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훼퍼 『함께 사는 삶』
Gemeinsames Leben
Dietrich Bonhoeffer
Peter Zimmerling 편집 및 서론 | Brunnen Verlag, 2015 (원본 1939년)
학술․목회 통합 서평
본훼퍼의 『함께 사는 삶』: 화목케 하는 공동체의 신학과 실천 서평
박사 논문 두 편을 쓴 사람이 마지막에 쓴 글이 아니다. 박사 논문 두 편을 쓰고 나서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이 쓴 글이다. 그 차이가 이 책의 모든 것이다.
디트리히 본훼퍼는 1935년 런던 주재 목사 자리를 버리고 나치 독일로 귀환한다. 불법 고백교회의 설교자 신학교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국가도, 국가교회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졸업 후 정식 목사 안수도, 고정 급여도, 목사관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절박한 현실 위에서 '핀켄발데'라는 공동체가 3년간 살아 숨쉰다. 게슈타포가 1937년 신학교를 폐쇄한 지 1년 후, 본훼퍼는 그 경험 전체를 한 번에 써내린다. 그것이 이 책이다.
핵심 문제의식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함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실천되는가?'
그런데 본훼퍼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잘못된 답변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다. 공동체는 인간이 꿈꾸고,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세워진 신적 현실이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귀환점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전환이 실제로는 혁명적이다. 공동체를 이상으로 이해하는 자는 요구하는 자가 된다.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의 기준으로 현실 공동체를 재고, 형제들을 판단하고, 결국 하나님마저 고발한다. 하나님은 은혜로 이 몽상을 빠르게 깨뜨리신다. 실망이 빨리 찾아올수록 오히려 더 좋다. 그 실망의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공동체가 시작된다.
학문적 위치와 공헌
이 책의 학문적 위치는 독특하다. 신학서도, 영성서도, 실천신학서도 아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문다.
20세기 개신교 신학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백 중 하나는 공동 영성 생활을 위한 신학적․실천적 지침의 부재였다. 가톨릭은 수도 규칙, 영신수련, 기도서라는 풍성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개신교는 만인제사장직과 은혜의 선물성을 강조하다가 구체적 실천의 형태들을 잃어버렸다. 본훼퍼는 이 공백을 채우면서, 동시에 가톨릭의 실천 지혜를 종교개혁 신학의 언어로 소화해낸다. 루터의 칭의론이 가톨릭 수도 영성의 실천을 정화하고 재배치한다.
주요 신학적 공헌 세 가지
첫째, 영적 공동체와 심리적 공동체의 구분.
이 이분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의 권력 역학,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위험, 감정적 의존성의 문제를 예리하게 진단한다. 해법이 심리적 자각이 아니라 그리스도론적 중보 구조에 있기 때문에 현대 공동체 심리학과 언어와 결론이 완전히 다르다.
둘째, 시편 신학. 시편은 그리스도의 기도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입을 빌려 시편을 기도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합류한다. 이 신학적 구조는 역사비평과 신앙의 언어를 잇는 다리이면서, '내가 이 시편을 어떻게 기도하는가'라는 실천적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답이다.
셋째, 형제 고백의 신학.
개신교 안에서 개인 고백의 자리가 루터 이후 급격히 약화되었다. 본훼퍼는 이것이 교회의 손실임을 선언한다. 그의 고백론은 가톨릭의 성사론도, 개신교의 개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다. 형제 앞에 선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임재 앞에 서는 것이다.
결정적 한계
이 책의 사각지대를 덮어두는 것은 본훼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핀켄발데는 특수한 공동체였다. 독신 남성 신학자들, 공통의 위기의식, 반나치 저항의 연대, 루터 전통에 깊이 뿌리박은 문화적 배경. 이 맥락에서 제안된 실천들을 현대 지역 교회의 다양한 인구 구성에 직접 적용하려면 상당한 번역이 필요하다.
