음 안의 그리스도는 형제의 말 속에 있는 그리스도보다 약하다.
5. Wer nicht allein sein kann, der hute sich vor der Gemeinschaft.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6. Suche Gott, nicht Freude das ist die Grundregel aller Meditation.
하나님을 구하라, 기쁨을 구하지 말라. 이것이 모든 묵상의 근본 원칙이다.
7. Wer seinem Bruder nicht mehr zuhoren kann, der wird auch bald Gott nicht mehr zuhoren konnen.
형제에게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자는 곧 하나님의 말씀도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8. Wer mit seinem Bosen allein bleibt, der bleibt ganz allein.
자기 악과 함께 홀로 있는 자는 완전히 혼자다.
9. Vor dem Bruder darf ich Sunder sein. Vor dem Psychologen darf ich nur krank sein.
형제 앞에서 나는 죄인일 수 있다. 심리학자 앞에서 나는 병든 자일 수 있을 뿐이다.
10. Die Gemeinschaft des heiligen Abendmahls ist die Erfullung der christlichen Gemeinschaft uberhaupt.
성찬의 공동체는 기독교 공동체 전체의 완성이다.
◆ 9. 비판적 평가
강점
① 신학적 선명성 공동체의 그리스도론적 근거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 심리학, 사회학, 공동체 이론이 모두 이 신학적 중심에 종속된다. 이 선명성이 이 책을 80년 이상 살아있게 하는 힘이다.
② 실천의 구체성 추상적 신학이 아니다. 아침 예배를 어떻게 하는가, 성경을 어떻게 읽는가, 묵상 중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어떻게 하는가 실제적이다.
③ 이상주의에 대한 예방 접종 공동체에 대한 낭만적 기대를 가진 자에게 이 책은 냉정한 교정제다. 목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실임이 확인된다.
약점
① 단성 찬양 주장의 보편화 불가능성 핀켄발데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나온 판단을 보편 원칙으로 제시한다. 한국 교회에서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
② 심리학에 대한 일방적 비판 적절한 훈련 없이 형제 고백을 적용하면 이차 상처가 발생할 수 있다. 본훼퍼는 이 위험을 일부 인정하지만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③ 공동체의 다양성 부족 독신 남성 신학자들의 소규모 공동체가 모델이다. 가족, 어린이, 노인이 있는 다양한 공동체에 직접 적용하려면 상당한 번역이 필요하다.
◆ 10. 신학적 평가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이 책은 대체로 탁월하다.
칭의론이 공동체론의 기초다.
말씀의 우선성이 모든 실천을 규제한다. 그리스도 중심성이 강하다.
단, 고백론에서 사제적 권위가 강하게 등장한다. '형제가 그리스도 대신에 선다'(an Christi statt)는 표현은 개신교 신학의 경계선 위에 있다. 모든 신자의 제사장직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 11. 목적별 활용 제안
꼭 읽어야 할 챕터
▷ 「공동체」: 교회론의 근본을 재정립한다. 특히 이상주의 비판 부분.
▷ 「고백과 성찬」: 한국 교회에서 가장 낯설고, 그래서 가장 필요한 챕터.
건너뛰어도 되는 부분
▷ 단성 찬양 관련 논의 (「함께하는 날」 중반부). 원칙은 좋지만 한국 교회 상황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
실제 적용 방향
▷ 소그룹 묵상 교재: 챕터별로 읽고 토론
▷ 설교 시리즈: '공동체란 무엇인가' / '홀로 있음과 함께함' / '듣는 교회' / '고백하는 교회'
▷ 목회자 개인 영성 훈련 지침으로 활용
학술․목회 통합 서평
본훼퍼의 『함께 사는 삶』: 화목케 하는 공동체의 신학과 실천
박사 논문 두 편을 쓴 사람이 마지막에 쓴 글이 아니다. 박사 논문 두 편을 쓰고 나서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이 쓴 글이다. 그 차이가 이 책의 모든 것이다.
디트리히 본훼퍼는 1935년 런던 주재 목사 자리를 버리고 나치 독일로 귀환한다. 불법 고백교회의 설교자 신학교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국가도, 국가교회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졸업 후 정식 목사 안수도, 고정 급여도, 목사관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절박한 현실 위에서 '핀켄발데'라는 공동체가 3년간 살아 숨쉰다. 게슈타포가 1937년 신학교를 폐쇄한 지 1년 후, 본훼퍼는 그 경험 전체를 한 번에 써내린다. 그것이 이 책이다.
핵심 문제의식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함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실천되는가?'
그런데 본훼퍼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잘못된 답변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다. 공동체는 인간이 꿈꾸고,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세워진 신적 현실이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귀환점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전환이 실제로는 혁명적이다. 공동체를 이상으로 이해하는 자는 요구하는 자가 된다.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의 기준으로 현실 공동체를 재고, 형제들을 판단하고, 결국 하나님마저 고발한다. 하나님은 은혜로 이 몽상을 빠르게 깨뜨리신다. 실망이 빨리 찾아올수록 오히려 더 좋다. 그 실망의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공동체가 시작된다.
