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쫄라수밧다(게송 304)⁵ᶪ⁾ 이 이야기는 아나타삔디까의 소년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에게는 욱가⁵²⁾에 사는 욱가라는 국가재정관의 아들과 아주 친한 친구 사이였다. 이 욱가는 아나타삔디까와 다른 지방 출신이었지만, 마침 그와 같은 스승의 집에 함께 머물면서 학문과 예술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들은 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정이 깊어져서 장래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다음에 우리가 어른이 되어 결혼하여 아들이나 딸을 낳으면 그들을 서로 결혼시키고자 약속하였다. 그런 뒤 그들은 마침내 어른이 되어 각자 자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기가 사는 도시의 재정관이 되었으며, 결혼해서 자녀도 갖게 되었다. 그 후의 어느 때 욱가는 오백 대의 수레에 상품을 가득히 싣고 장사를 하기 위해 사왓티에 갔다.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아나타삔디까는 자기 딸 쭐라수밧다를 불러 이같이 일렀다. “나의 귀여운 딸아, 너의 시아버지가 되실 욱가 재정관이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다. 너는 예절을 잘 갖추어 그분을 모셔야 하느니라.” “알겠습니다, 아버님.” 쭐라수밧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공손히 응하면서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말씀을 잘 따를 것을 다짐했다. 그녀는 욱가가 온 날부터 손수 음식과 반찬을 만들어 욱가에게 올렸다. 그리고 욱가의 방에다 여러 가지 향과 꽃을 갖다 놓고, 식사 시간 전에는 손 씻을 물을, 잠자기 전에는 목욕물을 데워 드리는 등 욱가가 편히 쉴 수 있도록 갖가지 편의를 제공했다. 욱가는 쭐라수밧다의 여러 가지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나서 큰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한가하게 옛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기들이 젊었을 때 했던 약속을 상기시키며 쭐라수밧다를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욱가는 그 성장 배경에 따라 외도를 믿고 있었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는 열 가지 위대한 힘을 지니신 부처님을 찾아가 자기 딸을 외도 신앙인인 욱가의 집에 시집보내는 문제에 대해 자 문을 구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재정관 욱가가 부처님께 귀의할 수 있는 인연이 있음을 아시고 쭐라수밧다가 욱가네 집으로 시집가는 것을 승낙하시었다. 그리하여 아나타삔디까는 아내와 상의한 다음 욱가의 청혼을 받아들여 딸의 결혼 날짜를 정했다. 위사카의 아버지 다난자야가 위사카를 시집보낼 때와 같이 재정관 아나타삔디까 또한 엄청난 결혼 예물을 준비해서 딸을 시집보냈다. 그리고 딸 수밧다에게는 꼭 지켜야 할 열 가지 계율을 다시 한번 가르쳤다. 또, 그는 위사카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딸에게 여덟 사람의 지혜로운 사람을 후견인으로 딸려 보내어 만약 딸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그 진상을 밝혀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딸이 시집으로 떠나던 날은 부처님과 비구 상가에 큰 공양을 올리고, 모든 시민들에게도 자기 딸이 전생에 큰 공덕을 지어 금생에 이같이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부밧다는 곧 시부모와 남편이 있는 욱가 시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시부모가 되실 분과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가 환호로써 그녀를 맞았다. 그녀는 위사카가 그랬듯이 마차에서 내려 화려하고 값진 겉옷을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보였다. 그리고 시민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각종 꽃과 선물을 받았고, 그녀 또한 시민들에게 답례품을 주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덕과 아름다움을 칭찬했다. 얼마 뒤 그녀의 시부모는 그들의 신앙에 따라 발가벗고 사는 자이나교 승려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공양을 올리게 되었다. 자이나교 승려들이 욱가네 집에 도착했을 때 수밧다의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사람을 보내어 종교 의식에 참석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수밧다는 정숙한 여자로서 발가벗고 있는 남자들 앞에 갈 수 없다고 거절하고, 욱가가 몇차례나 사람을 보냈지만 끝내 거기에 가지 않았다. 그러자 욱가는 화를 내며 “며느리를 집에서 내쫓아 버려라!” 하고 아랫사람에게 지시했다. 그렇지만 쭐라수밧다는 “정당한 이유 없이 누구도 나를 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며, 여덟 후견인을 불러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해 주고 대책을 물었다. 후견인들은 수밧다의 설명을 듣고 나서 수밧다에게는 아무런 허물이 없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욱가에게 왜 며느리를 내치려 하는지 물었다. 한편 수밧다의 시부모들은 서로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느리는 우리가 믿는 교단의 승려들이 겸손하지 못하다면서 인사드리려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며느리가 따르는 승려(비구)들은 어떻게 행동하기에 며느리는 그들을 그렇게 존경하는 것일까?” 그래서 욱가는 그녀를 불러 물어보았다. “네가 존경하는 승려들은 도대체 어떻게 행동하기에 너는 그들을 그렇게 칭찬하느냐? 그들은 어떤 계율을 지키며 어떤 수행을 하느냐?” 이에 수밧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처님과 제자 비구들의 덕행에 대해 이같이 대답했다. “아버님, 그분들의 감각기관은 밝고 맑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은 고요하며, 언제나 조용하게 걷고, 침착하게 섭니다. 