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조금씩 부풀고 있고 우리는 같은 간격으로 서로 멀어지고 있어요 사방이 우주만큼 트여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좌표만 같은 비율로 커지는 세계에서 시간만이 변수라고 한다면 아득한 게 쓸쓸한 일이 되고 맙니다 다시 올 것 같지 않게 멀어지다가 어느 계절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별을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별을 사람들은 무리에서 내쫓았습니다 이로써 우리 행성계는 완벽하게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공전 주기를 늦추고 싶은 사람들은 서둘러 여행을 떠나지만 매진 행렬이 더 빠르게 이어지고 출발을 위한 서류는 늘어납니다 서류가 늘어날수록 안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거기 여기의 세계에서 서류는 잠식하는 불안처럼 불어납니다 모든 항의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료의 심장을 뚫어버릴 별빛은 어느 블랙홀에 갇혀버렸을까요 다른 시간 속에서 유영하던 우주비행사는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늙어버립니다
-왜소행성: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이 받은 새 이름 ---------------------------------------------------------------------------------------------------------------------------------------------------------------- 우주는 조금씩 부풀고 있고 우리는 같은 간격으로 서로 멀어지고 있어요 사방이 우주만큼 트여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좌표만 같은 비율로 커지는 세계에서 시간만이 변수라고 한다면 아득한 게 쓸쓸한 일이 되고 맙니다
우주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허블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 탐사한 결과들을 보면 우주가 한없이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건 그냥 사실적인 부분이고요. 실제로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은 점점 더 발전하고, 우리는(우리의 관계)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거죠. 사방이 아무리 트여 있어도 그 세계로 들어올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너무 각박합니다. 서로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배척만 합니다. 서로를 밀어내죠.
다시 올 것 같지 않게 멀어지다가 어느 계절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별을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별을 사람들은 무리에서 내쫓았습니다 이로써 우리 행성계는 완벽하게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명왕성은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못난이 별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못난 사람들이 있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소외시킵니다. 주류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주류들은 주류들끼리 어울리죠.
자신의 공전 주기를 늦추고 싶은 사람들은 서둘러 여행을 떠나지만 매진 행렬이 더 빠르게 이어지고 출발을 위한 서류는 늘어납니다 서류가 늘어날수록 안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거기 여기의 세계에서 서류는 잠식하는 불안처럼 불어납니다
그런 주류에 끼이고 싶은 사람들은 그 사회에 합류하지만 그 사회로 들어가기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각장 서류를 요구하죠. 학벌이나, 재력이나, 관계를 요구합니다. 끼리끼리 모이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그곳에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 불안이 가중됩니다.
모든 항의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료의 심장을 뚫어버릴 별빛은 어느 블랙홀에 갇혀버렸을까요 다른 시간 속에서 유영하던 우주비행사는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늙어버립니다
편입되지 못한 이들은 항의를 하고요, 다 알고 있다, 기다려달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꿈을 좇다가 돌아온 이들은 순식간에 퇴물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제목이 주는 의미가 만만치 않습니다. 눈에 확 들어옵니다. 명왕성은 왜 퇴출 당했을까요? 다른 행성들과는 달라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일까요? '왜소행성'이라는 말이 왠지 부정적인 말로 들립니다. 소외당하다, 작다, 빌붙다, 그런 의미로 느껴집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은 오히려 그들을 점점 더 멀리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는 정녕 오지 않을까요? 두려워지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