학문적 위치와 공헌
이 책의 학문적 위치는 독특하다. 신학서도, 영성서도, 실천신학서도 아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문다.
20세기 개신교 신학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백 중 하나는 공동 영성 생활을 위한 신학적․실천적 지침의 부재였다. 가톨릭은 수도 규칙, 영신수련, 기도서라는 풍성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개신교는 만인제사장직과 은혜의 선물성을 강조하다가 구체적 실천의 형태들을 잃어버렸다. 본훼퍼는 이 공백을 채우면서, 동시에 가톨릭의 실천 지혜를 종교개혁 신학의 언어로 소화해낸다. 루터의 칭의론이 가톨릭 수도 영성의 실천을 정화하고 재배치한다.
주요 신학적 공헌 세 가지
첫째, 영적 공동체와 심리적 공동체의 구분.
이 이분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의 권력 역학,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위험, 감정적 의존성의 문제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해법이 심리적 자각이 아니라 그리스도론적 중보 구조에 있기 때문에 현대 공동체 심리학과 언어와 결론이 완전히 다르다.
둘째, 시편 신학. 시편은 그리스도의 기도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입을 빌려 시편을 기도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합류한다. 이 신학적 구조는 역사비평과 신앙의 언어를 잇는 다리이면서, '내가 이 시편을 어떻게 기도하는가'라는 실천적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답이다.
셋째, 형제 고백의 신학.
개신교 안에서 개인 고백의 자리가 루터 이후 급격히 약화되었다. 본훼퍼는 이것이 교회의 손실임을 선언한다. 그의 고백론은 가톨릭의 성사론도, 개신교의 개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다. 형제 앞에 선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임재 앞에 서는 것이다.
결정적 한계
이 책의 사각지대를 덮어두는 것은 본훼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핀켄발데는 특수한 공동체였다. 독신 남성 신학자들, 공통의 위기의식, 반나치 저항의 연대, 루터 전통에 깊이 뿌리박은 문화적 배경. 이 맥락에서 제안된 실천들을 현대 지역 교회의 다양한 인구 구성에 직접 적용하려면 상당한 번역이 필요하다.
심리학과의 관계도 단순화되어 있다.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 성폭력 피해자, 중독자에게 적절한 훈련 없이 형제 고백을 적용하면 이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교회에 주는 메시지
이 책이 한국 교회에 주는 가장 긴박한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동체의 환상에 대한 경고다.
한국 교회는 오랫동안 '부흥'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적 고양과 집단적 흥분을 공동체 경험으로 착각해왔다. 본훼퍼의 언어로 말하면, 이것은 '심리적 공동체'의 전형이다. 감동이 사라지면 실망하고, 실망하면 떠난다. 진짜 공동체는 실망이 왔을 때 시작된다.
다른 하나는 침묵의 회복이다.
한국 교회의 예배와 소그룹은 말로 가득 차 있다. 찬양도, 기도도, 설교도, 나눔도 모두 말이다. 침묵은 어색함이고, 공백은 채워야 한다. 본훼퍼는 이것을 영적 질병으로 진단한다.
성도를 위한 서평
왜 이 책인가 당신의 교회에 대한 환상을 깨뜨릴 책
솔직히 말하자. 이 책은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번역도 낯설고, 언어도 생소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성도들에게 권하는 이유가 있다. 아니, 딱 하나의 이유다.
이 책은 교회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다.
교회를 오래 다닌 분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 나온 교회가 좋았다. 사람들이 따뜻했고, 예배가 뜨거웠고, 목사님 설교가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이 왔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들, 상처 주는 말들, 낯선 갈등들. 그래서 또 교회를 옮겼다.
본훼퍼는 그 실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은혜로 그 꿈을 빨리 깨뜨리신다. 꿈이 깨지는 시간이 빠를수록 더 좋다. 꿈이 깨진 그 자리에서 진짜 공동체가 시작된다."
이 말이 귀에 들어왔다면, 이미 이 책의 핵심에 가닿은 것이다.
본훼퍼가 이 책을 쓸 때 상황을 상상해보라. 나치가 집권했다. 히틀러의 독일에서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교회는 불법이었다. 그가 이끄는 신학교는 게슈타포에 의해 폐쇄된다. 그럼에도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핀켄발데라는 곳에 모여 3년간 함께 살았다. 그 경험에서 나온 책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이론이 아니다. 살아진 말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남은 문장이 있다.
Der Christus im eigenen Herzen ist schwacher als der Christus im Worte des Bruders.
내 마음 안의 그리스도는 형제의 말 속에 있는 그리스도보다 약하다. 내 안의 그리스도는 불확실하지만, 형제의 말 속에 있는 그리스도는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교회가 필요하다. 형제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들릴 때, 나 자신의 확신보다 다른 성도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더 강하게 나를 붙든다. 혼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함께 가진다.