그분들은 눈을 아래로 뜨고 말은 극히 적게 하시는데,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 이십니다. 그분들은 몸과 마음을 티 없이 깨끗하게 닦아 안과 밖이 진주처럼 청정하여, 쌓은 공덕 또한 몸과 마음에 가득하신데,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이십니다. 이 세상 사람들을 무엇을 얻게 되면 우쭐하고, 잃게 되면 풀이 죽지만 그분들은 얻고 잃음에 대해 차별이 없으신데,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을 명예가 있으면 우쭐하고 명예가 없어지면 풀이 죽지만 그분들은 명예가 있고 없음에 차별이 없으신데,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칭찬을 받으면 우쭐하고 비방을 들으면 풀이 죽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칭찬이나 비방에 대해서 똑같은 태도를 보이시는데,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 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쾌락을 만나면 우쭐하고 고통을 당하면 풀이 죽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쾌락과 고통을 만나도 결코 동요 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분들이 저의 스승 비구들 이십니다.” 수밧다의 이 같은 설명을 듣고 그녀의 시부모는 매우 흡족하게 생각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수밧다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 부부도 너의 스승 비구들을 만날 수 있겠느냐?” “예, 그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렇게 되어 수밧다는 시부모가 부처님과 제자들을 만나 뵐 수 있게끔 주선하게 되었다. 수밧다는 곧 부처님과 비구 상가에 풍부한 공양을 올릴 준비를 하도록 사람들에게 이르고, 곧 집 맨 위층에 올라가 부처님이 계신 제따와나 수도원을 향해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는 큰절을 올렸다. 그런 한편 그녀는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부르면서 향수와 꽃을 들고 부처님의 크나큰 자비와 지혜를 일념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스민 꽃을 허공에 던지며 이렇게 발원했다. “부처님, 부처님과 성스러운 오백 비구들께서 저의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 증거가 이 꽃입니다. 부처님, 이것을 증거로 제가 부처님과 오백 아라한 비구들을 초청했음을 인증해 주십시오.” 그러자 허공에 던져진 자스민 꽃은 스스로 허공을 날아 일산 형태가 되어 제따와나 수도원에서 설법하고 계시는 부처님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바로 이때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던 아나타삔디까는 내일 부처님께서 자기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아주십사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선남자여, 나는 벌써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침 공양 초청을 받았느니라.” 하시었다. 아나타삔디까는 “부처님이시여, 저보다 먼저 이곳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누구의 공양 초청을 받으셨습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공양 초청자가 수밧다라 일러 주시었고 아나타삔디까는 매우 놀라 수밧다가 사는 곧은 이곳에서 220요자나 떨어진 곳이 아니냐고 다시 여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아나타삔디까여, 실로 그러하도다. 그러나 착한 행위는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 얼굴을 마주 대하듯 분명하게 눈앞에 나타나는 법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21-15-304 착한 것은 멀리서도 나타나 보인다, 마치 히말라야 흰 산이 그러하듯이 사악한 것은 가까이서도 볼 수 없다. 마치 어두운 밤에 날아가는 화살을 볼 수 없듯이. 이때 삭까 천왕은 부처님께서 쭐라수밧다의 공양에 초청되신 것을 알고 천인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지금 즉시 탑 모양의 수레 오백 대를 만들어 두었다가 내일 아침 부처님을 비롯한 오백 아라한들을 사왓티로부터 욱가시까지 차질 없이 모시도록 하여라.” 다음날이 되자 탑 모양을 한 오백 대의 수레가 수도원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오백 명의 아라한을 선발하시어 그들과 함께 그 탑 수레에 앉으시었고, 탑들은 일제히 허공을 날아서 욱가 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때 재정관 욱가는 자기 가족들과 함께 부처님께서 오실 길 아래 둑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지않아 장엄하게 빛나는 부처님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고, 욱가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는 부처님께 최상의 존경을 표하는 한편, 꽃다발과 공양물을 올리면서 부처님을 환영했다. 그는 부처님을 비롯한 아라한들에게 향기가 좋고 질 높은 음식을 풍부하게 공양드리며, 각종 예물을 갖추어 올리기를 이레 동안이나 했다. 한편 부처님께서도 욱가의 착한 마음을 칭찬하시고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많은 시민들을 위해 설법하시었다. 그리하여 욱가를 비롯한 수많은 욱가시 시민들이 부처님의 법문에 환희심을 냈고, 담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수밧다의 신심과 선업을 키워 주기 위해 아누룻다 테라를 욱가시에 남겨 놓으심으로써 수밧다의 스승이 되게 하시었다. 이때부터 욱가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신심 높은 도시가 되었다. 51) 설법장소 : 제따와나 수도원 52) 욱가 : 꼬살라국 영토에 있는 작은 성읍으로 부처님께서 근처의 밧다라마 사원에 한 때 머무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