심리학과의 관계도 단순화되어 있다.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 성폭력 피해자, 중독자에게 적절한 훈련 없이 형제 고백을 적용하면 이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교회에 주는 메시지
이 책이 한국 교회에 주는 가장 긴박한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동체의 환상에 대한 경고다.
한국 교회는 오랫동안 '부흥'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적 고양과 집단적 흥분을 공동체 경험으로 착각해왔다. 본훼퍼의 언어로 말하면, 이것은 '심리적 공동체'의 전형이다. 감동이 사라지면 실망하고, 실망하면 떠난다. 진짜 공동체는 실망이 왔을 때 시작된다.
다른 하나는 침묵의 회복이다.
한국 교회의 예배와 소그룹은 말로 가득 차 있다. 찬양도, 기도도, 설교도, 나눔도 모두 말이다. 침묵은 어색함이고, 공백은 채워야 한다. 본훼퍼는 이것을 영적 질병으로 진단한다.
성도를 위한 서평
왜 이 책인가 당신의 교회에 대한 환상을 깨뜨릴 책
솔직히 말하자. 이 책은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번역도 낯설고, 언어도 생소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성도들에게 권하는 이유가 있다. 아니, 딱 하나의 이유다.
이 책은 교회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다.
교회를 오래 다닌 분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 나온 교회가 좋았다. 사람들이 따뜻했고, 예배가 뜨거웠고, 목사님 설교가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이 왔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들, 상처 주는 말들, 낯선 갈등들. 그래서 또 교회를 옮겼다.
본훼퍼는 그 실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은혜로 그 꿈을 빨리 깨뜨리신다. 꿈이 깨지는 시간이 빠를수록 더 좋다. 꿈이 깨진 그 자리에서 진짜 공동체가 시작된다."
이 말이 귀에 들어왔다면, 이미 이 책의 핵심에 가닿은 것이다.
본훼퍼가 이 책을 쓸 때 상황을 상상해보라. 나치가 집권했다. 히틀러의 독일에서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교회는 불법이었다. 그가 이끄는 신학교는 게슈타포에 의해 폐쇄된다. 그럼에도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핀켄발데라는 곳에 모여 3년간 함께 살았다. 그 경험에서 나온 책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이론이 아니다. 살아진 말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남은 문장이 있다.
Der Christus im eigenen Herzen ist schwacher als der Christus im Worte des Bruders.
내 마음 안의 그리스도는 형제의 말 속에 있는 그리스도보다 약하다. 내 안의 그리스도는 불확실하지만, 형제의 말 속에 있는 그리스도는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교회가 필요하다. 형제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들릴 때, 나 자신의 확신보다 다른 성도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더 강하게 나를 붙든다. 혼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함께 가진다.
이 책은 특별히 세 종류의 독자에게 유익하다
교회에서 상처받은 분
이 책은 당신의 실망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의 실망이 어디서 왔는지를 정확하게 짚는다. 그 꿈이 깨진 자리에서 진짜 교회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위로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
소그룹․공동체 안에서 지쳐가는 분
본훼퍼는 섬김의 순서를 말한다. 말씀으로 섬기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한다.
가장 큰 섬김은 말이 아니라 경청이다.
혼자 있음이 두렵거나, 반대로 혼자만 있으려는 분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공동체 안에 서 있지 않은 자는 홀로 있음을 조심하라.' 이 두 문장 앞에 한번 조용히 앉아있어 보라.
이 책은 얇다. 독일어 원본 기준으로 100페이지 안팎이다.
그러나 한 챕터씩 천천히 읽으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이 맞는 속도다. 빠르게 읽고 지식을 얻는 책이 아니다. 느리게 읽으면서 자신의 공동체 경험을 돌아보는 책이다.
읽다가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 멈추라. 거기서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이해도 검증 문제
주관식 5문제
1. 본훼퍼는 '공동체는 이상이 아니라 신적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신학적 근거는 무엇이며, 이것이 공동체를 '이상'으로 이해할 때와 비교하여 실?적으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가?