이 책은 특별히 세 종류의 독자에게 유익하다
교회에서 상처받은 분
이 책은 당신의 실망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의 실망이 어디서 왔는지를 정확하게 짚는다. 그 꿈이 깨진 자리에서 진짜 교회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위로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
소그룹․공동체 안에서 지쳐가는 분
본훼퍼는 섬김의 순서를 말한다. 말씀으로 섬기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한다.
가장 큰 섬김은 말이 아니라 경청이다.
혼자 있음이 두렵거나, 반대로 혼자만 있으려는 분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공동체 안에 서 있지 않은 자는 홀로 있음을 조심하라.' 이 두 문장 앞에 한번 조용히 앉아있어 보라.
이 책은 얇다. 독일어 원본 기준으로 100페이지 안팎이다.
그러나 한 챕터씩 천천히 읽으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이 맞는 속도다. 빠르게 읽고 지식을 얻는 책이 아니다. 느리게 읽으면서 자신의 공동체 경험을 돌아보는 책이다.
읽다가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 멈추라. 거기서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이해도 검증 문제
주관식 5문제
1. 본훼퍼는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라 신적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신학적 근거는 무엇이며, 이것이 공동체를 '이상'으로 이해할 때와 비교하여 실?적으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가?
2. 본훼퍼가 구분하는 '영적 공동체'(pneumatische Wirklichkeit)와 '심리적 공동체'(psychische Wirklichkeit)의 핵심 차이를 설명하고, 현대 교회의 소그룹 문화 중에서 이 구분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하나 이상 제시하라.
3. 본훼퍼는 시편을 '그리스도의 기도'로 이해한다. 이 해석이 개인이 시편을 기도할 때 갖는 신학적 함의를 설명하고, 특히 복수 시편과 고통 시편을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라.
4.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공동체 안에 서 있지 않은 자는 홀로 있음을 조심하라'는 두 명제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이것이 오늘날 교회 사역자의 영성 형성에 주는 함의를 논술하라.
5. 본훼퍼의 형제 고백론이 가진 신학적 강점과 실천적 위험성을 각각 분석하고, 한국 교회적 맥락에서 이 고백 실천을 도입하거나 활성화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신학적․목회적 조건들을 제시하라.
객관식 5문제
1. 본훼퍼는 공동체의 붕괴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하는 것은?
A. 교리적 불일치
B. 리더십의 부재
C.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몽상(Traum/Wunschbild) ★
D. 기도 생활의 부족
E. 경제적 불평등
[정답: C. 함정: D는 실천 부재로 중요하지만, C가 더 근본적 원인]
2. 본훼퍼가 시편 기도에 대해 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A. 시편은 구약의 기도이므로 신약 성도에게는 부차적이다
B. 시편은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입을 통해 기도하는 것이며 교회는 그 기도에 동참한다 ★
C. 시편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유롭게 재해석될 수 있다
D. 시편 기도는 공동 예배보다 개인 묵상 시간에 적합하다
E. 분노와 복수의 시편은 신약 정신에 위배되므로 기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답: B. 함정: A, E는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는 오답]
3. 본훼퍼가 '섬김'(Dienst) 챕터에서 제시하는 섬김의 올바른 순서는?
A. 말씀의 선포 → 듣는 것 → 짐 나눔 → 능동적 도움
B. 듣는 것 → 능동적 도움 → 짐 나눔 → 말씀의 섬김 ★
C. 짐 나눔 → 듣는 것 → 말씀의 섬김 → 능동적 도움
D. 능동적 도움 → 듣는 것 → 말씀의 섬김 → 짐 나눔
E. 기도 → 고백 → 말씀의 선포 → 성례
[정답: B. 함정: 설교자의 직관에 반한다 말씀의 섬김이 마지막이다]
4. 본훼퍼가 형제 고백과 심리치료의 관계에 대해 말한 것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A. 형제 고백은 심리치료를 보완하는 기독교적 방법이다
B. 심리치료는 죄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므로 전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C. 심리학자 앞에서는 병든 자이지만, 형제 앞에서는 죄인일 수 있다 ★
D. 형제 고백은 심리치료의 신앙적 대안이므로 전문 상담을 대체할 수 있다
E. 심리치료와 형제 고백은 같은 기능을 다른 언어로 수행한다
[정답: C. 함정: D는 본훼퍼를 오독한 그럴듯한 오답]
5. 본훼퍼가 말하는 '고백의 네 가지 돌파'로 옳은 것은?
A. 죄의 인식 / 회개 / 변화 / 성화
B. 공동체로의 돌파 / 십자가로의 돌파 / 새 생명으로의 돌파 / 확신으로의 돌파 ★
C. 하나님과의 화해 / 이웃과의 화해 / 자신과의 화해 / 공동체와의 화해
D. 말씀으로의 돌파 / 기도로의 돌파 / 예배로의 돌파 / 섬김으로의 돌파
E. 고백 / 용서 / 거듭남 / 성령 충만
[정답: B. 함정: C는 현대 기독교 상담의 언어로 그럴듯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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