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물은 세로 2.44m인 두 기둥과 그 사이 7.32m 간격을 가로지른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로 기둥 두 개를 골포스트(goal post)라 하고, 두 기둥 상단을 수평으로 이은 기둥을 크로스바(crossbar)라고 한다. 골포스트와 크로스바 두께는 12㎝ 이하다. 크로스바가 지면에 붙어 전체적으로 사각형을 이루는데 기둥들 '사이'가 텅 비어 있다. '골대'라고 불리는 이 사물은 가로 100~110m, 너비 64~75m 정도 사각형 경기장 양끝 정중앙에 하나씩 세워져 있다. 뼈대만으로 이루어진 이 사각 프레임은 기둥들 사이를 비어 놓음으로써 2차원 평면을 '들어갈 내부'가 있는 '움푹한' 삼차원 공간으로 입체화시킨다. 빈 공간에는 '그물'이 쳐져 있다. 이 '비어 있음'과 '그물'은 골대에 스민 무의식을 암시한다.
그 단순한 모양은 어떤 원시적인 에너지, 예컨대 집단적 사냥 같은 생존의 필요와 거기에서 표출되는 지배 욕망, '틈 있는 내부로 파고들어가려는' 동물적 본능을 순치시키는 '문명화' 프로그램의 프레임을 암시한다.
'축구' 규칙은 간단히 말해 '골대'에 공을 집어 넣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에 비해 오늘날 '골대'를 향한 지구촌의 열광과 집념과 집착은 상상 이상이다. 자기가 원하는 팀이 골대에 골을 넣은 날과 넣지 못한 날 거리 풍경, 사람들 얼굴 표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골대는 사회적 이슈를 간단히 한 곳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두 기둥 사이, 골대에 공을 집는 넣는 일 자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가 차원에서 지불하며, 수년간 그것만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전담팀을 마련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면 매우 특이한 일이다.
단순히 골대에 공을 잘 집어넣는다는 이유만으로 축구 스타 메시는 얼마 전 연봉 2000만유로(약 277억원)에 계약을 했다. 그는 하루에 7500만원씩, 시간당 숨만 쉬고 있어도 310만원을 받는다.
스포츠는 문명사회 최고의 이벤트다. 생산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탕진' 자체를 위한 비합리성이 실은 문명의 핵심이라고 말한 이도 있다. 그러나 내가 요즘 눈여겨보는 것은 자기 골대 위치가 전반전이 지나 후반전에는 정반대 방향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맹목적인 에너지로 돌진했던 '목표(골ㆍgoal)' 방향은 실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