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곳에 가면
글 / 김덕길
여행일자 : 2018년 7월 28일 ~ 2018년 8월 1일 (3박 5일)
친구들이 묻습니다.
“왜 서늘한 호주로 휴가를 가지 더운 동남아시아로 가는 거야?”
“응, 말레이시아는 나중에 은퇴한 후 한 달 살기를 할 첫 번째 도시거든, 물가가 싸고 치안이 안정되어 있어서 꼭 살아보고 싶은 나라거든, 싱가포르는 이번에 북미회담을 한 나라라서 가고 싶었어.”
우리가 떠나는 7월 28일, 인천공항이 생긴 이후 최대의 인파가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것이라는 뉴스를 듣고 우리 부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할 인천공항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바로 제 2 인천 공항 터미널이 생겨 휴가인원이 분산되었던 것이지요.
휴가철에 해외를 가는 것은 처음입니다. 가능하면 국내여행을 떠났고 멀지 않은 곳으로 갔었는데, 올 여름은 지독한 폭염으로 더는 노점장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휴가를 떠난 것이 아니라 더위를 탈출하러 떠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세나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30분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3천 2백만 명이고 말레이어를 씁니다. 수도는 쿠알라룸프 이고 우리가 도착한 조호르바루는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가이드는 ‘니나’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곧잘 합니다. 한국방문을 한 적은 없는데 구성진 사투리를 쓰는 유머가 풍부한 여성입니다.
우리는 그랜드 파라곤 호텔에 여장을 풉니다. 방은 넓고 침대는 두 개가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은 뻥 뚫려있습니다. 그만큼 높은 건물이 없다는 뜻이지요.
피곤에 지친 터라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도 없이 잠이 듭니다.
두 번째 날이 밝습니다.
일어나서 7층에 있는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장 건너로 높은 건물이 보입니다. 그 유명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옥상 수영장을 방불케 합니다.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열심히 아내의 모습을 찍어줍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수영장의 물이 각도를 잘 잡으면 바로 천길 낭떠너러지로 흐르는 듯 보입니다. 한때 그곳을 개방했는데 지금은 투숙객이 아니면 입장불가라고 합니다. 관광객들이 하도 사진을 찍으니 수영객들이 우리가 원숭이이냐고 민원을 넣는 바람에 통제를 한다고 하네요.
호텔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대부분 중국인과 한국 사람입니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원주민 마을에 갑니다. 말레이시아어로 구경하러 간다는 뜻이 ‘자란자란’ 이라고 합니다.
대나무 통을 크기가 다르게 연결후 그 속에 콩알을 넣어 흔들면 크기에 따라 묘한 소리가 울리는 전통악기인데 신기합니다.
각종 과일나무도 눈여겨보고 전통 가옥 모델하우스도 구경합니다. 점심은 한국 식당 ‘식객’에서 먹습니다. 불고기에 고등어구이 계란찜에 김치찌개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입니다.
외국에 나와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며 한국음식을 고집하는 식당 사장님의 열정을 나는 사랑합니다.
오후에는 프리미엄 아울렛을 갑니다.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과 흡사합니다.
살만한 옷을 고르는데 힘이 듭니다. 딱히 고를게 없어 아들 옷을 한 벌 삽니다.
비가 옵니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갑자기 흐리더니 시원스레 소나기가 지나갑니다. 매일 두세 차례씩 비가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건물을 지을 때 빗물을 피할 수 있게 약간 들여넣어서 건물을 짓고 일반 길은 비가림막을 설치해놓습니다. 우산이 없어도 걸을 수 있게끔 만든 수고가 대단합니다.
회교 사원과 누사자야 신도시를 보았는데 크게 볼만한 관광지는 아닙니다. 조호르바루는 그만큼 특색있는 관광지가 없습니다. 다만, 세나이 공항이 가깝고 싱가포르가 다리하나만 건너면 되는 거라서 요즘 조호르바루가 뜨고 있답니다.
수많은 말레이시아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싱가포르로 출퇴근을 합니다. 말레이시아 임금의 세배를 주기 때문인데 싱가포르는 월세가 너무 비싸서 거기서 살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날마다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이들은 새벽 4시가 되면 출근을 서두릅니다.
저녁식사는 중국식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합니다. 회전식 테이블에 요리를 올려놓고 돌려가며 필요한 만큼 덜어먹는 문화인데 보기 좋습니다.
밤에 아내와 나는 자유 시간을 이용하여 말레이시아 포장마차 단지를 들어갑니다.
수많은 포장마차에서 지지고 볶고 튀깁니다. 선풍기에 의지한 채 연기를 다 마시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칼스버그 맥주와 양꼬치를 시켜 먹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몸의 언어로 모두 알아듣습니다. 여행은 꼭 좋은 식당과 좋은 관광지만 가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분들도 이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비싼 요릿집보다는 모든이들이 선호하는 현지 나라의 맛집과 사람사는 맛이 느껴지는 이런 시장을 자주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이튿날 드디어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합니다.