2. 본훼퍼가 구분하는 '영적 공동체'(pneumatische Wirklichkeit)와 '심리적 공동체'(psychische Wirklichkeit)의 핵심 차이를 설명하고, 현대 교회의 소그룹 문화 중에서 이 구분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하나 이상 제시하라.
3. 본훼퍼는 시편을 '그리스도의 기도'로 이해한다. 이 해석이 개인이 시편을 기도할 때 갖는 신학적 함의를 설명하고, 특히 복수 시편과 고통 시편을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라.
4. '홀로 있을 수 없는 자는 공동체를 조심하라. 공동체 안에 서 있지 않은 자는 홀로 있음을 조심하라'는 두 명제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이것이 오늘날 교회 사역자의 영성 형성에 주는 함의를 논술하라.
5. 본훼퍼의 형제 고백론이 가진 신학적 강점과 실천적 위험성을 각각 분석하고, 한국 교회적 맥락에서 이 고백 실천을 도입하거나 활성화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신학적․목회적 조건들을 제시하라.
객관식 5문제
1. 본훼퍼는 공동체의 붕괴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하는 것은?
A. 교리적 불일치
B. 리더십의 부재
C.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몽상(Traum/Wunschbild) ★
D. 기도 생활의 부족
E. 경제적 불평등
[정답: C. 함정: D는 실천 부재로 중요하지만, C가 더 근본적 원인]
2. 본훼퍼가 시편 기도에 대해 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A. 시편은 구약의 기도이므로 신약 성도에게는 부차적이다
B. 시편은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입을 통해 기도하는 것이며 교회는 그 기도에 동참한다 ★
C. 시편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유롭게 재해석될 수 있다
D. 시편 기도는 공동 예배보다 개인 묵상 시간에 적합하다
E. 분노와 복수의 시편은 신약 정신에 위배되므로 기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답: B. 함정: A, E는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는 오답]
3. 본훼퍼가 '섬김'(Dienst) 챕터에서 제시하는 섬김의 올바른 순서는?
A. 말씀의 선포 → 듣는 것 → 짐 나눔 → 능동적 도움
B. 듣는 것 → 능동적 도움 → 짐 나눔 → 말씀의 섬김 ★
C. 짐 나눔 → 듣는 것 → 말씀의 섬김 → 능동적 도움
D. 능동적 도움 → 듣는 것 → 말씀의 섬김 → 짐 나눔
E. 기도 → 고백 → 말씀의 선포 → 성례
[정답: B. 함정: 설교자의 직관에 반한다 말씀의 섬김이 마지막이다]
4. 본훼퍼가 형제 고백과 심리치료의 관계에 대해 말한 것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A. 형제 고백은 심리치료를 보완하는 기독교적 방법이다
B. 심리치료는 죄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므로 전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C. 심리학자 앞에서는 병든 자이지만, 형제 앞에서는 죄인일 수 있다 ★
D. 형제 고백은 심리치료의 신앙적 대안이므로 전문 상담을 대체할 수 있다
E. 심리치료와 형제 고백은 같은 기능을 다른 언어로 수행한다
[정답: C. 함정: D는 본훼퍼를 오독한 그럴듯한 오답]
5. 본훼퍼가 말하는 '고백의 네 가지 돌파'로 옳은 것은?
A. 죄의 인식 / 회개 / 변화 / 성화
B. 공동체로의 돌파 / 십자가로의 돌파 / 새 생명으로의 돌파 / 확신으로의 돌파 ★
C. 하나님과의 화해 / 이웃과의 화해 / 자신과의 화해 / 공동체와의 화해
D. 말씀으로의 돌파 / 기도로의 돌파 / 예배로의 돌파 / 섬김으로의 돌파
E. 고백 / 용서 / 거듭남 / 성령 충만
[정답: B. 함정: C는 현대 기독교 상담의 언어로 그럴듯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