싱가포르는 인구 5천 8백만 명으로 말레이어와 영어 중국어를 모두 쓰며 교과서는 영국 교과서를 씁니다. 범죄와 난민 급증으로 한때 말레이시아가 버린 땅을 리콴유 총리가 일약 동남아시아 최대 강국으로 발전시킨 그의 지도력은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가이드는 한국인 허진희 실장이 인솔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허 실장은 싱가포르에 살고 있습니다. 버스이동중에 많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껌은 절대 반입할 수 없으며, 마약을 가져오다 걸리면 법원 심판 없이 바로 즉결심판이 열려 사형에 처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태형을 하는데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한 대 맞으면 3달을 입원해야 할 정도입니다. 태형 4대를 선고 받으면 일 년 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그 후유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태형이 너무 잔인하고 무서워 감히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고 말해줍니다.
우리는 주룽새 공원에 갑니다. 머리가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나 새대가리라고 놀리는데 이곳 새는 너무 영악해서 탁구공도 구멍에 집어넣기 게임을 하고 원판 안으로 통과하는 묘기를 보여주는데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많은 새보다 그곳을 꾸며놓은 호수와 데크와 오솔길이 너무 예뻐 어쩔 줄 모릅니다. 날마다 내리는 비 때문에 나무는 쑥쑥 자라 우리나라 나무의 세배가 넘습니다.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밀림입니다.
가든바이더베이의 높은 인공폭포와 푸른 숲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폭포 위에서부터 이어진 구름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풍경 또한 대단합니다. 야간에 펼쳐진 조명쇼 또한 인상적입니다.
슈퍼트리에 색색으로 바뀌는 나무의 색과 멀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야경이 앙상블을 이루는데 이런 풍경은 태어나 처음이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쌍용건설이 지었습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가 싱가포르의 상징인 사자를 이길 수 있는 동물을 가진 회사가 호텔을 지어야 한다고 세계 각국에 의사를 타진합니다. 그 결과 한국의 쌍용건설이 용이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되니 그 기가 충만하여 사자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해서 쌍용건설이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계의 건물위에 배를 놓아야 하는 설계도는 모세샤프티가 설계했습니다. 이 설계도를 받아들고 모든 건설사가 못 짓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쌍용건설은 지을 수 있다고 했다니 놀랍습니다. 건설 비용이 1조가 넘었다고 합니다.
방수는 2561개이며 숙박비는 5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릅니다. 운영은 미국의 리조트 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운영을 합니다. 57층까지 단 몇초면 올라가는 초고속엘리베이터가 압권입니다. 샌즈호텔 전망대에서 우리는 아스라이 펼쳐진 싱가포르의 시내를 들여다봅니다. 와 하는 감탄사보다 침묵이 때로는 더 감동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합니다. 그리고 보고 또 봅니다. 눈이 시릴 때까지.....
지붕이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시내투어를 하는 것도 좋았고 차아니타운의 왁자지껄한 재래시장도 즐겁습니다. 인파가 남대문 시장에 버금갑니다.
한밤중에 클라키 도시의 왁자지껄한 유흥가도 특색 있고 그곳에서 탄 보트 체험도 파리 세느강 못지않습니다. 오히려 더 휘황찬란합니다.
잠은 스튜디오 M 호텔에서 자는데 방이 너무 작아 작은 모텔인줄 압니다. 2층으로 된 구조인데 독특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는데도 카드를 넣어 신원을 확인해야 오를 수 있으니 방범에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편의점에서 사온 타이거 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풉니다. 싱가포르의 첫날밤이 깊습니다.
이튿날 이제는 떠나야 할 마지막 날입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어둠이 깔린 강변을 달립니다. 철저히 현지인이 된 모습입니다. 많은 이들이 달리는데 걷는 인파는 별로 없습니다. 한 시간여를 달립니다. 드디어 날이 밝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내 동네인양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이 도시가 은근히 부럽습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머라이언공원에 갑니다. 머리는 사자이고 몸은 인어인 모습의 조각품인데 입으로 물을 뿜습니다. 싱가포르의 상징이라 우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보타닉가든의 립스틱 나무도 인상적입니다. 아내와 둘이 사진을 찍는데 주위에서 너무 다정해 보인다면서 혹시 불륜 커플 아니냐고 수군거립니다.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불륜 커플이 같이 사진을 찍나요? 하하하 ”
오후에는 센토사섬으로 갑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묵었던 샹그리아호텔이 있는 곳입니다.
다리를 건너 케이블카를 탑니다. 섬 전체를 휴양지로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센토사는 인공 파도풀도 있고 성인이 된 머라이언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건물은 하나도 같은 디자인의 건물이 없습니다. 모두 다른 모양을 한 빌딩과 아파트가 너무 인상적입니다.
식사는 한식으로 했는데 오래 떠나는 여행이 아닌 이상 한식보다는 차라리 현지인들이 먹는 현지 식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창 유명한 잼잼식당의 비프 무르타박 이나, 하우스오브시푸드식당의 페퍼크랩 정도는 먹어주는 센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한국 식당 식객의 샤브샤브는 최고의 맛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몇 군데 쇼핑코너도 방문했습니다만 강요하거나 강매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말레이시아 세나이 공항으로 향합니다.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바라본 엄청난 오토바이 인파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것을 알고 나도 다시 다짐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살겠노라고…….
끝까지 알뜰히 챙겨준 허진희 가이드님께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안전운전해주신 운전기사님께도 감사인사 전합니다. 제가 돌아본 여행지가 이제 52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가장 뜻 깊은 여행지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